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있는 유일한 위안부 피해 생존자이자 국제 평화상 수상자인 얀 러프-오헌 할머니가 96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네덜란드령 동인도(Dutch East Indies, 현재 인도네시아)를 점령한 일본군의 위안소에서 성 노예로 고초를 당한 얀 러프-오헌 할머니는 1992년 한국인 위안부 생존자 할머니의 공개 증언을 본 후 자신의 아픈 가족사를 공개하게 됐다.
일본을 찾아가 사과를 요구했던 러프-오헌 할머니는 뉴질랜드, 일본, 미국, 영국, 네덜란드 등에서 자신이 겪었던 이야기를 나눠 왔으며, 인권 위원회, 국제 적십자사, 국제 사면위원회 등에서도 활발한 평화 운동을 펼쳐왔다.
남부 호주 주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러프-오헌 할머니가 월요일 아침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생을 마감했다고 발표했다.
비키 채프먼 남부 호주 법무장관은 2차 세계 대전 강간 생존자이자 인권 활동가, 작가, 증조 할머니인 러프-오헌 할머니의 사망에 애도의 뜻을 표했다.
채프먼 장관은 “50년간의 침묵을 깨고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인도네시아를 침공했을때 자신이 겪었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세상에 알린 그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라며 “얀 러프-오헌은 ‘위안부’ 여성의 역경을 지원하고 전쟁과 무력 분쟁에서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수십 년간 결연히 노력했다”라고 고인을 기렸다.
한편 러프-오헌 할머니의 딸인 캐롤 러프 씨는 SBS 한국어 방송을 통해 모친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아름답고 현명하며 창의적인 분이고 평화 활동가”였던 자랑스런 모친의 삶을 기념한다고 말했다.
러프 씨는 “엄마가 너무 자랑스럽고, 아주 놀라운 삶을 사셨다”라며 “그 분이 우리 엄마이고 할머니였던 것, 그분이 용기를 내어 진실을 말하는 것을 목격한 것이 너무나 행운”이라고 말했다.
또한 “엄마는 아름답고, 현명하고 창의적인 분이었고, 평화 활동가이자 전쟁에서 여성권 보호를 위한 용감한 활동가였다”라며 “엄마에게 경의를 표하고 엄마의 삶을 기념하고, 엄마의 캠페인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랜덤 하우스가 출간한 러프-오헌 할머니의 자서전 ‘50년의 침묵(Fifty Years of Silence)’은 한국어를 비롯해 일본어, 인도네시아어, 인도어, 중국어로 번역됐다.
러프-오헌 할머니는 2002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로부터 교황 훈장을 받았으며, 같은 해 성 실베스터 훈장, 2004년에는 호주 사회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존 하워드 총리로부터 100년 훈장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