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박성일 프로듀서): 지난주 초 영국 왕실의 찰스 왕세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실이 알려졌을 때 예기치 않은 ‘새치기’ 비난이 일었습니다. 진단검사 키트가 부족한 상황이 특혜 논란을 야기한 겁니다.
많은 나라가 진단 키트 부족으로 검사 대상을 일부 고위험군으로 한정하고 있는데요, 영국과 미국에서는 부유층을 겨냥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진단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진료소 수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호주 상황은 어떠한지, 조진선 프로듀서와 함께 호주에서 코로나19 진단 검사가 이뤄지는 방식을 살펴보겠습니다.
찰스 왕세자에 대해 제기된 검사 특혜 논란에 대해 간단히 얘기해주시죠.
조진선: 네, 지난주 수요일 찰스 왕세자 측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공식 확인했을 때 일각에서 검사 특혜라는 비난이 일었습니다.
진단검사 키트 부족으로 최전선에서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많은 보건 근로자조차 진단검사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미한 증상을 보이는 찰스 왕세자가 검사받은 것은 특혜라며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온 건데요, 이에 영국 정부는 찰스 왕세자가 요건을 충족해 검사받은 것이고, 새치기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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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방지의 최대 무기는 '사회적 거리두기'"
진행자: 영국 정부는 초기에 ‘집단 면역’을 얘기하며 진단 검사에 소극적이었죠?
조진선: 맞습니다. 코로나19는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이 감염병을 종식하려면 인구의 60%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도록 해서 이에 대한 집단 면역력을 키워야 한다는 논리였는데요, 그래서 적극적으로 감염 전파를 막기보다 보건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전파 속도를 늦추는 데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하지만 집단 면역이 생기기까지 치사율에 따라 30만 명에서 많게는 백만 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후 영국 정부는 적극적이고 광범위한 진단 검사 실시로 대응 전략을 전환했습니다.
진행자: 영국에서는 민간 보건업체들이 코로나19 진단 검사 키트를 비싼 값에 팔아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을 돈벌이 기회로 삼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다고 하죠?
조진선: 그렇습니다.
조금 전 말씀 드린 대로 진단 키트가 부족해서 코로나19 대응의 최전선에 있는 보건 인력이 검사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은데, 민간 업체들이 진단 키트 가격을 크게 올려 판매해 비판받았습니다.
뉴욕 타임즈의 한 기사에 따르면 런던의 한 민간 진료소의 경우 테스트 하나에 375파운드, 호주화로 750달러가 넘는 가격에 판매했는데요, 이것은 제조업체에서 직접 구매 시 지급해야 하는 가격 120파운드의 세 배 값 보다 비싼 가격입니다.
진행자: 폭리라는 비판이 나올 만하군요. 이제 호주에서의 진단 검사에 대해 살펴보죠. 먼저 검사가 어떻게 이뤄지는 겁니까?
조진선: 코로나19 진단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유전자검출진단법이고 다른 하나는 항체검사법인데요, 호주에서는 지금까지 유전자검출진단법이 사용돼 왔습니다.
먼저 보통 병원이나 GP 진료소에서, 또는 병리학자가 면봉으로 목과 코에서 검체를 채취해서 실험실로 보냅니다. 실험실에서는 이 검체를 시약에 넣고 바이러스의 RNA 즉, 리보핵산을 분리∙추출하고 이를 PCR기라고도 알려진 열 사이클러에 넣고 증폭시켜 진단하는데요, 핵산을 추출하고 증폭하는 전 과정에 약 2-3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진행자: 항체검사법도 곧 사용되게 되죠?
조진선: 네, 호주 의약품청(TGA)이 최근 신속 항체검사키트를 승인했는데요, ‘point-of-care 현장검사’ 또는 ‘finger-prick 손가락 따기’ 검사라고 불리는 이 검사법은 소량의 혈액에서 IgG 항체와 IgM 항체가 발견되는지를 검사해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입니다.
이 진단 방법은 감염 후 이틀에서 나흘 내에 코로나19 항체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15분 이내에 검사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훨씬 빠르고 검사하기가 간편하고 또 비용도 훨씬 저렴합니다.
하지만 유전자검출진단법 만큼 효과적이지 않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진행자: 항체검사법은 검사하기가 간단하다고 했는데, 자가 진단이 가능한가요?
조진선: 아닙니다. 병원이나 GP 진료소, 노인요양원, 약국 등에서 검사가 가능하지만, 반드시 보건 전문가가 검사해야 합니다.
호주에서는 코로나19를 비롯해 가장 심각한 감염병에 대한 자가 진단 키트 공급이 법으로 금지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정부는 호주가 세계에서 가장 진단검사를 많이 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는데요, 총검사건수가 어떻게 됩니까?
조진선: 3월 31일 오전 6시 30분 기준으로 230,000여 건의 진단검사가 이뤄졌습니다.
적극적이고 대대적인 검사로 비교적 성공적으로 코로나19에 대처해왔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의 경우 31일 0시 기준으로 410,000여 건의 검사를 했는데요,
호주와 한국 두 나라의 십만 명당 검사자 수를 비교해보면 호주가 약 905명으로 한국의 약 800명보다 많습니다.
진행자: 연방 정부가 지난주 수요일 코로나19 진단 검사 대상자를 확대했죠?
조진선: 그렇습니다. 그전에는 해외에 다녀온 사람이나 코로나19 확진 환자와 밀접 접촉한 사람으로 검사 대상이 제한돼 있었는데요, 검사 기준이 확대되면서 모든 노인요양시설 직원과 헬스케어 종사자, 지역사회 감염 위험이 높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 등도 진단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진행자: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민간 업체가 부유층에 비싼 값에 진단 검사를 해주는 것이 문제로 지적됐는데, 호주에서는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죠?
조진선: 그렇습니다. 호주에서는 진단 검사가 비교적 널리 이뤄져 왔기 때문인데요, 호주 정부가 팬데믹 초기에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메디케어 급여 목록에 포함시킨 덕분입니다.
검사 대상자로 분류되는 사람의 경우 메디케어에서 검사 비용을 지급해주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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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버른에도 드라이브 스루 코로나19 진료 등장
진행자: 진단 검사를 받겠다고 무턱대고 병원이나 GP를 찾아가서는 안 되죠?
조진선: 네, 맞습니다.
병원이나 일부 GP, 병리 클리닉에서 코로나19 검사를 하는데요,
무턱대고 검사 장소를 찾아가지 마시고, 호주 보건부에서 만든 코로나19 증상 체크기라는 온라인 툴이 있습니다.
그 체크기를 이용해서 진료나 검사가 필요한지를 먼저 알아보시고, 검사를 받아봐야겠다고 판단될 경우 검사하는 장소를 방문하기 전에 반드시 먼저 전화하시는 게 중요합니다.
또 일부 장소에서는 한국에서 선보여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드라이브 스루’ 검사를 하기도 합니다.
진행자: 민간 클리닉에서 진단검사를 받는 건 가능합니까?
조진선: 네, 가능합니다. 하지만, 같은 검사 대상 기준을 충족해야 하고 검사비에 대해 역시 메디케어가 적용됩니다.
진행자: 검사 대상 기준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조진선: 네, 호주 보건부 웹사이트를 보면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진단 키트가 부족하기 때문에 선별적으로 검사를 하고 있다며 기준을 명기해놨습니다.
- 지난 14일 이내에 외국 방문에서 돌아왔고 발열 여부와 무관하게 호흡기 질환이 생긴 경우
- 지난 14일 이내에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 접촉을 했고 발열 여부와 무관하게 호흡기 질환이 생긴 경우
- 지역사회획득 중증 폐렴이 있고 분명한 원인이 없는 경우
- 환자를 직접 상대하는 헬스케어 종사자이고 호흡기 질환과 발열이 있는 경우
의사가 이들 네 가지 기준 중 하나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경우에만 진단 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조금 전에 말씀드린 신속 항체 진단키트가 사용되게 되면 검사역량이 커져 검사 대상자가 더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검사를 받으면 결과가 나오기까지 얼마나 걸립니까?
조진선: South Eastern Sydney and Illawarra Health Service는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 코로나19를 검사하는 가장 큰 실험실 가운데 하나인데요, 이곳의 바이러스학 국장인 윌리엄 로린슨 교수는 현재 실험실에서 몇 시간이면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오고 검사 시점에서 이틀 내에 환자가 그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결과를 통보받기까지 길게는 닷새나 기다린 사람이 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그건 왜 그런 겁니까?
조진선: 그 이유가 명확하지는 않은데요, 로린슨 교수는 “대부분 수송 과정에서 지연이 발생한 것이고, 바로 이 때문에 사람들이 가까운 곳에서 검사받을 수 있도록 병리기관이 애를 썼다.”며 “장거리 이동이 필요하지 않은 한 이틀 이내에 결과를 받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건 핵산 검출을 통한 진단방법에 걸리는 시간인 거죠?
조진선: 그렇습니다. 항체 진단키트는 15분 이내에 결과가 나온다고 하니까 현장에서 바로 결과를 받아볼 수 있을 텐데요,
그런데 로린슨 교수는 이 신속 진단법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습니다.
이 검사법은 앞서 설명드린 대로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체내에 형성되는 항체를 찾아 감염 여부를 진단하는 방법으로 과거에 바이러스에 감염된 적이 있는지를 알아낼 수 있지만, 현재 감염 여부를 정확하게 진단해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조진선 프로듀서와 호주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가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자세하게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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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 최소 1.5미터 거리를 유지해야 합니다. 실내에서 사람 밀도는 반드시 4제곱미터당 한 명 이하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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