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이 작품상 수상작으로 호명되자 서로를 부둥켜안고 감격해하는 봉준호 감독의 아내 정선영 씨와 아들 봉효민 씨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이 같은 모습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공개됐습니다. 이 영상에 따르면 봉 감독의 가족은 미국 배급사인 네온 관계자 등과 함께 객석 1층 뒤편에 자리를 잡았는데, 시상자로 나선 배우 제인 폰다가 수상작으로 '기생충'을 호명하자 이들 가족은 환호성을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부둥켜안으며 눈물을 보였습니다.
봉준호 "영감을 주는 아내에 감사"... 부인은 누구?

봉준호 감독의 아내 정선영 씨와 아들 봉효민 씨 Source: LA Times
봉준호 감독은 지난 9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각본상, 국제 극영화상, 감독상, 작품상까지 4관왕을 달성하며 한국 영화사와 아카데미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제일 먼저 각본상을 수상한 뒤 "시나리오를 쓴다는 건 고독하고 외로운 작업이다. 국가를 대표해서 시나리오를 쓰는 건 아닌데 그럼에도 대한민국에 감사하다"며 "언제나 많은 영감을 주는 아내에게도 감사하다"라고 아내를 언급하는 로맨틱한 수상소감으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봉 감독의 아내 정선영 씨는 시나리오 작가로, 봉 감독의 시작을 알린 단편영화 ‘지리멸렬’에 편집 스태프로 참여한 이력이 있습니다. 두 사람은 봉 감독이 조감독 생활을 할 무렵인 1995년 부부의 연을 맺었고, 슬하에 1남을 두었습니다. 아들 봉효민 씨 역시 영화계에서 조감독 등으로 성장하는 중이며 '1987' '골든 슬럼버' 'PMC:더벙커' '옥자' '리얼' 등에 참여했습니다.
최근 미국 잡지 '베니티 페어'와의 인터뷰에서 봉 감독은 "대학교 영화 동아리에서 영화광인 아내를 만났고, 그녀는 나의 첫 번째 독자였다. 대본을 완성하고 그녀에게 보여줄 때마다 두려웠다"라고 회상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제66회 시드니 필름 페스티벌 최종 경쟁부문에 올라 2019년 6월 시드니를 방문했을 때 SBS 한국어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도 가족에 대해 언급한 바 있습니다.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인터뷰 오디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맨 마지막 시상 순서로 빨간 드레스 차림의 제인 폰다가 작품상 ‘기생충’을 호명하자 객석의 탄성과 환호 속에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이 무대로 뛰어올랐습니다. 배급사를 대표한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제작사를 대표해 곽신애 바른손E&A 대표도 기쁨을 함께했습니다.
곽신애, 아시아 여성 프로듀서 최초 오스카 작품상
‘기생충’으로 아시아 여성 제작자 최초로 오스카상 작품상을 수상하는 기록을 세운 곽신애 바른손E&A 대표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니까 너무 기쁘다”며 “지금 이 순간에 뭔가 굉장히 의미 있고 상징적인 시의적절한 역사가 쓰인 기분이 든다. 이러한 결정을 내린 아카데미 회원들에 경의와 감사를 드린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습니다.
곽신애 대표는 영화인 가족입니다. 곽 대표의 친오빠가 영화 ‘친구’’극비수사’의 곽경택 감독이며 남편은 영화 ‘해피엔드’ ‘은교’를 만든 정지우 감독입니다. 곽 대표는 영화잡지 ‘키노’ 기자로 영화계에 첫 발을 들인 후 영화 홍보대행사 ‘바른생활’과 제작사 ‘청년필름’, ‘신씨네’ 등을 거쳐 2010년 바른손에 입사, 2013년 대표로 선임됐습니다.

'기생충' 제작자 곽신애 바른손 이엔에이 대표와 봉준호 감독 Source: Getty Images
수작 ‘기생충’과 CJ 네트워크의 시너지
‘기생충’의 책임 프로듀서로 엔딩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린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감회도 남달랐습니다. 평소 공식 석상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던 이 부회장이 수상 소감을 밝혀 ‘기생충’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나타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모든 것을 좋아한다. 그의 머리, 그가 말하고 걷는 방식, 특히 그의 연출 방식과 특별한 유머 감각을 좋아한다. "고 말문을 연 이 부회장은 “정말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한국 영화를 보러 가주시는 관객들에게 감사하다. 또 주저하지 않고 저희에게 의견을 주셔서 감사하다. 이 같은 의견 덕에 한국영화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라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영화 전문가들은 아카데미상의 경우 작품만 좋다고 수상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말합니다. 뛰어난 작품성에다 투표인단을 설득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수인데, 특히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연락하는 게 감독이나 배우들만의 노력으로는 사실 불가능한 일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기생충’의 글로벌적인 성공에는 CJ의 통 큰 투자도 한몫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뛰어난 작품을 만들었고 CJ 네트워크가 시너지를 낸 결과라는 평가입니다. CJ는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 외에 '살인의 추억', '마더', '설국열차' 등을 함께 했습니다.
통역 맡은 샤론 최, ‘이름 없는 영웅(unsung hero)’

'기생충' 배급사 대표 CJ 이미경 부회장 Source: Getty Images
9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이 각본상, 감독상, 국제 장편영화상에 이어 작품상을 석권하는 무대에는 스물다섯 살 한국 여성 샤론 최(한국 이름 최성재)가 봉준호 감독과 내내 함께 있었습니다.
샤론 최는 지난해 5월 칸 국제영화제에서 처음 봉 감독의 통역으로 일하기 시작한 뒤 각종 시상식, TV쇼에 함께 등장하며 때로는 봉감 독보다 더 눈길을 끄는 ‘신 스틸러’가 됐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 후 영국 출신 언론인 피어스 모건은 트위터에서 그를 ‘이름 없는 영웅(unsung hero)’으로 칭송했고, 영국 가디언지는 "수상 시즌의 MVP", "세계 최고" 등의 평을 전했습니다.
샤론 최는 전문 통역가가 아니며 한국 외고 졸업 후 미국 대학을 나와 영화를 공부했습니다. 본인의 영화도 촬영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 때문에 언어의 문화적 차이는 물론이고 영화라는 분야에 관한 이해도도 높아 매끄러운 통역이 가능했습니다. 여기에 말을 놓치지 않는 천재적인 기억력과 맥락에 맞는 단어를 사용하는 순발력도 갖췄습니다.
최 씨의 각종 통역 영상은 유튜브에서 영어 교재로 활용되고 있을 정돕니다. 특히 ‘투나잇 쇼’의 통역 장면을 담은 영상이 유튜브에서 100만 조회수를 넘기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는 시상식 직후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봉준호 감독 사진을 올리며 ‘역사를 만든 순간(When you make history)’이라는 코멘트를 달았습니다.

92회 아카데미 통역상? 샤론 최(최성재) Source: Getty Images
세계영화사를 새롭게 쓴 ‘기생충’ 봉준호 감독 뒤에는 오스카 기적을 일군 위대한 여성 4인방이 있었습니다. [시네마 토크] 유화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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