[인터뷰] 이주노동자센터 정혜선 연구원, "임금 착취 경험 91%, 영주권 없는 노동자"

Migrant workers

Source: AAP

이주노동자센터(Migrant Workers Centre)의 최근 설문 조사에 따르면 임금 착취를 경험한 임시비자 노동자 중 91%가 영주권 취득과 무관한 임시비자 노동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Highlights
  • 임시 비자 노동자 65% 임금 체불 경험, 4명 중 1명은 다른 형태의 노동 착취 경험
  • "고용주 후원비자 근로자가 가장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 받는다"
  • 노동 착취와 임시 비자 상태 간의 연관성 존재... 노동 착취 경험자 91%가 영주권 무관한 비자
  • 영주권 취득 평균 소요 5.1년, "최장 13년 걸려"
이주노동자센터(Migrant Workers Centre)에서 올해 임시비자 및 영주권 신청 경험에 대한 설문 및 심층 인터뷰 조사를 바탕으로 새로운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어떤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왔는지 이주노동자센터의 정혜선 연구원 연결해 얘기 들어 봅니다.

홍태경 PD (이하 홍 PD): 이주노동자센터는 호주 임시비자 소지자들을 위해서 매년 의미 있는 조사를 통해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를 바탕으로 호주 이민정책 방향성에 기여하고 있는 비영리 단체입니다. 올해 보고서를 바탕으로 얼마 전에 온라인 컨퍼런스를 진행하셨는데요, 어떤 주제로 이뤄졌나요?

정혜선 연구원 (이하 정 연구원): 11월 29일-30일 이틀에 걸쳐 온라인 컨퍼런스를 진행했습니다. 저희 이주노동자센터에 오시는 많은 분들이 보고서를 다 읽으실 시간이 없으실 것 같아서요. 컨퍼런스에서 진행된 내용은 이번 보고서 내용과 거의 같았는데요, 영주권 취득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어떤 장애물이 있으며, 이 장애물을 넘어가는 과정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어떤 경험을 하는지, 그리고 이런 식으로 영주권을 점점 제한하는 것이 과연 호주 사회와 경제에 도움이 되는가…하는 내용으로 재미있는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홍 PD: 사실 한인이민자들 입장에서도 영주권 취득이 갈수록 어려워진다고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조사를 통해 어떤 의미있는 결과가 도출됐을 지 궁금한데요, 우선 굉장히 높은 수의 응답자가 노동 착취의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정 연구원: 저희가 이번에 온라인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심층 조사를 진행했는데요, 58개 언어 사용자들이 설문조사에 답했습니다. 굉장히 다양한 분들이 말씀을 해주셨는데 그 중에서 65%나 되는 분들이 호주에서 임금 착취를 경험했다고 말씀하셔서 저희도 놀랐고요, 3명 중 2명이 호주에서 일하면서 제대로 정상적인 노동의 대가를 못 받으신 건데, 그에 더불어 예를 들면, 정규직의 경우에는 연차 휴가를 못 쓰도록 고용주가 막았다는 분들이 26%나 됐고, 과한 야근에 시달리는 분들 25%, 그리고 고용 관계인데도 ABN(사업자 등록번호)을 내서 고용 보험의 혜택을 못 받게 하는 경우도 18%나 됐습니다.
홍 PD: 말그대로 착취네요. 이 분들이 다 임시비자 소지자들이라는 거죠? 고용주가 임시비자 청취자들의 관계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확연히 알 수 있는 결과인데요, 더불어 고용주 후원비자 소지자들은 아무래도 고용주와 갑을 관계를 형성할 수밖에 없잖아요.  이 분들의 스트레스도 굉장히 높을 것 같아요.

정 연구원: 정확하게 보셨어요. 저희가 이번에 다양한 비자 소지자들에게 경험을 여쭤봤는데, 고용주 후원비자라고 하죠, 예전에는 457비자였는데 지금은 482라는 비자가 유명한데, 이 비자를 갖고 계시는 분들이 극도의 스트레스를 갖고 계신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민에 대한 것, 경제적인 부분, 노동 안정성에 대한 부분도 각각 스트레스 지수를 물었는데 고용주 후원비자를 갖고 계신 분들이 가장 높은 스트레스를 보였고, 특히 이민 문제에 있어서는 10점 만점에 9.7점을 기록했어요. (스트레스 지수가요?) 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는 학생비자나 워홀비자를 가졌을 때 영주권으로 곧장 연결이 안되다 보니까 이 분들이 이민 문제에 더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예상하게 되는데, 사실 고용주 후원 비자의 경우에는 영주권으로 가는 길목에서 가장 큰 gate keeper가 고용주이다 보니, 그 분들에게 있어서 이민 스트레스가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리고 이 분들이야말로 과도한 야근(54%), 공휴일에도 근무를 해야 했다(47%), 아픈데도 병가를 내지 못하고 일해야 했다(29%) 등 굉장히 심각한 노동 착취를 이 분들이 말씀하셨습니다.

홍 PD: 아무래도 고용주가 영주권으로 가는 열쇠를 쥐고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거군요. 또 설문 과정을 거치시면서 노동 착취, 임금 착취와 임시 비자 상태 간에 어떤 연관성을 발견하셨다고요?

정 연구원: 저희가 이번에 조사하면서 굉장히 놀랐던 것이, 임금 착취를 65%의 임시 비자 소시자들이 경험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실제로 임금 착취를 경험하신 분들이 임시 비자 전체 응답자 중에서 3명 중 2명이었고 정말 놀랍게도 임금 착취를 경험한 사람 중 91%가 학생비자, 워홀비자 등 영주권으로 연결이 안되는 비자를 갖고 계셨어요. 그러니까 결국 영주권으로 연결되지 않는 비자의 경우에는 더더욱 임금을 적게 받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죠.

홍 PD: 이야말로 노동 착취네요.

정 연구원: 맞습니다. 물론 고용주 후원비자의 경우에는 임금 착취가 어려운 구조가 마련되어 있어요. 예를 들면, 비자를 받기 이전에 계약서를 써야 한다던지 그 계약서가 이민성에 들어가기 때문에. 그래서 상대적으로 임금 착취 경험의 비율이 고용주 후원비자의 경우에는 낮기는 하지만 그 대신 다른 스트레스나 착취가 더 심한 것이고 또 임금 착취의 경우에는 영주권으로 연결이 안되는 비자의 경우에 더 심한 것이죠. 이 분들의 경우에는 오랫동안 호주에 계시면서 고용주가 이러한 잘못된 일을 했다고 증인이 될만한 가능성이 적다고 본 게 아닌가 싶어요.
Hyeseon Jeong, a research and policy officer for the Migrant Workers Centre
Hyeseon Jeong, a research and policy officer for the Migrant Workers Centre Source: Supplied
홍 PD: 정책적인 시스템이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더 드네요. 고용주 후원비자같은 종류의 비자는 말씀대로 임시 비자 근로자들에게 끊임없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비자로 알고 있는데요, 연방정부 이민 비자 정책에 대해서 이주노동자센터에서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서 여러 항목 제안을 하셨는데 소개 부탁드립니다.

정 연구원: 저희가 이번에 조사했을 때 영주권을 취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더라고요. 가장 긴 경우에는 13년이 걸린 분을 만났고요, 그것보다 훨씬 오랜 기간 임시 비자로만 호주에 계신 분들을 정말 여러 분을 만났습니다. 저희가 왜 이렇게 영주권 취득에 시간이 오래 걸리나 말씀을 나눠봤더니, 고용주 후원비자의 경우에는 중간에 고용주 스폰서쉽에 문제가 발생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던지, 아니면 어떤 사람의 경우에는 영주권 신청 서류를 다 냈는데 이민성에서 2년이 넘도록 서류를 열어보지 않아서 모든 게 다 만료되고 비즈니스도 바뀌면서 영주권이 무산된다던지 정말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요, 가장 핵심적으로는 임시 비자를 발급하는 숫자 대비 영주 비자를 발급하는 비율이 너무 낮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느냐하는 것이 일반적인 저희 인터뷰 참가자들의 의견이었어요.

저희가 10가지 정책 제안을 했는데 그 중에서 일부를 소개드리자면, ‘임시 비자 대비 영주 비자 발급 비율을 증가해야 한다’, ‘비자 처리 기간에 피크제도를 도입해서 너무 오랫동안 비자처리를 기다리는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임시 비자를 고용주 후원으로 받았다 하더라도 이 사람들이 영주권으로 전환할 때 굳이 다시 고용주가 후원할 필요가 없도록 대안을 마련하는 것’, 그리고 ‘노동자들이 노동 착취를 고발할 때 정부에서 이 사람들의 비자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대안적인 비자를 발급하는 것’등 여러 가지를 제안했습니다.
홍 PD: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네요. 이렇게 이주노동자센터 제안 사항 중에서 또 지역사회와 협력해서 임시 비자 근로자들에게 정착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어떤 구체적인 방식으로 지원이 이뤄질 수 있을까요?

정 연구원: 저희가 이번에 조사하면서 지방에 살고 있는 분들을 정말 많이 만났어요. 호주 정부에서 아무래도 대도시 인구 편중을 막고, 지역 균등 발전 등을 위해서 지방으로 이주노동자들이 갈 수 있도록 하는 비자를 발급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이런 이민 정책은 있지만 이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인프라가 너무 부족한 거예요. 그래서 많은 이주노동자분들이 저희에게 말씀하기를 그런 인프라를 만들고 실제 이주노동자들이 지역에 가서 적응해서 살 수 있도록 지역사회도 함께 노력하는 시스템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고 실제 저희가 아주 좋은 사례를 발굴하기도 했어요.

어떤 지역의 경우에 그 지역 호주 토박이 분들이 지역을 살리자는 의견을 모아 계획에 착수해서 실제 이주노동자들을 지역으로 오라고 초대하고 일자리, 주택을 같이 마련하는 제도를 발전시킨 지역도 있었습니다. 그런 노력을 정부에서 좀 더 지원해야하지 않을까 생각도 했습니다.

홍 PD: 지역사회가 나서서 함께 도우면 임시 비자 근로자들의 지방 정착이 좀 더 수월해질 수 있다는 말씀이네요. 그 분들에게 가장 중요한 게 말씀대로 일자리와 주거 문제가 될테니까요. 그럼 지금 현재 임시 비자 근로자로 생활하고 있을 저희 SBS 한국어 청취자들께 마지막으로 도움 말씀 주실 수 있을까요?

정 연구원: 저도 임시 비자로 살아봤고, 호주에서 임시 비자로 일하면서 산다는 게 얼마나 쉽지 않은 지 잘 알고 있거든요. 이번에 저희 조사에서 많은 분들이 또 증명해주셨고요. 어떤 면에서는 호주 토박이들보다 우리 이주노동자들이 호주 시스템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우리는 가족이 가까이 없기 때문에 더 견고한 지원 네트워크를 호주에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있으니까요 이주노동자분들 모두 힘내시고 저희 Migrant Workers Centre가 항상 함께 하겠습니다.

홍 PD: 굉장히 힘이 되는 말씀입니다. 이번 보고서 관련 내용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들은 어디에서 확인할 수 있을까요?

정 연구원: 저희 www.migrantworkers.org.au에서 보고서를 다운로드 받으실 수 있습니다. 이번 보고서의 제목은 ‘’입니다.

상단의 내용은 팟캐스트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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