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라에 거주하는 베트남 출신 싱글맘인 시드니 보 씨는 B형 간염 보균자라는 이유로 비자 발급이 거부돼 추방 위기에 처해 있다.
최근 만성 질환에 대한 비자 발급 조건이 완화된다는 연방 정부의 발표가 있었지만 이미 추방 명령이 내려진 보 씨에게는 적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동남아시아에서 만연하는 B형 간염은 보 씨가 일상 생활을 하는 데 거의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10년 동안 살아온 호주에서 지방 후원 비자를 발급받는 데 결정적인 장애물이 되었다.
보 씨는 “나는 매우 건강하고 신체적으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정도 질병이 비자에 영향을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라고 SBS 뉴스에서 말했다.
정부는 지난 7월, 질병이나 장애를 보유한 신청자의 잠재적 의료 비용을 고려해 영주 비자 발급 거부가 가능했던 기존의 조건을 완화한다는 개정안을 발표했다.

Billy celebrating his 12th birthday with his family in Australia. Source: Facebook
올해 7월 1일 전까지는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 의료비용이 4만 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산정된 경우 비자가 발급되지 않았지만 이 이 비용이 4만 9천 달러로 상향 조정됐다.
또 올 회계연도 전까지는 영구적 장애 및 질병이 있는 영주 비자 시청자의 경우 국가부담 의료비용을 산정할 때 비자 신청자에게 들어갈 “평생” 비용으로 산정됐으나 이제는 10년 동안의 비용으로 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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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간염 협회 멜라니 이글 대표는 개정안에 환영을 표했다.
이글 대표는 “이번 변화로 B형 간염을 가진 사람들은 아무도 비자 발급이나 영주권 발급에 문제가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B형 간염의 경우 10년 안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질병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보건 기구(WHO)에 따르면 동남아시아에서 만성 B형 간염을 앓고 있는 사람은 3천900만 명에 이른다.

Sidney Vo is pleading with Immigration Minister David Coleman to reconsider her case. Source: SBS Hindi
캄보디아계 호주인과 베트남계 호주인 8명 중 한 명은 이 질병을 갖고 있으며 이 병은 잘 관리하지 않으면 간에 염증을 일으키거나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빅토리아 간염 협회 이글 대표는 “미래에 호주 보건 시스템에 비용 발생 가능성이 있는 질병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비자 발급이 거절된 사람들을 많아 봐왔고, 이것은 차별적인 비용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추방 결정이 내려진 보 씨와 12세 아들 빌리에게는 이번 개정안 발표가 한 발 늦은 것으로 보인다.

Sidney Vo manages her hepatitis B by taking one tablet a day. Source: Supplied
보 씨는 “아들이 호주인인 것을 매우 자랑스러워하지만 우리는 법적으로 호주인이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2009년 차일드 케어를 공부하기 위해 19개월 아들과 함께 호주로 입국한 보 씨는 현재 차일드 케어에서 일하고 있다. 베트남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 아들 빌리는 호주를 자신의 나라라고 생각한다고 보씨는 말했다.
이들 모자는 멜버른에 살고 있는 이모와 두 자매 등 호주 시민권자와 영주권자인 친척의 지원을 받고 있다.
보 씨는 데이비드 콜먼 이민 장관에게 새로 발효된 개정안에 따라 자신의 심사를 다시 재개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Sidney and Billy with their Melbourne-based relatives. Source: Facebook
보 씨는 “정부가 나와 같은 조건의 사람들의 비자 발급이 쉬워지도록 조건을 바꾼 것은 기쁜 소식이지만 조금만 더 일찍 바뀌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이번 사안에 대해 이민 장관은 SBS와의 인터뷰를 거부 의사를 밝혔으며 이민부 대변인의 답변에 따르면 보 씨의 사안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이미 종결된 심사에 대해 심사를 재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 씨 모자는 추방 명령에 따라 9월 중순까지 베트남으로 돌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