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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는 매년 7월 첫째 주 일요일부터 둘째 주 일요일까지를 NAIDOC 주간으로 기념합니다. 이 기간 호주 국민들은 원주민 및 토레스해협 군도민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그 업적을 축하하고 기념하는데요,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NAIDOC 주간이 11월 8일부터 15일로 연기됐습니다.
올해 NAIDOC 주간의 테마로 선정된 ‘항상 있었고 항상 있을(Always Was, Always Will Be)’은 원주민이 호주 대륙에 6만 5000천 년 이상 존재하면서 이 땅을 보살펴 온 것을 인정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처럼 호주 원주민들은 호주 대륙에 6만 5000년 이상 존재해 왔지만 유럽인들이 18세기 후반 호주에 이주하기 시작하면서 호주 대륙을 `무주공산, 즉, Terra Nullius’로 선포하고 토착민들을 무시하면서 비인도적으로 대한 것은 물론 학대와 학살을 자행했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NAIDOC 주간을 맞아 호주 원주민을 둘러싼 다양한 이슈를 짚어봅니다.
진행자: 호주 최초의 주민들, 즉 호주 원주민은 호주 대륙에 6만5000천 년 이상 존재하면서 현존하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문화를 영위해 왔지만 18세기 후반 유럽인들이 이주하면서 고통의 역사가 시작됐는데요.
조은아: 네, 그렇습니다. 1788 년 1월 26일 아서 필립 총독이 시드니 코브에 깃발을 꽂아 영국의 통치권을 선언하면서 원주민 인권은 물론 그들의 전통과 문화, 언어 등에 파괴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진행자: 원주민에 대한 차별과 학대, 학살과 관련해 ‘빼앗긴 세대’ 또는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에 대해 얘기 안 할 수 없는데요,
조은아: 네, 그렇습니다. 1867년과 1911년 사이 6개 주에 이른바 ‘원주민 보호’ 정책이 도입됐었는데요, 원주민을 보호한다는 명목이었지만 실상은 순수혈통의 애보리진을 격리시키고 혼혈아동을 백인사회에 동화시킨다는 목적이었습니다.
‘빼앗긴 세대’로 잘 알려져 있는 원주민 아동들은 원주민 가족으로부터 격리돼 기숙학교나 입양 보내져 ‘유럽인화’ 또는 ‘백인화’ 과정을 겪어야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주정부들은 원주민 및 토레스해협 군도민이 어디에 살지, 누구와 결혼할지를 결정할 권한이 있었었는데요, 호주 원주민과 관련한 부끄러운 역사의 한 페이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진행자: 앞서 18세기 후반 영국은 호주를 ‘아무도 거주하지 않는 땅’, 혹은 `주인없는 땅 즉 무주공산, terra nullius로 일방적으로 규정해 법적 당위성을 만들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원주민토착소유권(Native Title)’의 법적 근간이 된 마보 판례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Eddie Mabo - the man who changed Australia Source: SBS
조은아: 네, ‘원주민 토착 소유권(Native Title)’ 법안의 근거가 된 ‘마보 판례’가 나온 지 올해로 28년이 됐는데요, 퀸즐랜드 북부 토레스 군도 해협의 메리암 부족의 지도자 출신인 에디 마보는 1982년부터 토레스 군도의 토지 소유권을 인정받기 위한 법정 투쟁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992년 연방 대법원은 ‘주인없는 땅’이라는 의미의 ‘테라 눌리우스’ 원칙을 뒤짚고 역사적인 ‘마보 판례’를 남깁니다. 이후 1993년 폴 키팅 당시 연방총리가 마보 판례에 근거한 ‘원주민토착소유권 법안(Native Title Act)’을 통과시킵니다.
진행자: 1992년 마보 판례는 유럽인 이주 훨씬 전부터 원주민이 존재했었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한 전환점이 됐는데, 실제 호주 원주민들이 호주 국민으로서 인정받기 시작한 때가 1960대였다는 사실은 원주민에 대한 처우가 얼마나 부당했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조은아: 네, 국민의 당연한 권리인 참정권조차 없었는데요, 모든 원주민에게 연방 총선에서 투표할 수 있는 동등한 권리가 처음 주어진 것은 1962년이었습니다. 하지만 비원주민 호주 국민과는 달리 1984년까지도 호주 원주민에게 투표는 의무가 아니었습니다.
진행자: 원주민들이 호주 인구조사에 정식으로 포함된 것이1967년에 실시된 국민투표 이후였는데, 그 전까지는 법적 보호나 사회보장 혜택도 받을 수 없었죠?
조은아: 네, 그렇습니다. 원주민 및 토레스 해협 군도민은 1967년까지 호주 인구에 포함돼지 않았었기 때문에 연금이나 출산 수당과 같은 사회보장 혜택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1967년 원주민을 인구조사에 포함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국민투표(referendum)가 90% 이상 찬성으로 통과되면서 그때부터 원주민들이 호주 인구에 포함됐고 사회보장 혜택도 받게 됐습니다.
원주민이 인구조사에서 배제됐던 과거에는 몇몇 주의 경우 부서를 만들어 원주민 사안을 다뤘는데요, 이들 부서는 동시에 동식물군과 야생동물도 관리했습니다. 이는 곧 원주민을 동식물군의 일부로 간주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File photo of Aboriginal Rights referendum on May 29, 1967 Source: AAP
1967년 국민투표는 원주민 및 토레스 해협 군도민에 대한 차별이 공식적으로 종료된 전환점을 마련한 역사적 순간이었구요, 그로부터 2년 후 모든 주는 ‘원주민 보호’ 정책 하에 원주민 자녀를 가족과 격리하도록 허가한 법안을 폐지했습니다.
진행자: 2008년, 케빈 러드 전 연방총리가 원주민 동화정책으로 부모와 생이별할 수밖에 없었던 원주민 자녀들, 즉 ‘빼앗긴 세대’ 혹은 ‘잃어버린 세대’에게 공식 사과를 하면서 또 다른 전환점이 마련되죠.
조은아: 네, 그렇습니다. 2008년 2월 케빈 러드 당시 연방총리는 1970년까지 60여 년간 자행된 동화정책에 대해 공식 사과했습니다.
원주민과의 공식적 화해 과정의 또 다른 획기적 사건은 2000년 원주민과의 화합을 지지하는 약 25만 명이 시드니 하버 브리지를 행진한 것입니다.
진행자: 호주 원주민 대표자들은 물론 원주민 옹호단체들은 원주민의 헌법상 지위 인정을 포함해 원주민에 대한 실질적 처우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속적 요구를 해왔는데요, 그 결과물의 하나가 바로 역사적인 울루루 성명이죠?
조은아: 네, 그렇습니다. 2017년 원주민 대표들이 의회 내 헌법에 보장된 원주민 대표 기구 신설을 촉구한 울루루 성명(2017 Uluru Statement)을 발표한 바 있는데요, 이 역사적인 울루루 성명은 호주 원주민의 헌법상 인정이라는 상징적인 것보다는 보다 실질적이고 제도적인 권한이 원주민에게 부여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울루루 성명에서 구체척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조은아: 우선 호주에서 원주민이 정당한 위상을 차지하도록 하고 원주민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헌법 개정을 원하고 있습니다. 즉 원주민 대표 기구 설립을 촉구해 원주민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고요, 또한 호주의 각 정부들과 원주민 간 합의 절차와 원주민 역사에 관한 진실 말하기를 감독하는 마카라타 위원회(Makarrata Commission)의 설립을 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호주 원주민 이슈에서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원주민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차별입니다. 저희 SBS 한국어 프로그램에서도 최근 호주인 4명 중 3명이 호주 원주민에 대해 인종적 편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를 보도해 드렸었는데요.
조은아: 네, 지난 6월 호주 국립대학이 발표한 연구 결과였는데요, 나이, 성별, 직업, 교육 수준, 소득과 상관없이 호주인의 75%가 원주민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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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인 4명 중 3명 “원주민에 대해 인종적 편견 갖고 있다”
진행자: 정말 호주 사회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라고 밖에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올해 중순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번진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를 계기로 호주 원주민에 대한 부당 처우 및 높은 수감률 등의 문제들이 한층 더 부각됐었는데요.
조은아: 네, 그렇습니다. 호주 원주민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3.3%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교도소 전체 수감자 중 원주민 수감자의 비율은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데요,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원주민 수감률이 미국 내의 흑인 수감률보다 높다는 분석도 나온 바 있습니다.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시위로 원주민 옥중 사망 문제 역시 큰 문제로 부각됐습니다.
진행자: 말씀하신 것 외에도 호주 원주민들의 기대 수명, 고용률, 12학년 성취율 등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들이 산재해 있는데요, 연방정부는 호주 원주민과 비원주민 간 격차 해소를 위해 ‘클로징 더 갭(Closing the Gap)’을 모토로 국가 차원에서 노력을 계속 기울이고 있잖습니까.
조은아: 네, 그렇습니다. 지난 7월 말 연방 및 각 주 및 테러토리 정부들은 기대 수명, 교육 수준, 취업률 등16가지 분야에서 2031년까지 격차를 해소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천해 나가기 위한 협정에 서명하는 등 국가 차원의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데요, 주목할만한 점은 새로운 목표 16가지 중 세 가지가 교육 관련 사안이었다는 겁니다. 그 만큼 교육의 중요성을 정부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진행자: 원주민과 비원주민 간 사회적 격차 해소에 교육이 정말 중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비원주민들이 역사에 대한 깊은 통찰을 가지고 원주민 이슈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가질 때 격차 해소에 빠른 진전이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Source: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