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모리슨 연방총리가 호주 원주민과 역사를 기념하는 국경일을 제정하는 안을 제안했다.
호주의 건국기념일인 오스트레일리아 데이의 날짜를 1월 26일이 아닌 다른 날짜로 변경해야 한다는 요구가 점점 거세지자 이에 대한 대안책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작년 빅토리아주의 몇몇 카운슬이 오스트레일리아 데이 날짜를 임의로 변경한 이래 최근 NSW주의 한 카운슬이 이에 동참하면서 오스트레일리아 데이 날짜를 둘러싼 공방이 재점화됐다.
연방정부는 NSW주의 바이런 샤이어 카운슬(Byron Shire Council)의 시민권 수여식 개최 권한을 박탈했으며, 성명을 통해 이를 확인한 데이비드 콜먼 이민장관은 오스트레일리아 데이 날짜를 “정치 이슈화해선 안 된다”라고 못박았다.
날짜 변경에 대한 요구가 확산되자 모리슨 총리는 호주 원주민과 그들의 6만 년의 역사를 인정하기 위한 특별한 날을 분리 제정하는 안을 내놓았다.
그는 세븐 네트워크(Seven network)와의 인터뷰에서 원주민을 기념하는 날짜와 관련해 지역사회 및 각 주와 비즈니스 그룹의 견해를 수렴할 뜻을 시사했다.
모리슨 총리는 채널 7의 선라이즈(Sunrise) 프로그램에서 “원주민 기념일을 분리 제정하는 안에 대해 논의하고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화와 호주 원주민의 성취를 인정하기 위해 오스트레일리아 데이를 끌어내릴 필요는 없다”라며, “이 둘 모두가 공존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연방정부는 매년 호주 원주민을 존중하는 의미로 오스트레일리아 데이를 변경해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해왔다. 호주 원주민 및 토레스해협 군도민 대부분은 영국의 호주 식민지화가 시작된 날을 축하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느끼고 있다. 영국의 호주 식민지화로 원주민의 토지 소유권이 박탈됨은 물론 원주민에 대한 대학살이라는 비극이 야기됐기 때문이다.
연방 내각의 유일한 원주민 출신인 캔 와이어트 노인복지 장관은 전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원주민 문화를 인정하기 위한 국경일을 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말콤 턴불 전 연방총리에게 제안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와이어트 장관은 오스트레일리아 데이를 기념하는 것은 영국 제1함대가 보타니 베이(Botany Bay)에 도착하면서 정착하게 된 것에 관한 것이라기 보다는 한 국가로서의 “호주의 국가 정체성”에 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방총리는 호주가 훌륭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완벽하지는 않다고 인정했다.
모리슨 총리는 데일리텔레그라프와의 인터뷰에서 “기념일을 제정해 호주 원주민을 존중하고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국가와 마찬가지로 깊은 상처를 남긴 사건들이 발생했고 특히 원주민에 대한 처우와 관련해 그렇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 같은 과오가 자기혐오(Self-loathing)를 양산해선 안 되며, 그로 인한 교훈과 더 나은 국가가 되는 방법을 상기시키는 것이 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최근 몇 년 동안 일각에서는 오스트레일리아 데이를 1월 26일이 아닌 다른 날에 기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는 호주 원주민에 대한 깊은 존중에서 나온 것임을 알고 이해는 하지만 정중히(respectfully) 이에 동의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모리슨 연방총리는 어제(9월 24일) 1788년 1월 26일 “근대 호주(modern Aus nation)”가 시작됐고 이 날은 호주의 정체성과 그동안 성취해 온 것, 그리고 성취해 나갈 것을 생각해보는 날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윗을 통해 “제멋대로 식의 자기혐오가 아닌 과거에 대한 정직함이 호주를 더 강하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사이먼 리처드슨 바이런 시장(Byron Mayor)은 1월 26일을 건국 기념일로 축하하는 것은 지역사회 일부에 고통을 야기하며 호주의 공정함의 가치와 동료애가 반영된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낸다고 지적한다.
그는 “일부 호주 국민이 고통을 받음에도 ‘기꺼이’, ‘고의적’이자 ‘지속적’으로 이 날을 기념하는 것이 진정한 동료애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