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파 피그 판권 소유사, 미국 완구 기업 ‘해즈브로’에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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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rl watching cartoons online with the iPad tablet laying in the sofa at home. Source: Getty

페파 피그의 판권소유사인 캐나다 회사 엔터테인먼트 원이 미국의 완구 대기업인 해즈브로(Hasbro)에 미화 4십억 달러에 인수됐다.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들여다본다.


박성일 PD(이하 사회자): 강혜리 리포터와 함께 호주 생활 경제 쉽고 재미있게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강혜리 리포터, 안녕하세요?

강혜리 리포터(이하 리포터):  안녕하세요,  SBS 애청자 여러분  매주 여러분의 생활에 밀접한 경제 뉴스를 가져오는 강혜리 입니다.

사회자: 오늘은 어떤 소식 가져오셨나요?

리포터: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고 있는 아기 돼지! 페파 피그에 대한 소식인데요. 페파 피그의 판권소유사인 캐나다 회사 엔터테인먼트 원이 미국의 완구 대기업인 해즈브로(Hasbro)에 미화 4십억 달러에 인수됐다는 소식입니다.

사회자: 그런데 페파는 영국 악센트로 말하던데 캐나다 애니메이션인가요?

리포터: 맞습니다. 페파가 킁킁거리면서 영국 악센트로 말하는 거 너무 귀엽죠? 페파 피그의 세계적 인기 때문에 미국 아이들이 영국 악센트로 말하는 신드롬까지 생길 정도였는데요. 처음 페파 피그는 2000년, 영국에서 아스틀리(Neville Astley), 베이커(Mark Baker), 데이비스(Phil Davies)라는 세 명의 친구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사회자: 그래서 회사 이름이 아스틀리 베이커 데이비스군요. 한국으로 치면 김이박 뭐 이런 소박한 이름인데요. 다들 무직 상태였다고요.

리포터: 네, 그래서 처음에 이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때 친구와 가족들에게 돈을 빌려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사회자: 큰 회사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돈을 빌렸어야 할 정도면 이 친구들도 아직 유명한 프로듀서는 아니었겠네요.

리포터: 그렇죠. 또 제작자 중 한 명이 아는 4살짜리 여자애가 페파의 목소리를 맡았는데요. 페파와 동갑이죠. 그래서 더 실감 나는 발음 실수와 엉뚱한 아이디어를 작품에 불어 넣었다고 합니다.

사회자: 이렇게 저예산으로 만든 페파 피그는 현재 대단한 성공을 거두고 있잖아요?

리포터: 네. 처음 방송된 2004년부터 바로 각종 수상과 천오백만 달러의 상품 수입을 기록했죠. 올해까지 200개 국가에서 방송됐고, 십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둬들였고요. 영국 여왕도 팬으로 거느리고 있는 참 대단한 아기 돼지인데요.

사회자: 대체 무엇이 페파 피그의 매력일까요?

리포터: 제작자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페파 피그가 나오기 전, 어린이 만화에 등장하는 여자 캐릭터들은 모두 발레리나나 공주님이었고, 스토리도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가족들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요. 페파피그는 항상 가족들과 함께 하고, 스토리는 진짜 4살 아이들의 주변에서 찾았죠. 페파 피그는 약간 불같은 성격을 반영한 빨간 옷을 입고, 장난꾸러기입니다. 그리고 부모가 같이 봐도 재미있는 유머가 많이 있죠.

사회자: 맞아요. 페파 피그는 항상 가족들과 함께 한다는 게 전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직 제 질문에 대답을 안 해주셨는데요. 이런 영국 국보급 애니메이션 페파 피그가 캐나다로 넘어간 건 어떻게 된 일이죠?

리포터:  그것은 2015년 캐나다 회사 엔터테인먼트 원이 페파 피그의 제작사인 애스틀리 베이커 데이비스의 주식 70%를 가진 대주주가 됐기 때문입니다.

사회자: 반대 운동이 있었을 법도 한데요?

리포터: 그렇죠? 하지만 저작권법은 다른 재산에 대한 법과 다른 면이 있어요. 저작권은 두 가지로 나뉘는데요. 저작 재산권과 저작 인격권입니다. 저작 재산권은 사고팔 수가 있어요. 페파 피그의 애니메이션이나 페파 피그 인형을 팔아서 남는 수익은 저작 재산권의 소유자가 갖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저작 인격권은 그 작품을 만든 사람에게만 소속이 되고 그 사람이 죽어도 바뀌지 않습니다.

사회자: 그렇군요. 말하자면, 페파 피그의 수익을 가져가는 사람이라도 내가 페파 피그를 만들었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네요.

리포터: 정확한 지적입니다. 창작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법이라고 할 수 있어요. 페파 피그의 제작사인 애스틀리 베이커 데이비스는 페파 피그의 성공 이후에 유명한 벤 앤 홀리의 리틀 킹덤이라는 애니메이션도 제작했습니다.

사회자: 그럼 이 모든 애니메이션의 지적 재산권은 애스틀리 베이커 데이비스의 대주주인 엔터테인먼트 원에게 넘어갔겠네요.

리포터: 네. 엔터테인먼트 원에 대한 소개를 드리자면요. 1970년 음반 배급사로 시작해 자체 프로그램 제작뿐 아니라 이렇게 유망한 타이틀을 사들이는 판권사이자, 배급사이기도 하고요, 영화와 텔레비전 시리즈뿐 아니라 음반사도 있다고 합니다. 닥터 드레와 스눕독이 속한 데스 로우라는 유명 힙합 레이블이 바로 이 회사 소유죠.

사회자: 엔터테인먼트 원이 보유한 타이틀의 카탈로그를 볼까요. 눈에 띄는 게 있네요. 호주의 뽀뽀뽀라고 할 수 있는 <위글즈>, 호주의 전원일기인 <홈 앤 어웨이>와 <네이버즈>도 엔터테인먼트 원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놀랍네요.

리포터: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사회자: 그럼 이 타이틀들을 가진 엔터테인먼트 원이 다시 해즈브로에 팔렸다는 것은 해즈브로가 이 모든 것의 저작 재산권을 가지게 된다는 거네요?

리포터: 그렇습니다. 쉽게 말해 앞으로 페파 피그 스티커 북이나 홈 앤 어웨이 DVD를 사게 되면 그 수익은 미국 회사인 해즈브로로 가는 것이지요. 물론 해즈브로는 계열사들에게 급료 등을 지불하겠지만요.

사회자: 해즈브로는 세계 1, 2위를 다투는 완구 회사죠?

리포터: 네. 맞습니다. 레고, 매터, 해즈브로 등이 세계 1, 2, 3위를 다투는 완구회사라고 할 수 있는데요. 완구라면 뭐 장난감만 팔지 왜 이런 타이틀을 사들이느냐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으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해즈브로의  타이틀들을 보면 감이 오실 겁니다.

사회자: G.I 조, 트랜스 포머, 마이 리틀 포니, 엑스맨, 어벤저스, 저스티스 리그 ,스타트렉, 스타워즈, 프로즌…  모두 유명한 만화나 영화인데요?

리포터: 그렇습니다. 이 모든 타이틀들이 미디어와 상품을 연결하여 수익을 얻고 있죠. 1924년 설립하여 섬유, 필통 등을 만들던 해센필드 브라더스는 1942년에 본격적으로 완구 산업에 뛰어들었습니다. 회사명은 나중에 해즈브로라는 더 친근하고 입에 붙는 이름으로 바뀌게 되는데요. 해즈브로의 첫 번째 히트는, 토이스토리에도 나오죠. 미스터 포테이토 헤드였고요. 다음은 지아이 조입니다.

사회자:  미스터 포테이토 헤드나 지아이 조는 토이 스토리에서도 원로잖아요? 미국 영화를 보면 흔하게 튀어나오는 고전 장난감이죠.

리포터: 맞아요. 그리고 그거 아세요. 1964년 지아이 조를 출시하면서 해즈브로가 처음 만들어 낸 말이 바로 ‘액션 피규어’입니다.

사회자: 액션 피규어라면 만화나 영화 캐릭터를 본 따 만든 작은 마스코트 같은 거죠? 요즘은 마니아들 뿐 아니라 좋아하는 캐릭터가 있으면 다들 하나씩 모으잖아요?

리포터: 그렇습니다. 지아이 조를 만들 때 해즈브로는 남자아이들을 위한 인형을 만들고 싶었던 거죠. 그런데 그냥 인형이라고 하면 남자아이들이 안 살 테니까 보다 남자아이들에게 어필할 만한 이름을 생각해 낸 겁니다. 그게 점점 발전해 나가 오늘의 액션 피규어가 된 거죠.

사회자: 어벤저스같이 인기 많은 영화가 개봉하면 이런 상품들은 정말 돈 많이 벌겠어요. 트랜스포머도 한창때는 자동차에 스티커 붙이신 분들 많았잖아요.

리포터: 그렇죠. 지난 분기만 해도 <어벤저스 :엔드 게임>과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두 개가 대박을 치면서 9억 8천5 백만 달러라는 수익을 거뒀다는데요.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9% 성장한 수치이고요. 내부 문제만 없었다면 더 많은 수익이 있었을 수 있었다고 하네요.

사회자: <어벤저스> 시리즈는 제작사가 마블이잖아요? 설마 해즈브로가 마블을 소유한 건 아니죠?

리포터: 네. 이런 경우는 마블의 어느 어느 타이틀의 상품 제작에 관한 저작 재산권을 해즈브로가 구입한 경우겠죠. 놀라지 마세요. <꼬마버스 타요> 도 이런 경우랍니다. 반대로 <지아이 조> 같은 경우는 베트남 전쟁 등으로 인기가 내려가고 플라스틱 가격 상승 등으로 단종했던 라인을 마블의 도움으로 콘텐츠를 만들어서 살려낸 경우입니다.

사회자: 해즈브로의 타이틀 중 또 빼놓을 수 없는 게 게임이에요. 모노폴리와 매직 더 개더링, 던전 앤 드래곤즈, 심지어는 블리자드의 <오버워치>가 해즈브로 타이틀에 들어가 있네요.

리포터: 해즈브로의 수식어 1위는 사실, 어벤져스도 아니고 트랜스포머도 아니고, 모노폴리죠. 전 세계가 열광하는 자본주의 게임인데요. 모르시는 분 없으시죠? 하하하. 매직 더 개더링이나 던전 앤 드래곤즈는 두터운 팬층을 가진 마니아 게임이에요. 영화로도 제작됐고요.

사회자: 영화나 만화가 상품화되는 것만 일반적으로 생각했는데, 이렇게 완구가 영화로, 게임이 영화로 상품화되는 경우도 많네요.

리포터: 그렇습니다. 제가 저작권 업계에서 일을 하던 당시에는 OSMU, 원 소스 멀티 유즈라고 해서 한국 콘텐츠 업계의 화두로 이런 다양한 상품화가 떠올랐는데요. 이렇게 업계 큰 손이 뛰어들면 굉장히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어요. 한 예로 한국에서도 화제가 된 오버워치 모노폴리를 들 수 있죠.

사회자: 한국인이 사랑하는 블리자드의 온라인 게임이죠.

리포터: 그렇습니다. 일반 모노폴리 게임에서 말로 나오는 자동차나 그런 게 오버워치 캐릭터 피규어로 나오고요. 게임판, 주사위, 카드 등 모든 게 오버워치 테마에요.

사회자: 팬들이 열광할 만하네요. 이런 건 당연히 더 비쌀 테고, 한정판일 테고요.

리포터: 그렇죠. 이번 해즈브로의 엔터테인먼트 원 인수로 음악팬들은 데스 로우 힙합퍼들을 테마로 한 모노폴리도 기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편 해즈브로는 미디어 회사인 엔터테인먼트 원 인수를 통해 회사의 미디어 부분을 강화하기를 기대한다고 하네요.

사회자: 페파페그 모노폴리도 곧일 것 같은데요! 오늘 강혜리 리포터와 함께 미래에도 지지 않는 산업,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들여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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