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헌법개정, 난공불락?…“해법은 중도 정치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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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stralians could soon be asked to head to the polls to vote on the Indigenous Voice to Parliament.

정치적 양극화 현상과 더불어 인기영합주의적 강성우파 정치가 팽배한 이상 호주에서의 헌법개정은 요원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Key Points
  • PM, 보이스 국민투표 재추진 가능성 일단 배제
  • 피터 더튼, 원주민 헌법적 지위인정에 대한 개별 국민투표 방안 보류
  • 정치적 양극화 및 강성우파 정치인 득세 속 국민투표 통과 불투명
진행자: 원주민 헌법기구 보이스 국민투표가 압도적으로 부결되면서 정치권도 후속 대책에 골몰하는 분위기입니다. 앤소니 알바니지 연방총리는 “자유당 연립의 반대로 역사적 전화점을 놓쳤다”며 자유당 측에 책임을 전가한 반면 자유당의 피터 더튼 당수는 “국민 단합이 아닌 국민분열만을 촉발시킨 아주 불필요한 국민투표였다”고 폄훼했습니다.

그렇다면 보이스 발상은 완전히 사장된 걸까요? 조은아 프로듀서와 함께 살펴봅니다. 국민투표 전, 피터 더튼 자유당 당수는 “자유당이 집권하면 원주민에 대한 헌법적 지위 인정 문제만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는데요.

조은아 프로듀서: 당장은 현실성이 없어 보입니다. 피터 더튼 당수도 지금 당장 2차 국민투표 실시 방안을 검토하지 않을 것이다면서 보류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노동당은 원주민 대변 헌법기구 보이스를 배제한 원주민의 헌법적 지위 인정 이슈만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은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죠.

진행자: 즉, 이번 국민투표를 통해 초당적 지지가 없는 국민투표는 절대 통과되지 않는다는 교훈을 다시 한 번 확인했기 때문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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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 국민투표 ‘부결’…정치권 후속 대책은?

SBS Korean

04:56

조은아 프로듀서: 그렇습니다. 실제로 호주국민투표 통과는 험난한 과정임이 거듭 입증된 거죠.

진행자: 노동당이 다음 총선에서 재집권하면 다시 한 번 국민투표를 추진할 것이라는 설도 있는데요.

조은아 프로듀서: 그런 설도 있었지만,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앤소니 알바니지 연방총리도 그런 가능성을 배제한 바 있습니다. 학계도 당분간 국민투표 실시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진행자: 아무튼 여야는 이번 국민투표 결과에 대해 아전인수 격의 해석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학계의 반응은 어떤지요, 왜 당분간 국민투표 실시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건가요?

조은아 프로듀서: 진보성향 학자는 가 이번 보이스 국민투표 부결의 핵심 원인이라고 분석했는데요.

호주국립대학(ANU)의 역사학자 프랭크 본조노 교수는 S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상황을 고려하면 향후 노동당 정부가 제안하는 국민투표의 통과 가능성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고 전망했습니다.

프랭크 본조노 교수는 국내외적으로 정치적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정부여당에 대한 야당 즉, 보수당의 반대 톤이 강경해지고 있는 것으로분석했습니다.

그는 "몇 십년 전만해도 민주주의에 대한 고려 차원의 합의와 절충의 정치가 존재했지만 지금은 오직 당파 정치만 존재할 뿐이다"라고 직격했는데요. 이러한 현상이 이번 보이스 국민투표를 통해 호주에서 한층 심화됐다고 진단했다.

진행자: 프랭크 본조노 교수의 말을 되새겨보면, 오히려 노동당 정부의 보이스 발상이 자유당 연립을 뭉치게 했다는 말로도 읽히네요… 실제로 사실인 것 같고요. 실제로 자유당은 2022 연방총선에서 중도계파 후보들 상당수가 무소속 후보에 패하면서 결과적으로 강경 우파 의원들이 득세하고 있는 상태가 된 상황이잖습니까.

조은아 프로듀서: 프랭크 본조노 교수는 "대표적 중도 성향의 자유당 지도자였던 말콤 턴불 당시 연방총리가 울루루 선언문을 수용하지 않았던 것이 결정적 패착이었다"는 해석을 내놨습니다. 이번 보이스 국민투표의 발원지라 할 수 있는 2017년 5월 호주 내의 사회학자들과 원주민 단체 대표들이 노던 테러토리 심장부 울루루에 집결해 “원주민들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고 법과 정책 채택에서 원주민들의 입장을 적극 반영할 수 있도록 헌법개정이 필요하다”고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는데요.

그런데 자유당의 대표적 중도 성향 지도자였던 말콤 턴불 당시 연방총리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던 거죠.

그리고는 아이러니하게 연방총리 재임 시절 '보이스' 설립을 사실상 반대했던 그가 이번 국민투표를 앞두고는 민간인 신분에서 찬성 캠페인에 적극 가담해, 보수 진영으로부터는 비난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프랭크 본조노 교수는 "말콤 턴불 당시 연방총리는 당내 우파 세력 및 국민당의 입김에 휘둘렸고 결국 울루루 선언문 실행조치에 나서지 못했는데 결국 호주 보수당의 중도계파의 한계를 보여준 실례이다"라고 의미있는 지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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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 국민투표 ‘부결’을 둘러싼 여야의 해석

SBS Korean

02:47

진행자: 결국 중도계파 지도자가 연방총리 재임 시절에도 추진하지 못한 보이스와 같은 획기적인 헌법개정 사안이 국민투표에서 통과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분석이군요.

 조은아 프로듀서: 그렇습니다 . 현실적으로 현재의 상황에서는 자유당의 자체적인 당내 절충안 도출도 매우 어렵고, 이로 인해 국민투표에 대한 초당적 지지를 더욱 어렵게 한다는 겁니다.

진행자: 자유당의 예비법무장관이었던 줄리안 리서 의원이 대표적인 사례가 되겠네요… 참 첩첩산중입니다.

조은아 프로듀서: 그렇습니다 . 역사적으로도 호주에서 초당적 지지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투표에 부쳐진 헌법개정안이 통과된 사례는 단 한차례도 없었잖습니까.

특히 노동당이 제안한 헌법개정안에 자유당 연립 측은 단 한차례도 공조를 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국민투표는 모두 부결된 바 있습니다.

이번 원주민 헌법기구 보이스 국민투표의 경우 자유당 연립의 한 축인 국민당이 지난해 11월 '보이스 반대' 당론을 선제적으로 결정했고, 자유당 역시 올해 4월 반대 당론을 결정한 바 있음을 상기시켜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진행자: 앞서 서두에서 언급드렸지만, 이번 보이스 국민투표가 부결된 직후 당내 일부 의원들은 노동당이 재집권할 경우 국민투표를 재강행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놓으며 불씨를 살려가려는 움직임은 분명히 있어요.

조은아 프로듀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앤소니 알바니지 연방총리는 "보이스 국민투표의 재강행은 없다"고 선을 그었고요.

프랭크 본조노 교수도 "공화제 국민투표 부결에 보이스 국민투표 부결 등의 사례를 고려하면 노동당이 보이스 이슈로 다시 헌법개정을 시도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면서 "국민투표에 따른 막대한 에너지 등을 고려하면 노동당에는 치명적인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사실 이번에 원주민에 대한 헌법적 인정을 위한 보이스 설립 방안만 국민투표에 부쳐졌지만 당장 진짜 시급한 헌법개정안도 있는데, 보이스만 밀어부친 것이 아쉽다는 생각도 듭니다.

조은아 프로듀서: 네. 실제로 프랭스 본조노 교수도 현행 헌법개정이 시급한 분야도 존재한다고 공감합니다.
연방의원의 이중국적 보유를 금지하고 있는 현재의 헌법 제44조와 같이 개정의 필요성에 여야 모두가 공감하는 조항이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노동당 정부가 추가로 헌법개정을 위한 국민투표를 제안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단정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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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al citizenship saga continues image

이중국적 파동의 끝은 어디일까?

SBS Korean

10:59
진행자: 이미 때가 늦었다는 생각이 앞서네요… 첩첩산중이라는 단어만 떠오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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