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일 PD (이하 진행자): 호주 고용시장에서 암암리에 퍼져있는 고질적인 고용 문제이죠, 임시비자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착취 행태. 그동안 수없이 많은 정부조사가 이루어지면서 2019년 이주노동자 대책본부가 설립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관행은 공공연히 지속돼 오고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호주 노조의 시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고용 행태는 여전했는데요, 오늘 경제브리핑에서는 이와 관련한 내용 짚어보는 시간 갖겠습니다. 홍태경 프로듀서 나와 있습니다. (인사) 이번 호주노조의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임시비자 근로자들의 임금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죠?
홍태경 PD: 네.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제시하는 자국어 구인 광고 관행은 지난 2017년과 2018년 NSW 노동조합의 임금절도 보고서에서 처음 수면 위로 드러났는데요, 이후 2019년 이주노동자 대책본부가 설립되면서 최저 임금 이하의 급여를 받는 일자리를 금지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공정근로법에 포함시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권고안이 실제 고용 현장에서는 여전히 잘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NSW 노조가 임시비자 소지자들을 대상으로 한 외국어 구인광고에 대해서 대규모 감사를 실시한 결과, 이주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NSW주의 자국어 구인광고 거의 10개 중 9개가 불법 임금을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이주 노동자들이 여전히 불법 임금을 제시하는 광고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분석인 것이죠.
진행자: 여전히 최저 임금 수준에 못미치는 이주노동자 불법 고용 사례가 버젓히 행해지고 있는 것, 워킹홀리데이 메이커들이 노동 착취에 노출돼 있다는 것은 한국 교민 사회에서도 사실 공공연한 일이죠. 보고서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홍태경 PD: 네, 이번 보고서는2019년 12월에서 올해 8월까지 올라온 청소, 식당, 소매업체, 건설, 미용실 구인 광고를 집중 분석했는데요, 이 기간 올라온 3천개 이상의 구인광고, 특히 중국어, 한국어, 베트남어, 네팔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등 6개 언어로 된 3천개 이상의 외국어 구인 광고를 조사한 결과, 전체 광고 중 2천개가 넘는 72%가 급여 금액을 구인광고 내용 안에 명시하고 있었고, 이 중 88%가 최저 임금보다 낮은 시급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언어별로 보면 베트남어 구인 광고의 91%가 최저 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제시했으며, 한국어 구인 광고와 중국어 구인 광고 중에서 최저 임금에 미치지 못한 광고 역시 88%에 달했습니다. 이 밖에 네팔어 구인 광고 86%, 포르투갈어 구인 광고 84%, 스페인어 구인광고 76%가 최저 임금 급여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구인 광고 중 가장 낮은 임금을 제시한 구인 광고는 네일 테크니션과 관련된 것으로 시급 $8 광고였고, 다음으로 낮은 시급은 $10를 제시하는 광고였습니다. 자신도 임금 착취를 경험한 적이 있다는 대학생 아이리스 야오 씨의 얘기 들어보시죠.
제가 중국식당에서 일했을 때 시급이 7달러였습니다. 제가 맡은 일은 올라운더로 주방 청소나, 주문 접수 등 근무 시간 내 모든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아이리스 씨는 자신처럼 부모님의 금전적 지원을 받지 않는 유학생들에게 기본 시급 이하의 급여로는 생활이 어렵다고 말합니다.
알다시피 시드니 물가는 정말 비싸고 대부분의 유학생들이 최저 시급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 국적의 레옹 씨는 또 다른 임금 착취 사례자입니다. 38세 레옹 씨는 작년에 처음 호주에 도착한 뒤 일하게 된 중국식당에서 시급 13달러의 제안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그 때는 호주의 최저 시급에 대한 정보도 모르는 상태에서 달리 선택권이 없었다고 합니다. 레옹 씨의 얘기 들어보시죠.
고용주들이 중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온 근로자들을 착취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진행자: 말 그대로 임금 착취 수준의 시급이네요. 팬데믹 기간에 이러한 임금 절도 행태가 더 악화되지는 않았을지 우려되는데요, 어떤가요?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이번 조사 결과 특히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기간 불법 임금을 제시한 구인 광고 비율이 이전에 비해 14%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마크 모레이 NSW 노조 사무총장은 코로나19가 일자리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을 고용주들이 이용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면서 특히 임시비자를 가진 근로자들에 대한 노동 착취에 더 많이 악용되고 있으며 지금 당장 이를 중단해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보고서는 임시 비자 근로자들이 연방정부의 구직자 지원 제도인 잡시커와 잡키퍼를 받을 자격이 안된다는 사실이 노동 착취 시도를 증가하게 하는 하나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뉴사우스웨일스 노조 연합은 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공정근로 옴부즈맨이 적극적인 조사를 벌이지 못한 점도 임금 절도를 더욱 부추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앞선 2019/20 회계 연도에 공정근로 옴부즈맨은 비자 소지자의 임금 착취에 관련된 24건의 소송을 벌이고 170만 달러의 미지급 임금을 회수한 바 있습니다. 또 비자 소지자와 연관된 소송을 통해 300만 달러에 가까운 법정 벌금도 확보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이번 보고서에는 이주노동자들의 임금 착취를 개선하기 위해서 어떤 권고안을 제시하고 있나요?
홍태경 PD: 그 보고서는 우선 최저 임금 이하의 구인 광고 금지를 포함한 직장법의 변경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학생들의 주당 20시간 근무 상한제를 폐지해 사람들이 현금으로 급여를 받는 일자리, 일명 캐시잡을 얻을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압박을 줄일 것을 제안하고 또 연방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의 피해를 입은 임시 비자 소지자들에게도 복지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마크 모레이 사무총장의 얘기 들어보시죠.
잡시커나 잡키퍼 지원금 없이는 이주 노동자들은 생존을 위해 어떤 일자리라도 구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는 산업 수준의 착취이고, 호주에 필요한 것은 더 이상의 착취를 막을 강력한 법안입니다. 어떤 처벌도 없이 많은 이주 노동자들이 여전히 착취당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정부에서도 지난 주에 관련 법안 개정안을 발표했죠?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연방 정부는 지난주 심각한 임금 절도 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법을 어기는 고용주들에게 더욱 강력한 형사 및 민사 처벌을 부과하는 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정부 법안이 통과되면 고의적으로 적은 임금을 주는 임금 절도 고용주들에게 형사상 처벌이 가능해지고, 4년 이하의 징역과 개인에게는 최대 110만 달러, 사업체에는 최대 550만 달러의 벌금형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또 저임금에 대한 민사 처벌도 50% 인상될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NSW노동조합이 발표한 이주 노동자 임금 착취 관련 보고서 내용과 관련해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홍태경 프로듀서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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