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hlights
- BTS아미로 시작된 '한글 배우자' 열풍...세종학당 넘쳐나
- '기생충' '오징어게임' 등 한류 확산에 한글 전 세계 노출
- 575돌 한글날에 ‘King Sejong The Great’ 국·영문 동시 발간
120년 역사의 영국 최대 서점 포일스(Foyles) 정문엔 조선시대 임금의 옷인 붉은 곤룡포가 런던 시민들을 반깁니다. 한국에 관한 도서는 요즘 이 서점의 베스트셀러입니다.
영국 로이터(REUTERS) 통신은 “세계적인 흥행작 ‘오징어 게임’ 방영 이후 한국어 공부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한국어 학습은 ‘세계적 현상’이며 멋진 여가활동이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스타트렉'의 작가 조 메노스키(Joe Menosky)의 첫 사극 판타지 장편 소설 ‘킹 세종 더 그레이트(King Sejong The Great)’가 한국어 번역본과 영문본으로 동시 출간돼 눈길을 끕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주양중 PD(이하 진행자): 코로나 팬데믹(pandemic)으로 지구의 이동이 멈춘 지난 2년간 한국발 문화 콘텐츠 이슈가 지구촌 미디어를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이를 통해 세계한국어 학습 열풍이 고조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리고 있죠?
유화정 PD: 방탄소년단(BTS)과 '기생충' 그리고 '오징어 게임'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대중문화가 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한글'도 덩달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넷플릭스 역대 최고 흥행작으로 기록된 K-drama ‘오징어 게임’의 인기가 세계적인 한국어 배우기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는데요.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83개국 인기 순위 1위를 휩쓸며 전 세계 1억 1000만 가구가 시청했습니다.
오징어 게임을 통해 한국 전통놀이는 물론 한글을 배우려는 외국인들이 급격히 늘면서 한국어 학습 열풍이 뜨겁게 고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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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 IN] 대박! 글로벌 화 '한국어'…영어 어휘에 혁신 불러
진행자: 지난 9월에는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OED: Oxford English Dictionary) 최신판에 먹방 · 치맥 · 대박 · 한류 · 반찬 · 오빠 · 언니 · 애교 · 트로트 · 콩글리시 등 한국어 표제어가 대거 추가돼 한국문화의 가치를 드높였는데, 외신들의 반응도 뜨거웠죠. “한국이 만든 파도는 '영어의 바다 위에서 잔물결'을 일으키고 있다."라는 표현이 상당히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유화정 PD: “한국 스타일은 이제 ‘쿨함’의 전형으로 여겨지고 있다”라고 평가한 옥스퍼드사전 출판부는 한국어 단어를 추가 등재한 배경에 대해 한국어가 현대 영어 어휘에 신선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CNN은 ”한류가 옥스퍼드사전을 휩쓸었다. 한국어 단어의 영어권 채택과 쓰임은 어휘의 혁신이 더 이상 영국과 미국의 전통적인 영어권 국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라고 높이 평가했습니다.
영국 최대 일간 가디언도 “한국 문화가 세계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오징어 게임’과 방탄소년단(BTS)을 통한 한국적인 영향력이 옥스퍼드 사전에까지 이른 것이라고 대서특필했습니다.
진행자: 대중문화가 언어 학습 트렌드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 정설인 것 같습니다. 최근 로이터 통신의 보도도 눈길을 끌었는데요. 한국 음악과 영화, 드라마의 세계적인 인기가 한국어 학습 수요를 증가시키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미국의 언어 학습 애플리케이션 ‘듀오링고’를 예로 들었죠?
유화정 PD: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5억 명 이상 등록한 미국의 언어 학습 애플리케이션 듀오링고는 '오징어 게임' 방영 이후 2주 만에 신규 한국어 학습 신청자가 영국에서 76%, 미국에서 40%가 각각 증가했습니다.
'듀오링고(Duolingo)'는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 세계 1위 언어 학습 앱으로 모든 학습 과정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현재 듀오링고의 한국어 학습자는 총 790만 명으로 집계되면서 인도 공용어인 힌디어 다음으로 급격히 증가하는 언어로 자리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BTS와 영화 '기생충'으로 한국이 세계 엔터테인먼트 중심으로 자리 잡은 데 이어 '오징어 게임'으로 한국어 열풍까지 불며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지구 상 가장 강력한 팬덤을 자랑하는 BTS는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고, 빌보드 차트에 한국 가수의 노래가 순위에 오르는 것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인데요. 사실 외국인들의 한글 배우기 열풍은 '오징어 게임' 이전, 방탄 팬덤 ‘아미’로 부터 이미 시작이 됐다고 봐야죠?

Summer Of K-Pop: BTS Replaces Itself At No. 1 With ‘Permission To Dance’ Source: Forbes
유화정 PD: 한국어로 된 BTS 노래가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면서 BTS 팬들은 가사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너도나도 한글 배우기에 나섰습니다. BTS 때문에 한글을 배웠다는 ‘아미’ 팬들이 1만 7000명에 달할 정도입니다.
팝송 영어 가사를 한글 발음으로 적으며 외우던 시절을 생각하면, 외국인들이 한글 가사를 거꾸로 자신들의 언어로 적는 지금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죠. 여기에 '기생충'까지 오스카 4 관왕을 차지하면서 전세계적으로 한글이 노출되기 시작했습니다.
진행자: 자막을 빗대 '1인치의 장벽'이라고 표현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의 명언을 다시금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데요.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더빙 VS 자막 논쟁이 불붙었는가 하면 “대사는 훌륭한데 번역이 이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들이 나왔죠?
유화정 PD: '오징어 게임'의 번역이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원래 콘텐츠를 완전히 즐길 수 없다는 지적이 소셜미디어 상에 속속 제기된 것인데요.
특히 드라마에서 '한미녀'가 등장하는 장면을 예로 들며 "꺼져"라는 강한 대사가 "저리 가"(Go away)로 번역된 점 등이 극 중 갈등 분위기와 '한미녀'의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더불어 '한미녀'가 "내가 공부를 안 해서 그렇지 머리는 장난 아니라니까"라면서 자신을 부각하려는 대사가 영어 자막으로는 "난 천재는 아니지만 해낼 수 있어"(I'm not a genius, but I still got it worked out)라고 번역된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오빠'는 '올드맨'으로 '아주머니'는 '할머니'(grandma)라고 번역돼, 한국 특유의 호칭을 적절하게 표현해내지 못했다는 꼬집음도 있었습니다.
‘오징어 게임’을 시청한 많은 외국인들은 한국어 원어 더빙과 영어자막으로 시청해야 몰입감을 더 느낄 수 있다는 조언들을 내놓았습니다.
진행자: 아, 그런데 ‘오빠’는 이제 ‘올드맨’과 같은 애매한 번역이 필요하지 않겠는데요? 옥스퍼드 사전에 엄연히 세계 공용어로 등재됐으니 이젠 ‘오빠’로 해야겠죠?

Watching Squid Game Source: Photo by Robin Utrecht/ABACAPRESS.COM
유화정 PD: 그렇죠. 대사는 훌륭한데 번역이 이를 살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다는 것, 이것이 바로 세계인들이 자국어 자막을 읽는 것을 넘어서 한글과 한국어를 배우려는 직접적인 이유입니다.
외국인들은 자연스럽게 대사에 담긴 한글의 의미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기 시작했고, 이는 한글 배우기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해외에서의 한국어 교육하면 우선 세종학당을 떠올리게 되는데, 현재 한글 교육에 대한 전 세계 수요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나요?
유화정 PD: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한류의 영향력으로 한국어는 세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세계 7만 명이 세종학당을 통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웠고, 30만 명이 넘는 외국인들이 국내 유학과 취업을 위해 한국어 능력시험에 응시했습니다.
2007년 3개국 13개소에 불과했던 '세종학당'이 지난해 76개국 213개로 늘어난 것도 한글교육에 대한 전 세계 수요가 그만큼 늘어났다는 것을 방증하는데요.
특히 지난해와 올해 코로나19로 세종학당 대부분이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했는데도 불구하고 한글을 배우려는 외국인 학생들이 넘쳐나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이외에 현재 전 세계 한류동호회는 1800여 곳으로, 1억 명에 가까운 9900만여 명의 한류동호인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진행자: 지난해 할리우드 스타 기네스 펠트로는 코로나 19 면역력 증강에 ‘김치가 최고’라고 주장해 김치 붐을 일으키기도 했는데, 해외 유명 스타들의 한글사랑도 외국인들이 한글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데 한몫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kimchi has grown to be a popular dish worldwide Source: AAP
유화정 PD: 미국 배우 토마스 맥도넬은 자신의 트위터에 뜻 모를 한글을 마구 복사해서 올리면서 국내에서 '한국어 수집가'로 불리며 큰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여기에 댓글을 달며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한국인들의 뜻밖의 관심에 재미를 붙인 맥도넬은 이후 아예 한글을 배워서 한국 트위터 팬들을 위한 곡을 쓰고 있다는 손편지까지 한글 자필로 올리기도 했습니다.
벨기에의 싱어송라이터 시오엔은 직접 한국어를 배워 자신의 앨범에 ‘홍대’라는 제목의 노래를 삽입하기도 했습니다.
FC 바르셀로나의 축구선수 멤피스 데파이는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한글로 '오징어 게임'이라고 올리며 팬심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King Sejong the Great' by Joe Menosky Source: younhap
진행자: 이런 가운데, 세종대왕 한글 반포 575돌을 맞은 지난 10월 9일 한글날에 nomad라는 제목의 영문 장편 소설이 한국에서 발간돼 국내외적으로 화제를 모았어요. 특히, 미국 SF 시리즈 ‘스타트렉’ 의 작가가 집필해 더욱 눈길을 끌었죠?
유화정 PD: 그렇습니다.'스타트렉'의 작가 조 메노스키(Joe Menosky)가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에 얽힌 이야기를 소설로 창작한 그의 첫 사극 판타지 장편 소설인데요. 한국어 번역본과 영문본으로 동시 출간됐고, 영어판 책 표지에도 '킹 세종'이라는 한글이 들어가 있습니다.
‘킹 세종 더 그레이트’는 기존 알려진 이야기에 메노스키의 상상력이 더해져 소설 속 세종대왕은 한글의 세계 반포를 위해 기독교 사제와 만나기도 하고, '세계 모든 언어'를 수집하는 역관(통역 담당 관리)에게 외국어를 배우기도 합니다.
또 ‘킹 세종’은 강인한 군주'인 동시에 자신의 정책을 반대하는 신하와 우정을 나누고, 궁궐 문지기에게도 '어르신'이라고 말하는 인간미 넘치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작가는 앞으로 이 역사 판타지 소설을 영화와 드라마로도 만들 계획이라고 출판사 측은 밝혔습니다.
진행자: '한글'은 이제 한국의 울타리를 벗어나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습니다. 한류 열풍과 함께 고조되고 있는 한국어 학습 열기에 대해 컬처 IN에서 짚어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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