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도의 고온에 몇 달 동안 비가 오지 않아 황폐해진 젖소 농장 앞에서 조 브래들리 씨는 낙심한 모습을 보였다.
50년이 넘게 낙농 업계에서 일해온 4대째 농부 ‘브래들리’ 씨는 S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쌓아온 것이 눈앞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일궈온 사업을 자신은 성공시킬 수 없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느끼는 다음 세대 농부들을 지켜봤다”라며 “하지만 실패가 아니라 단지 피비린내 나는 시스템에 대한 것일 뿐이다. 우리는 20년 전에 비해 우윳값을 덜 받고 있다”라고 하소연했다.
브래들리 씨는 퀸슬랜드 주를 뒤덮은 엄청난 가뭄과 낮은 우유 가격이 수많은 농부들의 생존을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현재 퀸슬랜드 주에서는 낙농업자의 ¾ 이상이 2000년 이후 업계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농부들에게 경제적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브래들리 씨는 “문서화되지는 않았지만 호주 전역의 낙농업계에서 발생한 엄청난 자살 건수는 당신이 믿고 싶어 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정말 끔찍하다”라며 “내가 직접 느껴봤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이 소들을 위한 사료비를 다음에는 어떻게 지불할지를 고민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페어 고 캠페인(Fair Go Campaign)
평소 같으면 어린 소를 돌보거나 우유 생산을 감독했겠지만 브래들리 씨는 오늘 카메라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퀸슬랜드 주의 유제품 업계 농부들과 함께 주정부가 후원하는 새로운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 그가 참여하는 ‘페어 고 유제품 캠페인(Fair Go Dairy’ campaign)’은 농부들에게 공정한 가격을 지불하는 우유 브랜드를 소비자들이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돕게 된다.
지속적으로 공정하게 리터당 73센트를 농부에게 지불할 수 있는 유제품 브랜드와 가공업자는 ‘페어 고 유제품(Fair Go Dairy)’ 로고를 붙일 자격을 얻게 되며, 쇼핑객들은 우유를 살 때 이 로고를 확인하고 농부를 돕는 일에 동참할 수 있게 된다.

The logo will appear on dairy products from March. Source: Supplied
브래들리 씨는 자신과 농부들이 이 캠페인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며 “우리에게는 마지막 지푸라기와도 같다”라고 강조했다.
이 캠페인을 돕고 있는 퀸슬랜드 낙농가 협회(Queensland Dairyfarmers’ Organisation)는 소비자들에게 권한을 돌려주고, 이를 통해 우유 브랜드가 농부들에게 적절한 돈을 지불하고 있는지를 소비자들이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의 매튜 트레이스 부회장은 “이번 캠페인은 옳은 일을 하고 싶어하고 퀸슬랜드 주에서 낙농업이 지속 가능하기를 바라는 소비자를 위한 인식 캠페인”이라고 설명했다.
전국적인 확산 기대
애초 이 캠페인은 1월 26일 퀸슬랜드 주에서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최근 발생한 산불로 인해 남부 지역 농가가 피해를 입은 점을 존중해 3월로 시작 일을 연기했다.
지난해 12월 뉴사우스웨일즈 주의 코바르고에서는 유명한 낙농업자 부자지간인 패트릭과 로버트 살웨이씨가 목숨을 잃는 등 수많은 농부들이 가축, 토지, 자택을 잃고 좌절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트레이스 부회장은 “파괴적인 산불의 영향은 이 같은 캠페인을 더욱 중요하게 만든다”라며 “올해 말까지 이 캠페인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선샤인 코스트의 유제품 회사 ‘말레이니 데어리스(Maleny Dairies)’와 일부 브랜드들은 이미 이번 캠페인 동참에 서약을 했으며, 농부들에 대한 지불액을 1리터 당 73센트까지 인상할 예정이다.

Source: Maleny Dairies
말레이니 데어리스의 미스티 브랜드 매니저는 고객들이 이 같은 일을 요구해 왔다고 말했다.
그녀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압도적인 반응을 보여왔고, 고객들은 우리가 농부들에게 무엇을 돌려주는지? 농부들이 열심히 일해 온 것에 우리가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지에 대해 공감을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3대 째 낙농업을 일구고 있는 게리 로진스키 씨 역시 이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그는 2011년 대형 슈퍼마켓 ‘콜스’가 우유 판매 가격을 1 리터 당 1달러로 내린 이후 우유 가격 인상을 위해 길고 힘겨운 투쟁을 벌여왔다.
그는 “이런 일(콜스 우유 가격 인하)이 퀸슬랜드 유제품 업계와 뉴사우스웨일즈 북부의 유제품 업계를 동시에 소멸시켰다"라며 “이번 캠페인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시민들이 돕고 싶어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시민들의 지지에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그들은 우리가 겪는 어려움을 깨닫고 기꺼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할 것이다. 우유에 ‘페어 고’ 로고가 붙어있는 걸 보면 지속 가능한 가격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Mia, Amber and Harper Geritz. Source: Maleny Dai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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