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 이태원 참사 후 정신건강 상담 40% 폭증… '세월호' 겪은 20대 위험
- 세계 곳곳 애도· 위로 물결 …온라인, 해시태그 ‘#PRAYFORITAEWON’
- 심폐소생술(CPR)과 자동심장충격기(AED)에 대한 시민 관심 높아져
서울 이태원 핼러윈 참사 후 정신건강 상담전화가 평소보다 40%가량 폭증할 정도로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이 많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습니다.
특히 유독 희생자가 많았던 20대의 경우 10대 때 세월호 참사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던 터라 트라우마가 누적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일반인들의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SNS에는 ‘#PRAYFORITAEWON(이태원을 위해 기도합니다)’는 해시태그가 담긴 게시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고, 이 중 상당수는 해외에서 작성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러가운데, 사고 현장에 뛰어들어 심폐소생술(CPR)로 생명을 구한 시민들이 화제를 모으면서 CPR교육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살펴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주양중 PD (이하 진행자): 이태원 참사 국민 애도기간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참사 이후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20대가 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는데, 먼저 트라우마란 어떤 것이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죠.
유화정 PD: 트라우마(trauma)는 그리스어로 ‘상처’에서 유래한 의학용어로 일반적으로 '외상'을 뜻하지만 정신의학 및 심리학에서는 ‘끔찍한 사건에 대한 감정적 반응’ 즉 '정신적인 외상'을 말합니다.
트라우마는 보통 선명하게 기억되는 이미지를 동반해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피로감을 겪거나 식욕저하 현상이 생길 수도 있고, 불안 절망감 죄책감 비현실감을 느끼는 것도 갑작스런 사고 이후 나타나는 반응입니다.
믿을 수 없는 안타까운 사고에 추모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연일 이어지는 핼러윈 참사 관련 보도에 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반복해서 참혹한 모습을 본다면 간접경험임에도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트라우마는 이제 일상 용어로 자리 잡은 지 오래죠. 트라우마와 함께 ‘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라는 용어도 SNS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 둘은 어떻게 다른가요?
유화정 PD: ‘PTSD’는 심각한 외상을 겪은 후에 나타나는 불안장애를 말합니다. 트라우마와 밀접하게 얽혀있어 종종 혼용되지만 둘 사이에는 또렷한 차이가 있습니다.
PTSD는 트라우마를 경험한 일부 사람들에게서 발생할 수 있는 정신 건강 장애로, 트라우마가 감정적 상태를 말하는 것이라면 PTSD는 그 상태를 포함한 어떤 증상이 있을 때 내리게 되는 질환의 개념입니다.
보통 트라우마 이후 독특한 증상과 반응이 1개월 이상 지속될 때, 그리고 그 증상이 극심해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될 정도일 때, 의사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PTSD)을 내리게 됩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서 유독 희생자가 많았던 20대의 경우 10대 때 세월호 참사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던 터라 트라우마가 누적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Source: Getty / Getty Images
유화정 PD: 물론 동일한 사건을 경험한다 하더라도 사람마다 반응하는 방식은 다양하기 때문에 생명을 위협할 만큼 큰 사건을 겪은 후 괴로운 감정을 경험하지만 극복 여부에 따라 이후의 삶이 달라집니다.
보통 스트레스받는 상황에서 “ 나 PTSD올 것 같다”라는 식으로 자주 사용되고 있는데, 트라우마와 PTSD에 대한 몰이해와 남용은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고통을 안겨준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합니다.
PTSD 환자들은 정신과적 진료가 필요하지만 또한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깊이 공감해줄 때 심리적으로 안정을 느낄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합니다.
진행자: 정신 건강면에서 뿐만 아니라 삭막한 현대인의 삶에서 공감이란 단어만큼 위로가 되는 말이 또 있을까 싶은데요. 이번 이태원 참사 후 전 세계적으로 추모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죠.
유화정 PD: SNS에는 ‘#PRAYFORITAEWON(이태원을 위해 기도합니다)’는 해시태그가 담긴 게시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고 이 중 상당수는 해외에서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한 태국인 트위터 사용자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을 위로할 말을 찾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한다"는 내용의 트윗을 올렸고, 한 영국인 트위터 사용자도 "모든 희생자가 편히 잠들고, 그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 일에서 회복되길 기도한다"는 글을 해시태그와 함께 올렸습니다.
갑작스레 일어난 참사에 고국은 물론 전 세계가 같은 마음으로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호주 시드니 한인회관에 마련된 희생자 합동분향소에도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호주 시드니 한인회관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Source: SBS / 시드니 한인회
유화정 PD: 실제로 이태원 참사 직후 이틀 사이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정신건강위기 상담 전화가 40 % 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태원 참사 심리지원을 총괄하고 있는 국립건강정신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의 심민영 센터장은 "사고를 당한 건 내가 선택할 수 없지만, 극복하는 힘이 회복탄력성"이라며 "회복탄력성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옆에 있어 고립되지 않고 누군가와 연결됐다고 느끼는 '연결감'이 가장 강력한 요소"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이번 참사에서 유독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20대의 경우 10대 때 세월호 참사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세대로 트라우마가 누적됨으로써 세상이 너무 위험하다든가 자신을 너무 무력하게 볼까 봐 굉장히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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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태원 참사 사망 호주인 그레이스 레이치드 애도 물결
진행자: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잔혹한 영상과 허위 사실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하자 국내외 주요 소셜미디어와 포털은 일제히 이용자들의 자제를 강력 당부하는 공지를 내 눈길을 끌었죠?
유화정 PD: 지난 29일 밤부터 30일 새벽, 소셜미디어에서는 이태원 골목에서 발생한 사고 현장을 담은 다양한 영상과 사진이 실시간으로 공유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고 현장과 피해자들의 모습이 필터링 없이 확산됐습니다.
트위터는 "이태원 사고 현장 이미지와 영상 트윗 시 정책을 참고해주고, 민감한 게시물의 리트윗 자제를 부탁드린다” 며, 문제 트윗을 발견하면 신고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카카오와 네이버도 각각 공지글에서 "피해자의 신원이 드러날 수 있는 사진이나 영상 업로드, 게시글, 댓글 등 사고와 관련된 확인되지 않은 사실 유포·공유는 최대한 자제해 달라"고 강조했습니다.
대한의사협회는 “국민들은 사고 장면을 연상할 수 있는 자료영상과 현장 사진의 노출만으로도 정신적 트라우마가 유발되고 지속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Medical workers attend to victims following a deadly stampede the previous day during Halloween celebrations, in Seoul's Itaewon district, in Seoul, South Korea, 30 October 2022 Source: AAP / EPA
유화정 PD: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는 심정지 상태에 빠진 환자 수십 명이 도로 위에서 CPR 조치를 받았습니다. 다급한 상황 속 한달음에 달려와 한 명이라도 더 살려보려고 안간힘을 쓴 시민들 사연도 SNS를 중심으로 전해졌는데요.
30대 직장인 배모 씨는 연합뉴스에 "현장에 CPR 방법을 아는 사람이 많았다면 사망자가 줄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고 이후 CPR 방법을 제대로 배우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20대 대학생 이모 씨도 "CPR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귀찮고 딱히 배울 기회가 없어 그냥 살아왔다"며 "비록 현장에는 없었지만 배웠더라면 누군가를 살릴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A photo shows near a scene of stampede at Itaewon area in Seoul, South Korea on October 30, 2022. Source: AP / Hirotsugu Uesugi
유화정 PD: 응급처치를 강습하는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이태원 압사 사고 이후 본사와 수도권 지사에 교육 문의가 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대한심폐소생협회 관계자는 "이태원 참사 이후 홈페이지 접속량이 평소보다 4배 이상 급속히 늘었다"고 전했는데요. 특히 "심장마비를 목격한 사람이 즉시 CPR을 시행하면 하지 않은 경우에 비해 심장마비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확률이 3배 이상 높아진다"며 CPR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SNS에는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용법과 CPR은 알아두는 게 좋다'며 CPR 시행 순서와 방법을 알려주는 게시물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한국에서는 학교보건법에 따라 초등학교를 포함 ·중·고등학교에서 CPR을 포함한 응급처치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러나 실제 응급처치 방법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경우는 적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고요.
유화정 PD: 교육 지침인 '학교안전교육 7대 표준안'에는 초중고에서 CPR 등 응급처치 교육을 연간 2차시 이상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지난 2020년 이후에는 기존 51차시에서 현재 최소 33차시로 축소 운영되고 있고, 더욱이 인터넷 강의로 교육을 대체하는 등 실습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CPR기기가 있는 학교에서는 CPR교육을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기도폐쇄나 지혈 등으로만 교육을 할 수도 있다며, 향후 CPR을 포함한 응급처치 교육이 실습 중심으로 운영되도록 관련 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태원 거리에는 젊은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지고, 이제 추모일이 되어버린 핼로윈. 이번 참사는 여러 교훈을 안겨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