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킹덤’ 열풍에 주영대사 ‘갓’ 쓰고 여왕 알현

Korean ambassador who met the British queen after writing this K-drama popularity

Korean ambassador who met the British queen after writing this K-drama popularity Source: AFP

김건 주영한국대사가 K-drama ‘킹덤’의 ‘갓’ 차림으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신임장을 제정해 외신의 주목을 끌었다.


주영한국대사가 조선시대 성인 남자가 머리에 쓰던 관모인 '갓'쓰고 엘리자베스 2영국 여왕을 알현해 현지 매체와 외신들이 주목했습니다. 김건 주영대사는 K-drama '킹덤'인기로 '갓'외국인들의 관심이 높아진 점을 고려해 특별히 의상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옥스퍼드 영어 사전 (OED: Oxford English Dictionary) 최신판에 K-drama먹방· 치맥· 대박 등 한국어 표제어 26개가 대거 등재되면서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한국 문화가 세계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관련 소식 컬처 IN에서 살펴봅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합니다.


Highlights

  • 김건 주영대사… 킹덤 `갓` 쓰고 마차 타고 여왕 알현
  • 영국 주요 매체 한국의 전통 모자인 '갓'(gat)에 주목
  • 2010년 뉴욕 패션위크에서 한국 전통 '갓' 첫 선보여

주양중 PD(이하 진행자): 김건 주영한국대사가 전통 한복을 입고 갓을 차림새로 여왕을 알현해 화제가 됐는데요. 신임장 제정식을 위한 방문이었다고요?

유화정 PD: 지난 7월 부임한 김건 주영한국대사 부부는 현지 시간으로 26일 신임장 제정을 위해 버킹엄궁을 방문했습니다. 김 대사 부부는 이날 오전 영국 왕실에서 관저로 보낸 마차를 타고 버킹엄궁으로 이동한 뒤 화상으로 윈저성에 머무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신임장을 제정했습니다.

김건 주영대사는 최근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킹덤’이 외국에서 인기를 얻으며 ‘갓’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높아진 점을 생각해 특별히 의상을 준비했고, 아울러 영국인들이 의복에서 모자를 중요시한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진행자: 이날 행사는 엘리자베스 여왕이 하루 입원했다가 퇴원한 외부 활동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렸는데, 영국 현지 매체들은 대사 부부의 특별한 전통 복장에도 이례적인 관심을 보였다고요?

유화정 PD: 95세 고령인 여왕은 지난 20일 런던 시내의 한 병원에 하루 동안 입원해 예방 검진을 받았습니다. 여왕은 의료진으로부터 며칠 간의 휴식을 권고 받았고, 이후 일주일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였는데, 김건 주영대사가 첫 공식 접견자였습니다.

신임장 제정식에는 서양 예복인 모닝코트 또는 자국의 고유 의상을 입는 것이 관례인데요. 영국 ITV, 스카이뉴스 등은 “김건 주영한국대사가 한국의 전통 모자인 '갓'(gat)을 쓰고 여왕을 화상으로 만났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영상 속 여왕은 노란색 드레스와 진주 목걸이를 착용했고 환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며 영상 너머로 김건 대사를 접견한 여왕의 기분이 좋아 보였다고 상세히 보도했습니다.

Ambassador Kim presents his credentials to Her Majesty Queen Elizabeth II
Ambassador Kim presents his credentials to Her Majesty Queen Elizabeth II Source: AP-Pool PA


진행자: 한복을 차려입은 대사 부부가 영국 왕실에서 보낸 화려한 마차를 타고 버킹엄궁으로 이동했는데, 이것이 영국 왕실의 전통 예법이라면서요?

유화정 PD: 영국의 경우 외국 대사가 새로 부임하면 왕실 전통 예법을 따르는 규칙이 있습니다. 왕실이라는 영국의 소프트 파워를 충분히 활용해 외국 외교관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제공한다는 취지에서인데요.  

각국 대사의 신임장 제정식 날 통상 붉은색 예복을 차려입은 왕실 의전장이 왕가의 문양이 새겨진 화려한 마차 두 대를 대사관저로 끌고 와서 신임 대사 내외 및 수행원을 인솔하는데 덮개가 없는 전통 마차가 런던 시내 한복판을 가로질러 버킹엄 궁으로 향하는 모습 자체가 런던 시민은 물론 수많은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진행자: 버킹엄궁 앞에 나타나는 마차 행렬이 영국으로선 왕실이라는 소프트 파워를 보이는 기회이자 한편 관광자원이라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군요?

유화정 PD: 신임장 제정 행차는 왕실 의전장의 진두지휘에 따라 이뤄지는데, 마차를 끄는 마부의 화려한 붉은 코트가 행인들의 시선을 잡아끌고 앞 뒤에선 기마경찰이 마차를 호위합니다.

여왕을 알현한 뒤 관저로 돌아와서는 수고한 말들에게 신선한 당근을 특식으로 선물하고 마부에겐 차를 한 잔씩 건네는 것이 또한 관례로 대사 부부가 직접 말에게 당근을 먹여줍니다. 영국 주재 대사들은 다들 거치는 의례적인 행사입니다.
Ambassador Kim Geon and his wife, wearing hanbok, attended an audience with Queen Elizabeth II
Ambassador Kim Geon and his wife, wearing hanbok, attended an audience with Queen Elizabeth II Source: AFP
진행자: 이날은 특히 가지 이유에서 크게 주목을 받았는데, 앞서 언급된 대로 첫째는 95여왕이 하루 입원했다가 퇴원한 처음으로 치른 공식 행사였다는 점, 그리고 이에 더해 김건 대사의 도포에 갓을 한국 조선시대 선비 차림이 크게 관심을 끌었단 말이죠.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하지만 ‘갓’이 낯설어서가 아니라 전 세계를 뒤흔든 k-드라마 ‘킹덤’의 인기로 조선시대 관모의 하나인 ‘갓’이 덩달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기 때문인데요.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시리즈는 조선시대에 좀비가 나타났다는 독특한 상상력으로 해외에서 특히 지대한 관심을 집중시킨 화제작입니다.  미국의 유명 경제전문매체 포브스(Forbes)는 “글로벌 팬데믹이 걱정되나? 그렇다면 ‘킹덤’을 봐야 한다”고 집중 조명하기도 했을 만큼넷플릭스가 제공되는전 세계 190여 개국에서 '킹덤 앓이' 일으켰습니다.

특히 킹덤의 흥행과 더불어 북미와 유럽 등지에서는 '갓' 열풍이 불었습니다. 최근 오징어게임 '달고나'에 버금가는 인기를 끌었습니다.

진행자: 맞습니다. ‘K-좀비’라는 신조어가 나오기도 했는데, 좀비 떼를 척결하는 조선의 왕세자 이야기에 해외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열광하게 이유가 코로나 19 팬데믹과 무관하지 않은데요.

유화정 PD: ‘킹덤’ 시즌2가 개봉된 시점이 전 세계적인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사람들의 문화 활동이 극도로 위축이 돼 있던 시기였지만 오히려 흥행에는 대반전의 기회가 됐습니다.

킹덤'에서 좀비가 탄생하게 된 물리적인 원인은 생사초였지만, 근원적인 배경은 '배고픔'이었습니다. 배고픔에 지친 사람들이 생사초로 감염된 자에게 물려 죽은 자의 인육을 먹으면서 '생사역'이라는 역병이 시작되게 된 것인데요. 그럼에도 역병에 걸린 사람들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맞서 싸운다는 '킹덤'의 메시지는 희망적입니다.

진행자: 코로나19 확산과 맞물려 드라마 ‘킹덤’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킹덤’의 스토리뿐만 아니라 오직 한국 콘텐츠에서만 있는 한국 왕실문화부터 조선시대 의복 다양한 새로운 볼거리들에 대한 해외 팬들의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었어요.

Netflix original K-drama 'Kingdom 2'
Netflix original K-drama 'Kingdom 2' Source: younhap


유화정 PD: 해외 팬들은 의외로 '킹덤'에서 극 중 인물들이 쓴 '갓'에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독특한 모양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와 재질 등 그간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문화에 신선한 충격을 받은 건데요.

네티즌들은 “모두 굉장한 모자를 쓰고 있어” “모자 정말 맘에 들어” “저 비치는 재질의 한국 귀족 모자는 어디서 구할 수 있어?” 등등의 댓글을 올려 모자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또 갓(gat)의 발음이 '신(GOD)'과 비슷해  '갓'이라는 이름 역시 해외 네티즌들에게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습니다.

외국 시청자들 중에는 실제로 '갓'을 소장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아마존 몰에서 '갓'을 사고파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유튜브 트래블튜버는 이와 관련 “이것은 민족과 조상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자체적인 콘텐츠 때문이며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한국 문화의 힘"이라고 전했습니다.
HOW TO STYLE A KOREAN GAT(갓): Kpop Style Star TELISU Dressed In A Traditional Korean Gat
HOW TO STYLE A KOREAN GAT(갓): Kpop Style Star TELISU Dressed In A Traditional Korean Gat Source: AFP
진행자: 갓은 오래도록 한국인의 상징이었죠. 198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역이나 강남 고속터미널 앞에선 더러 쓰고 상경한 시골 노인을 있었는데요.  21세기 한류 열풍과 함께 '패션'부활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미 ‘갓’ 패션이 세계무대에 소개된 적이 있죠?

유화정 PD: 실제 십여 년 전 외국의 유명 디자이너가 한국의 '갓'과 한복을 모티브로 패션쇼를 선보여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미국 뉴욕에서 열린 메르세데스 벤츠 패션위크 2011 봄·여름 컬렉션에서 베네수엘라 출신의 유명 디자이너인 캐롤리나 헤레나는 한국의 전통의상을 본뜬 50여 벌의 패션을 선보였는데, 이날 모델들은 의상에 맞춰 검은색과 베이지 색 갓을 쓰고 나와 동서양이 뒤섞인 듯한 이채로운 모습을 연출해 관중들의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이색적인 것은 갓끈을 앞으로 묶지 않고 뒤로 리본처럼 내린 점인데요. 디자이너 캐롤리나는 한국의 갓에 대해 "아주 훌륭한 모자다. 과거 한국의 남성들이 쓰던 모자이지만 갓끈을 앞으로 매지 않고 목 뒤로 리본 형식으로 묶어 내려 여성 모자 형태로 바꿔봤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올해 초에는 미국 뉴저지 주의 테너플라이 시장이 도포에 갓을 쓰고 ‘한복의 날’선포해 크게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컬처 IN에서도 자세히 다룬 있는데요.

유화정 PD: 지난 4월 미국 뉴저지주 테너플라이 시가 매년 10월 21을 한복의 날(Korean Hanbok Day)로 공식 선포했습니다. 외국 지자체 중 최초로 한복의 날을 제정한 마크 진너 테너플라이 시장은 테너플라이 시청 강당에서 열린 한복의 날 선포식에 도포에 갓을 쓴 조선시대 선비 한복 차림으로 참석해 크게 눈길을 끌었는데요.

진너 시장은 “한복의 기원은 기원전 2333년 단군이 건국한 고조선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며 한인사회의 힘과 대한민국과의 특별한 관계를 기념하기 위해 테너플라이 시의 ‘한복의 날’을 선포하게 됐다고 배경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쓰고 자전거 탄다'말이 있죠. 전혀 격에 어울리지 아니하게 차려입은 것을 이르는 말인데, 21세기 한류 열풍과 함께 불어온 '패션' 바람은 어떤 형상으로 나타날지 기대가 됩니다.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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