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즐랜드 주총선이 내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퀸즐랜드 선거는 호주 정치 역사상 최초로 주요 양당 모두 여성 당수들이 주총리 자리를 놓고 겨루는 선거가 되는데요, 여느 때보다 치열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퀸즐랜드 주총선과 관련해 홍태경 프로듀서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인사) 10월 31일 치르는 퀸즐랜드 선거, 오늘로 디데이가 하루 남았군요.
홍태경 PD: 네,그렇습니다. 주총리 자리를 놓고 결전을 펼치는 두 사람은 호주 노동당(ALP)의 아나스타샤 팔라쉐이 주총리와 자유 국민당(LNP)의 데브 프레클링턴 당수입니다.
2015년부터 퀸즐랜드 주총리를 맡고 있는 아나스타샤 팔라쉐이 주총리는 이번 주총선에서 승리하면 세 차례 주총리로 연임하게 되면서, 2차 세계 대전이후 최장수 노동당 출신 주총리가 됩니다. 팔라쉐이 주총리는 2006년부터 인알라(Inala) 지역구 의석을 차지하고 있고, 프레클링턴 자유 국민당 당수는 2012년부터 나난고(Nanango) 지역구 의석을 맡고 있습니다.
퀸즐랜드 주의회는 상원 없이 하원(Legislative Assembly)만 있는데요, 현재는 93석 중 집권 노동당이 48석으로 과반보다 2석을 더 얻어 간신히 다수 정부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자유국민당이 38석, 나머지 7석은 군소정당 또는 무소속 의원들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만약 노동당이 2석 이상의 의석을 상실하거나 자유국민당이 최소 9석을 추가하는데 실패하는 경우, 소수 내각(a hung parliament)으로 연정을 구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진행자: 지난 6일부터 이어진 공식 선거 유세 진행 상황을 보면, 예상 외로 두 여성 정치인의 역사적인 대결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지는 않은 것 같아요.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두 여성 정치인의 성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오히려 선거 당일 소시지 시즐 행사에 관한 찬반양론이 거셀 정도로 여성정치인 대결이라는 구도를 의식적으로 피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퀸즐랜드 주의 최연소 여성 하원의원 출신이자 현재 퀸즐랜드 공공정책 싱크탱크인 멕켈연구소의 놀런 대표는 퀸즐랜드의 첫 여성 총리였던 안나 블라이 전 총리 밑에서 장관직을 맡으며 팔라셰이 총리와 함께 일한 적이 있는데요, 당시 블라이 정부에서는 첫 여성 주총리였던데다가, 다른 스타일의 리더십을 보였고 매우 진보적인 여성 총리로서 성별을 내세운 정치 스타일을 피할 수 없었다고 평가하면서, “현재 팔라셰이 총리는 팬데믹 상황에서 큰 역할을 다하고 있고, 성별 문제는 더 이상 중요한 이슈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놀런 대표는 팔라셰이 주총이는 매우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이며 실제로 꽤 신중한 타입이라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야당 프레클린턴 후보는 어떤 지도자인가요?
홍태경 PD: 데브 프레클린턴 후보는우선 페이스북 페이지에서자신을 ‘아내이고 엄마이자 자유국민당의 리더’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변호사 출신으로 주로 농업 분야에서 일해왔는데요, 전 주총리였던 조 비엘케-피터슨이 역임했던 나난고 지역구을 맡고 있습니다.
비교적 온건파인 지방 지역의 의원으로, 첫 의회 연설에서 자유국민당 내부의 파벌로 인한 분열 양상에 대해 “극우파의 지나치게 단순한 해결책”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프레클린턴 후보는 2017년 야당 당수가 된 후 쿠리어메일과의 인터뷰에서 “여성의 롤모델이 되어 기쁘다. 이전의 변호사직도 남자들의 세계 안에 있었다. 남성과 마찬가지로 여성들도 자신의 실력으로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여성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퀸즐랜드 자유국민당은 현재 총 38석의 의원석 가운데 6명이 여성의원입니다. 2017년 프레클린턴 후보가 당수로 선출된 데는 여당인 노동당 당수인 아나스타샤 팔라셰이 주총리를 견제하려는 목적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1980년대 이후 자유당은 2012년 자유국민당 연합으로 한 번 여당석을 차지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노동당이나 국민당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으니 당 내의 쇄신이 필요했던 것 같네요.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하지만 여론조사 상에서 프레클링턴 후보는 총리 선호도 및 대중 인식에서 팔라셰이 주총리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초 자유국민당 내에서 당수 교체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관련 여론조사 내용이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반면 2012년 선거에서 노동당은 충격적인 대패배 이후 팔라셰이 주총리가 노동당 당수로 취임하면서 7명의 하원의원으로 구성된 야당을 이끌게 됩니다. 당시 자유국민당에 78석을 내주고 단 7석만 확보하게 된 노동당으로서는 당내 개혁이 필요한 상황이었죠. 이후 2015년 선거에서 2석 차로 가까스로 여당에 안착하게 된 팔라셰이 노동당은 이후 2017년 선거에서도 승리하면서 팔라셰이 주총리는 연임에 성공하게 됩니다.
이번 선거는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캠페인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요, 노동당의 소식통에 따르면 특히 자녀가 있는 엄마들이나 여성 유권자들과 소통하는 팔라셰이 주총리의 소셜미디어 참여도가 기대 이상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멕켈연구소의 놀런 대표는 “팔라셰이 총리가 소셜미디어 상에서 격의없이 말장난을 주고받거나 다소 사소한 개인적인 정보도 공유하면서 평범한 사람으로 보여지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팔라셰이 주총리는 유산에 대한 경험을 비롯해서 체외수정을 통해 아이를 갖기 위해 시도했던 것, 자궁내막증을 겪은 것 등 자신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공개적으로 얘기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야당 입장에서는 이러한 부분에 대해 정치적 공세를 펼치기도 했죠.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프레클링턴 후보는 올 초에 팔라셰이 주총리가 이미지 관리에만 신경쓴다고 비판하면서 자신은 남편과 아이들을 챙기면서 업무까지 챙기느라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는 반면에 팔라셰이 총리는 메이크업과, 디자이너 브랜드 의상까지 신경쓴다고 지적했는데요, 하지만 이 같은 발언은 같은 자유당 내 의원들뿐만 아니라 여성 의원들로부터 공감을 얻지 못하고 오히려 비판의 대상이 됐습니다. 그동안 여성 지도자들은 의상이나 외모에 대해 끊임없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으며 같은 여성 지도자가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은 자충수를 둔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것이죠. 하지만 이러한 비난에 대해 프레클링턴 당수는 “일각에서 정치적 이득을 위해 자신의 말을 왜곡하려한다”고 일축했습니다.
진행자: 올해 초 자유당 당수에 대한 이러한 비판적 시각이 결국 선거 캠페인 방향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겠네요.
홍태경 PD: 그렇습니다.자유당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상대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코멘트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선거 캠페인의 방향성을 설정하면서, 팔라셰이 주총리에 대한 공격보다는 스티븐 마일즈 부총리나 재키 트래드 전 부총리를 겨냥해 선거 유세에 나서는 모양새를 보였습니다.
또 자유당은 선거 유세를 시작하기 전 날에는 또다른 방식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접근법을 택했는데요, 스콧 모리슨 총리가 퀸즐랜드 기반의 피터 더튼 내무장관 등과 함께 팔라셰이 총리의 코로나19 주경계 봉쇄 정책을 맹비난하며 연민없는 정서적 공감대 부족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여성 정치인 및 여성 혐오적 발언에 대해 연구하는 호주국립대학교의 블레어 윌리엄스 부교수는 “특히 여성 정치인들은 동정심과 함께 강한 의지를 보여줄 것이 기대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예를 들어, 빅토리아주의 앤드류스 주총리의 동정심을 비판하는 것은 여성 지도자에게 하는 것만큼 해롭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남성 정치인은 사나운 사냥개와 같은 발언을 할 수 있지만, 여성 정치인이 그럴 경우, 냉정한 욕쟁이 정도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안나 블라이 이전 총리 시절과는 달리 지금은 퀸즐랜드 여성 정치인의 입지가 눈에 띄게 달라졌잖아요?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안나 블라이 전 총리는 2014년 당시 “성차별에 관해 이야기를 꺼내면 참을성이 없는 사람으로 비춰지는 분위기였다”고 토로한 적이 있는데요, 하지만 팔라셰이 주총리는 자신은 여성 총리가 아니라 그냥 ‘총리’라는 프레임을 설정하는 데 노력해 왔습니다. 팔라셰이 주 총리도 20년 전에는 한 정부 각료 회의실에 자신만 뺴고 모두 남성이었다고 회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20년 현재는 많은 것이 달라졌는데요, 팔라셰이 총리는 지금 회의실에 들어서면 내각의 50%는 여성 장관이며, 가끔 ‘대단한 변화’가 이뤄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네, 얘기 잘 들었습니다. 호주 정치 역사성 처음으로 여성 당수들의 맞대결, 과연 어떤 성적표를 받아보게 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지금까지 하루 앞으로 다가온 퀸즐랜드 주총선 분위기 함께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