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시드니 마디 그라 축제가 3월 3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토요일 저녁에는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마디 그라 퍼레이드가 펼쳐졌는데요, 퍼레이드 참가자들은 하이드 파크에서부터 옥스퍼드 스트리트와 플린더스 스트리트를 따라 무어 파크까지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올해 마디 그라에서도 퀴어 커뮤니티를 기념하기 위한 100개 이상의 춤, 음악, 연극 행사가 열렸는데요, 그중에서도 옥스퍼드 스트리트 일대는 마디 그라 문화 행사의 중심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곳에 위치한 아트 갤러리 ‘에이 싱글 피스(A.SINGLE.PIECE)’에서는 한국의 성소수자 불교미술가로 잘 알려진 박그림 작가의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호주의 관람객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한국화 장르를 제가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나라에 소개하고 싶은 열망과 함께 호주의 퀴어 축제인 마디그라스를 기념하여 미약하게나마 호주 퀴어 분들께 문화적 양식을 제공하고 싶은 마음이 이번 작품들을 보여드리게 된 이유이자 큰 도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박그림 작가)”
한국 최초의 ‘성소수자 불교미술가’로 알려진 박그림 작가는 불교미술을 전공했는데요, 박그림 작가는 퀴어와 불교미술을 접목한 자신의 작품을 마디 그라 기간에 선보이게 된 것이 뜻깊다고 말합니다.
한국의 컨템포러리 미술에서 비주류 장르인 퀴어와 불교 미술을 접목한 한국화 작품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호주 국민들에게 소개한다는 시도는 호주 미술계에서도 문화적 다양성을 확장시킬 수 있는 시도라고 생각하고, 또한 이번 계기를 통해서 한국의 다양한 작품들과 작가들이 호주에 소개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박그림 작가
이번 전시회를 기획하고 준비한 에이 싱글 피스의 이지우 디렉터, 박그림 작가의 작품이 호주 현지에서 어떤 공감을 이끌어 낼지를 기대하며 전시회를 준비했다고 말합니다.
“마디그라스를 맞이해서 사실 이 전시는 호주 현지 게이들을 위함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요, 한국에 사는 게이 작가의 작품을 통해서 분명히 나라, 문화적 배경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게이라는 공통적 정체성의 입장에서 작품을 경험할 때 박그림 작가님의 작품을 통해 어떤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호기심이 제일 컸고요.” (이지우 디렉터)

박그림 작가 MSQ 45936 (#1 set) Horizontal Credit: A.SINGLE.PIECE
“이번 전시는 기존 ‘참 더 마스커레이드’ 전시에서 영감을 받아 싱글 피스의 디렉터님 아이디어로 특별히 전시장 중앙에 거울이 작품과 함께 배치되어 있는데요. 관람자의 시선과 작품의 시선들이 서로 뒤엉켜 보일 수 있게 구성해 퀴어들이 받는 차별과 혐오의 시선을 간접적으로 관람자들이 느낄 수 있게끔 만드는 장치임과 동시에 퀴어들이 정체성을 숨기고 언어가 아닌 눈빛으로 대하는 형식을 가면무도회에 비유해 관음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품이 등호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데, 등호라는 기호는 두 개의 일직선이 하나의 같은 형태를 이루고 있으며 이는 평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등호처럼 퀴어와 사회가 평등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작품입니다.” (박그림 작가)
그렇다면 박그림 작가의 작품 세계와 호주 관객들의 소통은 잘 이루어졌을까요? 에이 싱글 피스의 이지우 디렉터의 말입니다.
“실제 전시를 다녀가신 많은 분들이 게이였고 그분들의 긍정적인 피드백이 인상 깊었습니다 전시를 하면서 다양성과 공감이라는 키워드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된 의미 있는 전시였다고 봅니다.” (이지우 디렉터)

A.SINGLE.PIECE 박그림 작가 전시회 Credit: A.SINGLE.PIECE
“현재 예술계의 트렌드와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작품들을 바탕으로 작가의 노력과 철학 또는 스토리가 담긴 그러한 작품세계가 관객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가에 주로 기준을 둡니다.” (이지우 디렉터)
이지우 디렉터는 아트 갤러리 이름이 에이 싱글 피스인 것처럼 한 번에 한 작품 씩 전시를 하고 있고, 쇼윈도우에 24시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는데요, 한국인 미술뿐만 아니라 전 세계 아시안 현대 미술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합니다.
“저희는 한국인 미술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아시안 현대 미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인 작가들과의 교류가 비교적 쉬웠고, 사회적 배경이나 문화 등 깊은 공감이 더해지다 보니 그들의 작품에 대한 이해도도 깊을 수 있고 그러한 매력적인 작품세계에 빠져들면서 자연스럽게, 전시를 통해 내가 알려야 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호주에 살면서 한국 미술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인식으로 전통적인 서예, 도자기 또는 민화 같은 것들을 주로 많이 떠올리시더라고요. 전통적인 요소들이 여전히 중요하지만 어떻게 한국 미술들이 현대적인 시각과 기술로 발전되고 자리 잡고 있는가에 대해 관찰하고 또 그런 다양성들 선보임으로써 현대 한국 미술 또는 아시안 미술들이 실제로 얼마나 다양하고 흥미진진한지를 같이 공유하고 향유하는데 저희는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이지우 디렉터)
이번 박그림 작가의 전시회가 있기 전에는 한국의 이준원 작가 전시회가 이곳 에이 싱글 피스에서 열렸는데요, 이준원 작가의 말입니다.

A.SINGLE.PIECE 이준원 작가 전시회 Credit: 이준원
제 작업들은 스케치와 구체적 구상 없이 즉흥적이며 즉발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저는 이러한 작업 방식을 통해 좀 더 온전히 에너지가 작품에 담길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이준원 작가
이준원 작가는 시드니 에이 싱글 피스에서 열린 자신의 전시회를 “제 작품에 정말 잘 어울리는 공간이었다”고 평가하며, 한국 작가의 작품을 호주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습니다.
“제 작품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를 하고 거기에 맞는 기획을 하는 갤러리를 만나기 쉽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판매만을 목적으로 하는 아트페어 형식의 전시가 많았습니다. 이번 전시는 그런 점에 있어서 차별점이 있었고요. 한국 작가의 작품을 세계에 알리는 어떤 순수한 목적을 지닌 갤러리들을 간혹 만나는데 이번 전시가 어떤 그런 좋은 예시가 되는 전시였습니다. (이준원 작가)”

이준원 작가 Credit: 이준원
“전에 저희가 전시를 했던 신재연 작가님은 한국에 활동하는 젊은 여성 작가인데 전시했던 작품 중 한 점이 대혼란 상태 즉 카오스에 대한 메세지를 담고 있고 작품 노트에 설명 한 부분을 공유하자면, 작품에서 거센 물길이나 뒤엉켜 있는 물고기를 바라보고 있을 때, 느껴지는 갈등, 혼란, 억압, 분출 감정들을 집약체로 넣어 이 작품에 표현하였습니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지금 사회에 속한 개인의 삶에서 개인의 역량이나 노력들이 무색할 만큼 빠르게 바뀌어가는 변화를 감당하기 벅참을 묘사했다는 작가의 의도가 써져 있는데요, 한국뿐만 아니라 이러한 문제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생각이 들고 작품을 통해서 누구나 공감하리라 생각이듭니다."
공감을 하면서 이러한 이슈들을 한 번쯤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충분히 전시가 가진 의도를 잘 전달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이지우 디렉터
호주에 살면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호주 현지 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 숨길 수 없는 설렘인데요. 여기에 호주 현지인들의 공감까지 이끌어내며 한국 미술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면 이보다 더 반가운 일이 어디 있을까요? 이지우 디렉터는 아티스트 개개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고 그들의 다양한 관점을 호주의 새로운 오디언스들을 위해 소개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저는 한국인으로서 한국인들의 문화적 정신이 깃든 작품세계를 어떻게 서양 문화권에서 그들의 관점으로 재해석하고 이해시킬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또 그것을 흥미롭게 풀어나가며 전시기획을 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제 열정입니다.” (이지우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