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어느덧 익숙해진 마스크. 마스크는 공공장소에서는 없어선 안 될 필수품입니다. 하지만 음식을 먹고 음료를 마시는 식당이나 카페에서는 마스크를 불가피하게 벗을 수밖에 없는데요. 입으로 음식을 먹는 만큼 비말로 인한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최근 한국에서 코만 가리는 마스크 '코스크'가 출시돼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찬반 논란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미 워싱턴 포스트, 영국 가디언, 호주의 9 News, 시드니모닝헤럴드 등 해외 주요 언론들은 신박한 방역 상품 등장이라며 주목했습니다.
자세한 소식 살펴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Highlights
- 한국 '코스크(Kosk)'…해외 언론 "신박 하다" "Better than Noting"
- 가면 마스크 현상…사회의 다양한 압박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도구
- '얼굴 절반을 잃었다'… 표정이라는 커뮤니케이션 도구 잃어 단절
- 마스크와 사기꾼의 합성어 '마기꾼'…마스크 착용 시 호감도 높아
주양중 PD(진행자): 최근 한국에서 출시된 코 전용 마스크가 온라인 상을 뜨겁게 달구면서 해외 주요 언론들의 주목을 끌었는데, 상품명이 알파벳 K가 들어가는 Kosk라고요? 일단 믿고 보는 한국 제품이라는 느낌이 단박 듭니다.
유화정 PD: 코스크는식당이나 카페 등에서 번거롭게 마스크를 벗지 않아도 바이러스 감염 보호와 동시에 편안하게 음식을 섭취할 수 있도록 고안된 마스크입니다.
실제로 KF80 필터를 사용해 비말 차단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고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증 역시 받은 제품입니다.
미 워싱턴 포스트와 영국 가디언 인도의 더 튜리뷴 등은 “마스크의 이름은 한국어로 코를 뜻하는 '코'와 마스크를 합친 '코스크'다”라고 소개하면서 ‘코만 가리는 유니크한 마스크’ '신 감각의 마스크’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가디언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하는 가장 쉬운 경로가 ‘코’인 만큼 코스크 착용이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호주의 9 News와 시드니모닝헤럴드도 신박한 아이디어라며 온라인 누리꾼들의 반응을 상세히 전했는데요. 9 News는 디킨 대 건강변화연구소 캐서린 베넷 교수의 말을 인용해 “Kosk를 착용하는 것이 "Better than Noting” 즉 없는 것보다 나을 것이지만 그것은 아마도 미미한 차이를 만드는 것이다.”라고 전했습니다.
진행자:음식 먹을 때도 안전하게! 의도와 아이디어는 참신한데요. 최근에 출시 제품이라 아직 구매자들이 많지는 않겠습니다만 실제 사용자들의 반응은 어떻게 나오고 있나요?

해외언론의반응 Source: AAP
유화정 PD: 해당 제품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찬반이 엇갈렸습니다.
아이디어가 “참신하긴 하다”는 반응부터 “저거 살 정도로 걱정되면 외식하지 말아야지” “진짜 불안한 사람들을 위한 아이템” “등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미 구매한 고객들의 리뷰에서 한 소비자는 “밀착이 잘 돼 외식 시 유용할 것 같다”고 적었고, 또 다른 소비자는 “회식 때 마음이 편하다” 면서 별점 5개를 남겼습니다.
한편 일각에서는 "비말이 문제인데 코만 막으면 된다는 생각은 누가 했나" "입이랑 코가 연결된 거는 어떻게 모르는 거지" 등 다소 냉소적인 반응도 나왔습니다.
진행자: 코만 막을 수 있으니 식당을 나서면서는 코와 입을 가리는 기본 마스크로 갈아 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겠는데요?
유화정 PD: 외출 시에는 코스크 두 개를 사용하면 된다고 제작업체는 안내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코에 하나는 입에 착용하는 것이죠. 그런데 안 그래도 마스크 고무줄로 간혹 귀 뒤쪽의 통증을 호소하는 분들에게는 이중의 고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업체는 "다수가 모인 곳에서 아무리 마스크를 잘 쓴다고 해도 여러 가지 상황에서 마스크를 내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 단점을 보완해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고자"다른 마스크들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으로 완성시켰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앞서 지난해 몇몇 국가에서도 식사할 때 착용 가능한 이색 마스크를 선보인 바 있는데, 의도와 목적은 같지만 모양과 구조 등이 색달라 화제가 되기도 했죠?
유화정 PD: 코마스크를 처음 개발한 것은 멕시코의 한 면역학 연구소였습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에 "코로나 종식을 위해 애쓰는 연구소의 노고를 높이 산다"는 응원도 뒤따랐지만 “광대 같다”는 조롱 섞인 반응도 있었습니다.
이스라엘의 한 특허 회사는 음식을 입에 넣으려는 순간 마스크의 입 부분이 열리고 음식을 씹는 동안 다시 닫히는 마스크 개발로 눈길을 끌었는데요. 마스크를 열고 닫는 개폐 장치가 있어 손에 쥔 조종 장치로 조절을 할 수 있게 한 겁니다.
일본의 한 외식업체는 마스크와 냅킨을 겹쳐 쓴 뒤 마스크 앞으로 냅킨을 블라인드처럼 내려 입을 가리는 방식을 유튜브에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코로나19가 몰고 온 우리 사회의 다양한 변화상 중 가시적으로 가장 두드러진 변화가 바로 마스크 착용인데요. 고대 그리스에서 전쟁 때 쓰기 위해서 만들어졌다는 마스크가, 코로나19 확산과 더불어 갈수록 진화하는 모습입니다. ‘호모 마스쿠스’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했죠?

Remote controlled mask. Source: Reuters

냅킨위에마스크를올린채마스크를반으로접어착용하는방식이다. Source: Reuters
유화정 PD: ‘호모 마스쿠스’는 사회학자들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2020년을 ‘마스크를 쓴 인간들이 거리를 활보한 원년’이라 해서 ‘호모 마스쿠스(Homo maskus ·마스크를 쓴 인간)의 해’라고 명명한 데 기인합니다.
‘호모 마스쿠스’는 ‘호모 사피엔스’를 패러디한 신조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독일 사회학자 클라우스 크리스티안 교수의 말을 빌면 마스크는 감정 표현과 관련된 얼굴 영역의 60~70%를 가리기 때문에 표정이라는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잃어 소통이 단절됩니다. 또한 마스크를 덧씌우면 기쁨이나 슬픔의 감정이 건조해집니다.
진행자: 마스크가 비언어적 의사소통에 중요한 영역을 덮고 있다는 지적이군요. 실제 코로나 19로 마스크 착용이 필수가 되면서 거리에서 누군가의 하관을 본 지가 오래됐어요. 평소 알던 얼굴도 긴가 민가 해 실례를 범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그래서 “인류가 얼굴의 절반을 잃었다” 표현도 나왔습니다. 얼굴의 반을 가려야 한다는 것은 표정을 넘어 표현의 절반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하는데요.
마스크를 쓰고 숨 쉬기 답답하다는 것은 일차원적이고 생물학적인 불편함일뿐더러 표정을 가리는 마스크는 소통의 방법을 절반밖에 활용하지 못해 사회학적인 이유에서도 답답함을 유발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최고의 백신이라 불릴 만큼 마스크의 예방 효과가 입증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상생활에서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하는 부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제는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드러내는 게 오히려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어요. 특히 고객을 응대하는 서비스업의 경우 표정 관리에 크게 힘쓰지 않을 수 있어서 좋다는 얘기도 듣게 되는데, 전문가들의 분석도 이를 뒷받침하죠?
유화정 PD: 많은 전문가들은 마스크가 코로나19 예방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종류의 압박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한 마스크가 부당한 관습을 피하거나 외모지상주의에서 잠시나마 벗어나는 탈출구가 됐을 수 있다 고 분석했는데요.
성균관대 사회학과 구정우 교수는 “한국은 기본적으로 눈치를 많이 보는 문화인데, 마스크가 어느 정도 해방감을 줬다”며 “눈치 보는 문화에서는 시민들은 표정이나 얼굴을 드러내면 평가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비단 한국만이 아닌 것 같아요. 미국 NBC 방송이 인터뷰를 한 시민 가운데 상당수가 상당수가 “마스크를 쓰면 사회생활에서 억지로 표정을 연기할 필요가 없어 편하다” 말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유화정 PD: 실제로 미국 보건당국이 백신 접종률을 올리면서 ‘노(No) 마스크’ 조치를 시행한 기간 동안에도 표정을 숨기기 위해 마스크 착용을 고수하는 미국인들이 많이 나타났습니다.
정신의학 전문가들은 마스크를 벗지 않으려는 것을 ‘가면 증후군’에 비유하는데요. 가면 증후군은 자신을 과소평가하고, 언젠가 자신의 실체가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심리 상태를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코로나 시기에 재택근무가 증가하고 만남은 감소하면서 사람들 사이의 지지와 인정이 줄었고, 사회 관계망이 약해지다 보니 잘하는지 못하는지 알 수 없어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낮아지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Homo maskus Source: Getty Images
진행자: 외모지상주의에서 잠시나마 벗어나는 탈출구가 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 앞서 언급이 있었는데요. 마스크와 관련해 나온 요즘 신조어 중에 ‘마기꾼’이라는 말이 있다면서요?
유화정 PD: '마스크'와 '사기꾼'을 합성한 단어입니다. 마스크를 착용할 때는 얼굴이 예쁘거나 멋있어 보이지만 마스크를 벗으면 전혀 그렇지 않은 사람을 일컫는다고 하는데, 마스크를 착용함으로써 실제 생김새보다 더 예쁘거나 멋있는 것처럼 사기를 친다는 의미입니다.
영국 카디프 대 연구진은 지난해 실제로 마스크를 착용한 얼굴이 맨 얼굴보다 호감도가 더 높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 공개학술지에 발표했습니다.
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거나 노트북으로 얼굴 하단을 가린 사람들보다 훨씬 더 높은 매력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은 1회용 수술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는 의료용 마스크는 질병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호감도를 떨어뜨린다는 코로나19 이전의 연구 결과와는 상반된 결과였습니다.
진행자: 마스크를 착용했을 때 더 호감도가 높다, ‘마기꾼’이란 신조어 탄생 이유가 과학적으로 입증이 된 거네요. 그런데 ‘1회용 수술 마스크를 쓴 사람이 매력도가 가장 높은 이유는 뭘까요?
유화정 PD: 의료용 마스크로 얼굴을 가릴 때 호감도가 가장 높은 것은 팬데믹 이후 파란색 마스크를 착용하는 의료 종사자에게 익숙해졌기 때문으로 연구진은 해석했는데요. 의료용 마스크를 보면 간호사 또는 의사를 연상하게 돼 심리가 더 안정되고 긍정적인 느낌을 갖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코로나 19 장기화로 진화하는 마스크 그 변화상을 살펴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