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일이 넘게 이란 교도소에 수감됐던 호주인 학자 칼리 무어-길버트 박사가 석방 후 처음으로 가진 인터뷰에서 이란 측의 간첩 회유가 있었고 심리적 고문으로 인해 극한 선택까지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카일리 무어-길버트 박사
- 멜버른 대학교 중동학 강사, 호주인 중동 전문가
- 2018년 테헤란 공항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 이란 교도소 수감
- 10년 징역형 선고, 2년 3개월 수감 후 2020년 11월 호주 도착
멜버른 대학교 중동학 강사로 활동해온 무어-길버트 박사는 이란에 수감됐을 때 “간첩 활동을 하라”라는 이란 측 요청이 있었다며 “기나긴 불안과 공황 장애를 안겨준 고뇌의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10년 징역형을 받고 이란에서도 가장 악명 높은 감옥 두 곳에서 2년 3개월을 보낸 무어- 길버트 박사는 지난해 11월 호주로 돌아왔다.
그녀는 2018년 테헤란 공항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됐지만, 호주 정부와 그녀는 해당 혐의를 강하게 부인해 왔다.
이런 가운데 이란의 이슬람 혁명 수비대는 그녀가 감옥에 있는 동안 “여러 차례 그녀를 간첩으로 고용하려 했다”라고 폭로하기도 했다.
화요일 저녁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 나선 무어-길버트 박사는 “그들이 호주 정부와 나의 석방을 위한 의미 있는 협상에 나서지 않은 이유는 그들이 나를 간첩으로 영입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라며 “그들은 내가 자신들을 위해 간첩으로 일하기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그녀는 이어서 “내가 그들에게 협조하고 그들을 위한 간첩이 되기로 동의한다면 나를 석방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라며 이란이 인질 석방 협상을 벌이면서도 동시에 자신을 영입하려 했다고 말했다.
한편 호주 정부는 무어-길버트 박사의 석방이 죄수 교환을 통해 이뤄졌냐는 질문에 확인을 거부했다. 앞서 이란 언론은 이란인 3명과 교환 조건으로 무어-길버트 박사가 풀려났다고 보도한 바 있다.

Kylie Moore-Gilbert begins her journey towards freedom, November 2020. Source: AAP
무어-길버트 박사는 “그들은 나의 학업적인 지위를 커버스토리 삼아 다른 중동 국가들과 유럽 국가, 미국을 여행하며 그곳에서 그들을 위한 정보를 수집하는 일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라며 “호주에서의 간첩 활동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무어-길버트 박사는 수감 이후 시작된 자신에 대한 학대 행위도 공개했다.
그녀는 테헤란에서도 가장 악명 높은 에빈 교도소로 보내졌고, 거의 2년 동안 혁명수비대의 단독 감시 하에 독방에서 수감 생활을 했다.
처음 4주 동안은 창문과 화장실이 없는 작고 지저분하고 차가운 감방에서 생활해야 했고, 그들은 무어-길버트 박사에게 빛과 소음을 이용한 “심리적 고문”을 벌이기 시작했다.
무어-길버트 박사는 “그 방에서 겪은 정신적 트라우마로 육체적 고통이 느껴졌다. 나는 완전히 미쳐가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몇 달이 지난 후 무어-길버트 박사는 분노에서 오히려 힘을 얻었고 매일매일 “나는 자유롭다. 당신들이 무슨 짓을 하든 나는 여전히 자유롭다”라고 되뇌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어-길버트 박사는 손톱을 뽑거나 전기 충격기를 사용하는 육체적인 고문을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무어-길버트 박사는 호주 정부의 외교 협상을 통해 자신이 풀려날 수 있다는 희망을 유지했지만, “조용한 외교”라는 호주의 접근법에 좌절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호주 정부가 조용한 해결책을 통해 협상을 시도하는 동안 자신의 이야기는 언론에서 의도적으로 노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건 나의 바람이 아니었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무어-길버트 박사는 호주 정부가 자신의 석방을 위해 협상을 벌인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요일 아침 기자 회견에서 무어-길버트 박사에 대한 질문을 받은 스콧 모리슨 연방 총리는 “그녀의 용감함, 용기, 회복력은 대단한 것이고 저는 그녀가 정부와 관리들이 행한 모든 일들에 깊이 감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며 “이 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의 최우선 영사 과제는 그녀를 집으로 데려오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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