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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주간 전국적으로 펼쳐진 NAIDOC 주간이 바로 어제 15일 막을 내렸습니다.
원주민과 토레스해협 군도민의 역사와 문화, 업적을 기념하는 NAIDOC 주간의 올해 테마는 호주 대륙에 6만5000천 년 이상 존재하면서 이 땅을 보살펴 온 것을 인정하자는 취지의 ‘항상 있었고 항상 있을(Always Was, Always Will Be)’이었는데요,
하지만 원주민들이 호주 대륙에 6만 년 이상 존재해 온 것이 정작 호주 국가에는 반영되지 않고 있어 이번 NAIDOC 주간 동안호주 국가 가사의 개사 필요성이 적극 공론화됐습니다.
현재의 호주 국가 'Advance Australia Fair(호주여 당당히 전진하라)'의 가사 중 특히 개사의 필요성이 지적된 부분이 “we are young and free”라는소절입니다. 이는 신생국이라는 의미로 풀이되기 때문인데요, 즉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호주 원주민 문명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변경돼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한 나라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국가, 당연히 모든 국민이 포함되고 역사와 문화가 제대로 반영돼야 할 텐데요, 하지만 단 하나의 단어나 소절을 바꾼다고 정말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요? 아니면 그저 상징적 노력에 그치는 것은 아닐까요?
이에 호주 원주민이 인구에 포함되지 않던 당시 쓰여진 현재의 호주 국가를 아예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도나오고있습니다.
오늘이 시간에는 이와 관련한 이슈들을 자세히 살펴봅니다.
진행자: 호주 원주민의 역사를 더 잘 반영하도록 호주 국가의 가사를 개사해야 한다는 촉구에 점점 더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몇몇 정치인들 역시 그 같은 대의를 따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요,
조은아: 네, 그렇습니다. 6만 년 이상 이 땅에 존재해 온 호주 원주민의 역사를 호주 국가에 더 잘 반영해야 한다는 데 점점 더 많은 정치인들이 동의하고 있는데요,
대표적 정치인은 원주민 출신의 캔 와이어트 연방 원주민부 장관과 앤소니 알바니즈 연방 노동당 당수 그리고 글래디스 베레지클리언 뉴사우스웨일스 주총리입니다. 이들 모두 지난주 NAIDOC 주간 동안 호주 국가의 첫 소절을 개사해야 한다는 데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진행자: 개사의 필요성이 구체적으로 제안된 부분은 어떤 소절인가요?
조은아: 네, 바로 "For we are young and free..."라는 부분인데요, 어떤 부분이 왜 문제로 지적됐는지 쉽게 짐작하실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진행자: 가장논란이되고있는소절이바로 “we are young and free…”라는부분인데요. 호주원주민의수만년에걸친문화가반영되지않아문제가된거군요?
조은아: 네, 바로 보셨습니다. 신생국이라는 의미로 풀이될 수 있는 “we are young…”이라는 부분이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호주 원주민 문명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문제가 된 건데요, 따라서 개사를 지지하는 이들은 “we are young and free..."라는 부분을 "we are one and free"로 개사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진행자: “we are young…”이라는 부분은 확실이 6만5000여 년의 원주민 문화를 간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호주 국가는 호주 최초의 정착민인 원주민의 문화와 역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일부 호주 국민들 사이에 오랫 동안 논란의 불씨를 제공해 온 것이 사실인데요, 가사에 대한 불만은 스포츠 게임에서도 불거져 나왔죠?
조은아: 네, 그렇습니다. 보통 큰 경기를 시작하기 전 선수들은 국가를 제창하는데요, 올해 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일부 선수들은 호주 국가 제창을 거부하는 등 이를 보이콧해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높여오기도 했습니다. 아시겠지만 호주 럭비의 왕중왕전 ‘스테이트 오브 오리진’ 시리즈의 개막 경기가 지지난 주에 있었는데요, 경기 전 국가 제창 시 일부 선수들은 국가를 제창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진행자: 앞서 잠깐 언급됐지만 개사를 촉구하는 대표적 정치인 중 한 명이 바로 뉴사우스웨일스 주총리에요.

NSW Premier Gladys Berejiklian. Source: AAP
조은아: 네, 그렇습니다. 지난주 ‘스테이트 오브 오리진’ 두 번째 경기가 있던 오전, 글래디스 베레지클리언 뉴사우스웨일스 주총리는 ‘호주의 역사가 제대로 반영돼야 할 때’라고 강조했는데요,
베레지클리언 주총리는 호주 국가가 원주민 역사를 반영하지 않는다고 여기는 호주 원주민들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For we are young and free..." 소절을 "we are one and free"로 개사한다고 구체적으로 개사할 부분을 지적했는데요, 수만 년 동안 원주민들이 호주 대륙에 존재해 왔다고 강조하면서 개사를 통해 호주가 신생국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원주민 출신인 캔 와이어트 원주민부 장관도 물론 개사를 지지하는 입장이죠?
조은아: 네, 물론입니다. 와이어트 장관은 개사를 지지한다면서 베레지클리언 주총리가 제안한 부분을 개사하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습니다.
앤소니 알바니즈 연방 야당 당수도 개사를 지지하는 대열에 동참했는데요, 그는 실용적인 제안이라면서 개사가 필요하다고 지적된 부분은 마찰을 일으킬 소지가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호주의 첫 정착민인 호주 원주민들과 함께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되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문명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한 국가로서 자랑스러워 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호주 국가를 개사하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도 궁금한데요.
조은아: 사실 호주 국가는 앞서 개사된 적이 있습니다. 1984년 밥 호크 연방총리 시절이었는데요, 당시 호크 연방총리는 그의 행정 권한을 이용해 호주 국가 가사 중 "Australia's sons let us rejoice", 즉 "호주의 아들이여, 함께 기뻐하자"를 "Australians all let us rejoice", 즉 "호주인들이여, 함께 기뻐하자"로 개사한 바 있습니다.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된 것인지 쉽게 짐작되시나요?
진행자: ‘sons(아들들)’이라는부분이성차별적이라문제가된거군요?
조은아: 네, 맞습니다. ‘아들들’이라고 쓰인 부분이 여성을 배제하고 있다는 논란을 촉발시켰고, 이에 성별 중립적으로 개사된 겁니다. 당시 전국오스트레일리아데이위원회(National Australia Day Council)가 가사를 개사할 것을 권고하면서 이뤄졌습니다.
진행자: 의외로 간단히 개사가 이뤄졌네요.
조은아: 네, 그렇습니다. 호주 국가에서 호주의 가치와 호주의 첫 정착민을 인정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기구, RAP (Recognition in Anthem Project)의 설립자이자 빅토리아주 최고 법원 판사 출신인 피터 빅커리 의장은 현재의 국가를 개사하는 것은 호크 총리 당시 이뤄진 것과 유사한 “간단한 절차(simple process)”를 따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그는 또 다른 방법은 의회에 국가 개사 법안을 발의해 투표를 통해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호주의 국가가 국민의 일부에게 상처가 되서는 안 된다는 데 이견이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여기서 잠깐 현재의 호주 국가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살펴보고 넘어가죠.
조은아: 네, 현재의 호주 국가 'Advance Australia Fair(호주여 당당히 전진하라)'의 가사는 1878년 스코틀랜드 출신의 교사였던 피터 도즈 맥코믹이 작사했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호주의 국가는 영국 국가인 'God save the Queen(신이여, 여왕을 지켜주소서)’이었는데요,
하지만 현재의 호주 국가 ‘Advance Australia Fair’가 국가로 지정되기까지는 가사가 나온 뒤에도 한 세기가 더 걸렸습니다. 1977년 호주 국가 선정을 위한 국민투표가 실시됐구요, 여기에서 찬성표가 더 많이 나오면서1984년부터 호주 국가로 공식 채택됐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호주 원주민의 역사와 문화를 잘 반영하도록 개사를 해야 한다는 데 찬성하는 이들도 있지만 반대하는 이들도 분명 존재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조은아: 네, 물론입니다. 매트 카나반 국민당 상원의원이 대표적 인물인데요, 카나반 국민당 의원은 지난주 초 호주 국가를 개사하자는 제안은 호주의 선조들을 욕되게 하려는 부당한 시도라면서 호주는 오늘날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호주 연방정부 수립을 이끈 선조들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그는 호주는 수만 년 이상 이어온 풍부한 역사와 오래된 문명을 가지고 있지만 호주는 신생 국가, 즉 ‘young country’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연방 정부의 입장은 어떤가요?

Nationals Senator Matt Canavan in the Senate chamber at Parliament House in February. (Image: Mick Tsikas) Source: AAP
조은아: 연방총리내각실 대변인은 “정부는 국가를 개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는데요,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호주 국가는 호주 국민들에게 전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1970년대 국민투표를 통해 호주 국가의 가사와 곡조가 1984년 4월 19일, 호주 연방총독에 의해 선포됐다”고 그 당위성을 역설했습니다.
이어 “정부는 중요한 국가적 상징인 국가를 개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호주 국가를 개사하는 것이 원주민과 비원주민 간 화합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지도 고려돼야 할 사항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조은아: 네 중요한 지적하셨는데요, 원주민 출신 의원들은 국가를 개사하는 것은 한 걸음 더 진전하는 것이라는 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노동당의 원주민 출신, 말란디리 맥카시(Malarndirri McCarthy)의원은 개사는 호주 원주민을 포함시키기 위한 더 광범위한 논의를 향한 중요한 단계라고 강조합니다.
또 다른 원주민 출신 의원이죠. 노동당의 린다 버니 의원 역시 제안된 국가 개사는 분열을 바로잡기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즉 한 나라의 국가는 국민 모두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이 돼야 한다며, 그 때서야 모든 국민이 자랑스럽게 함께 제창할 것이라는 겁니다.
진행자: 하지만 ‘한 단어’를 바꾸는 것은 단지 상징적인 화합의 노력으로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죠?
조은아: 네, 사실 호주 국가 개사를 둘러싼 논쟁으로 촉발된 질문의 하나가 바로 말씀하신 부분인데요, 즉 ‘한 단어’를 바꾸는 것은 상징적인 화합의 노력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원주민 출신인 리디아 소프 녹색당 상원의원은 “한 단어(one word)”를 바꾸는 것은 호주 원주민을 위한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는데요,
그는 호주에서 원주민의 권리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진 적이 결코 없다고 개탄했습니다.
또한 호주가 전진하고 성숙하기를 원한다면 가장 오래된 현존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는 원주민 및 토레스해협 군도민이 진정으로 호주 국가 정체성의 일부가 될 필요가 있다고 강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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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NAIDOC 주간: 호주 원주민 고통의 역사와 현주소
진행자: 개사가 아닌 아예 새로운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요.
조은아: 네, 그렇습니다. 시드니광역권원주민토지위원회(Metropolitan Local Aboriginal Land Council)의 네이선 모란 CEO는 국가 개사가 진전을 향한 한 걸음이기는 하지만 모든 호주 국민을 단합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국가가 필요하다고 믿는데요,
모란 CEO는 혹독한 과거를 반영한 국가가 아닌 진정한 호주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국가가 돼야 한다면서 진정으로 하나된 사회는 호주 원주민을 진정으로 포함시키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호주가 단지 백인들만을 인구로 인정하던 때 쓰여진 국가의 가사 중 한 단어를 바꾼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