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등신의 키 크고 마른 모델이 등장하던 천편일률적인 패션쇼가 바뀌고 있습니다. 명품 브랜드 '구찌' 모델로 발탁된 18세 영국 소녀 엘리, 세계 최고 수퍼 모델을 꿈꾸는 몰타의 다섯 살 꼬마 프란체스카는 모두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영국의 다운증후군 청년이 'BBC 어린이 프로그램' 진행자로 발탁돼 눈길을 끕니다. 이들의 아름다운 도전을 이끈 건 호주 출신의 세계 최초 다운증후군 모델 ‘매들린 스튜어트’였습니다. 컬처 IN에서 살펴봅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Highlights
- 세계 최초 '다운증후군' 모델…호주 ‘매들린 스튜어트’
- 장애인 편견 깨고 꿈 이루는 ‘아름다운 도전’ 이어져
- 3월 21일, ‘다양성 지지’ 위해 짝짝이 양말 신기 캠페인
주양중 PD(이하 진행자): 최근 영국 BBC의 어린이 채널 '씨비비즈(CBeebies)'에 새 진행자가 등장한다는 소식에 팬들이 환호하고 있다며, “다운증후군이 있는 조지 웹스터(20)가 새 진행자로 합류한다”라고 호주 데일리메일이 BBC 보도를 인용해 전했는데요.
유화정 PD: ‘씨비비즈(CBeebies)’는 전 세계적으로 방영되고 있는 미취학 아동 대상 텔레비전 채널입니다. 2007년부터 해외 방송을 시작했고, 2015년에는 한국의 KBS 키즈에서 콘텐츠를 공급해 한국어방송 및 영어방송을 편성해 방송 중입니다.
BBC는 다운증후군이 있는 조지 웹스터가 유아 교육 프로그램 '씨비비즈 하우스' 진행자로 합류한다며, 우리는 새로운 역사를 만든다고 밝혔습니다.
웹스터는 앞서 다운증후군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유아대상 기획영상에 출연한 바 있는데, 주 시청자인 부모와 아이들의 긍정적 반응과 찬사가 이어지면서 유명세를 탔고, 이것이 ‘씨비비즈 하우스’의 풀 타임 진행자로 발탁된 계기가 됐습니다.
22일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영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트위터 등을 통해 차세대를 위한 채널에서 '다양성'을 찾아볼 수 있다는 게 정말 중요하다며 환호가 잇달았습니다. 배우이자 댄서인 웹스터는 영국의 지적장애인 인권단체 맨캡(Mencap)의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양중 PD: 영어에서 장애인과 정상인을 disabled 와 non-disabled people로 구분하는 것처럼, 한국에서는 사전에는 없는 단어이지만 ‘비장애인’이란 표현을 쓰고 있는데요.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다름’을 이해하고 ‘다양성’을 존중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세계다운증후군의 날(World Down Syndrome Day)’도 있죠?

George Webster made a popular video about Down’s syndrome misconceptions before joining the channel Source: BBC
유화정 PD: 다운증후군은 21번 염색체가 3개인 유전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보통 염색체는 두 개씩 쌍을 이루는 데 하나가 더 있는 것이죠. 유엔(UN)은 매년 3월 21일을 ‘세계다운증후군의 날’로 기념하고 있는데, 21번 염색체가 3개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날 세계 각국에서는 양쪽 양말을 짝이 맞지 않게 바꿔 신는 짝짝이 양말 신기 캠페인을 갖기도 하는데요. 양말을 짝짝이로 신는 활동은 다운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을 지지하는 의미로 처음 시작되었지만, 최근 스웨덴, 핀란드 등에서는 ‘다름’과 ‘다양성’에 대해 이해하고 “다양성을 지지한다”는 더욱 넓은 의미로, 짝짝이 양말 신기 활동을 확대해 펼치고 있습니다.

Why do people wear odd-coloured socks on World Down Syndrome Day? Source: Getty Images
진행자: 전문가들에 따르면 염색체 이상으로 나타나는 가장 흔한 질병이라고 하는데, 매년 호주에서 신생아 1,100명 중 1명은 다운 증후군을 앓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기록 보고가 있죠. 일반적으로 다운증후군은 산모의 연령이 높을수록 발생 빈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죠?
유화정 PD: 다운증후군은 전 세계적으로 인종이나 종족, 경제적 환경 등에 관계없이 매년 새로 태어난 아기 800명 ~ 1000명 중 1명 꼴의 빈도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호주는 평균보다 조금 높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매년 전 세계에서 3,000~5,000명이 다운증후군을 안고 태어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남녀의 비는 약 1.15:1로 남아가 많고, 산모의 연령이 높을수록 발생 빈도는 높아집니다. 45세 이상의 산모에서 46명 당 1명의 비율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2019년 서호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조사에서 호주에서 다운 증후군을 갖고 있는 개인의 수는 13,000-15,000명 사이로 추정됐습니다. 호주 인구 10,000명당 5.14명의 다운 증후군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진행자: 지난 2019년에는 한국의 울산과학기술원 연구팀이 다운증후군에서 나타나는 지적장애의 원인을 세계 최초로 규명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사전 예방이 어렵고 아직까지 근본적인 치료법은 또한 없다고 알려져 있죠?
유화정 PD: 다행히도 다운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과거보다 더 길고 건강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다운 증후군 환자의 기대 수명은 지난 50년 동안 극적으로 증가했음을 알 수 있는데요.
다운증후군 환자의 평균 수명은 1982년 25세로 조사됐고, 현재는 약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호주에서 다운 증후군 환자의 평균 기대 수명은 60세입니다.
진행자: 평균 수명이 2배로 늘어난 데는 어떤 긍정적 요인이 작용했을까요?
유화정 PD: 다운증후군 아이들이 신체·소통·인지 능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기 중재’ 프로그램 및 자원이 활성화됐다는 것이 가장 주된 요인이 되겠는데요.
많은 아이들이 학교 정규반에 들어가고, 스포츠에 참여할 수 있고, 성인이 되어서는 직업을 갖고 반독립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됐습니다. 대부분 상대적으로 정상적이고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며 50대 중반까지, 많게는 60~70대까지 생존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진행자: 세계 최초의 '다운증후군'모델로 패션계의 편견을 벽을 허물며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통합을 이끄는 상징이 된 호주 출신 모델 매들린 스튜어트(Madeline Stuart) 얘기를 해보죠. 18세 나이로 매들린 스튜어트가 패션계에 입문했을 때, 그 첫 무대가 뉴욕 패션위크 런웨이 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미디어의 헤드라인을 장식했었죠?

Madeline Stuart walks the runway in NY Source: Reuters
매들린 스튜어트는 당시 자신의 웹사이트에 "나는 모델 활동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바꿀 수 있기를 희망하며 지속적으로 공식 석상에 나설 것이다"라고 밝혔는데요. 매들린은 그의 바람대로 단 한 번 뉴욕 패션위크에서 워킹을 하고 반짝 사라지는 원 히트 원더(one-hit wonder)가 아닌 정식 모델로, 다운증후군을 넘어 ‘패션의 아이콘’으로 세계 패션계에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진행자: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세계 최초의 슈퍼모델 타이틀에 도전하는 매들린의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Maddy the Model’이 제작되기도 했는데요. 한국에서는 <매들린, 런웨이의 다운증후군 소녀>로 소개됐었죠. 매들린은 언제부터 모델의 꿈을 키웠고,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궁금한 부분인데요.

Madeline Stuart, World's first Supermodel With Down Syndrome Source: Reuters
유화정 PD: 애초 스튜어트의 장래 희망은 맥도널드 점원이었습니다. 키 149cm에 다운증후군의 특징인 불어난 체중이 건강을 위협하자 다이어트를 시작하게 됐는데, 열심히 운동하고 치어리딩까지 섭렵한 끝에 18kg을 감량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꿈이 모델로 바뀌었는데, 그 첫 시작은 엄마 로잔을 따라 패션쇼 구경을 다녀오면서였습니다.
패션쇼를 구경하고 온 매들린이 자신도 모델이 되고 싶다고 말했고, 무엇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딸을 보면서 엄마 로잔은 뛰어나지는 않더라도 어떤 영감을 줄 수는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이후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고 매들린의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고, 사진을 하나씩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뉴욕 패션위크의 관계자로부터 연락이 온 겁니다.
진행자: 호주 브리즈번에서 태어난 다운증후군 소녀가 세상이 주목하는 모델이 되기까지, 물론 올해로 패션계 입문 만 6년 차의 프로패셔널 모델로서 또한 사회적 영향을 주는 인플루언서로 세상의 주목을 받지만, 그 뒷면의 어려움도 상당했으리라 여겨지는데요.
유화정 PD: 다큐멘터리 <매들린, 런웨이의 다운증후군 소녀>의 마지막에서 엄마 로잔 스튜어트는 이렇게 말합니다.
"20년 동안 사람들은 매들린을 봐주지 않았지만 이젠 아름답다고 말해주죠."

Madeline Stuart with her mum Rosanne Source: AP
어쩌면 그것 만으로도 소녀의 꿈과 소녀의 꿈을 지켜내고자 했던 엄마의 꿈은 모두 이뤄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진행자: 매들린이 패션계에서 주목을 받은 후로 장애를 가진 다른 모델들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졌는데, 매들린 스튜어트에서 시작된 변화는 또 다른 매들린들이 패션계로 진출하는 문을 열어준 셈이 됐죠?
유화정 PD: 대표적인 예로 지난해 명품 브랜드 '구찌' 모델로 발탁된 영국의 18세 다운증후군 소녀 ‘엘리 골드스테인’을 꼽을 수 있습니다.
모델 활동을 시작한 지 올해로 4년 차인 엘리는 명품 브랜드 대표 모델들 사이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며 많은 누리꾼들의 응원을 받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엘리는 어린 시절부터 늘 공연을 즐겼고, 5살 때부터 드라마와 댄스 수업을 들어왔습니다. 현재 대학에서 공연예술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Ellie Goldstein from UK, the breakout star of Gucci Beauty Source: gucci
지난해 몰타의 모델 대회에 출전해 숨겨둔 끼를 발산한 5살 프란체스카 라우시는 모두가 지켜보는 런웨이에서 주눅 들기는커녕 누구보다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당당하게 걸어갑니다.
프란체스카는 어른이 돼서도 멋지고 성공적인 모델이 되기 위해 워킹 연습과 포즈 연습을 꾸준히 하고 있다는데요. 다운증후군을 극복하고 최초로 수퍼 모델이 된 호주의 마들린 스튜어트와 나란히 무대에 서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세상의 편견을 깬 아름다운 도전, 컬처 IN에서 살펴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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