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된 멜버른 정부 임대 아파트에 다량의 보냉커버 우송한 폴린 핸슨…그 저의는?

One Nation Leader Pauline Hanson.

One Nation Leader Pauline Hanson. Source: AAP

원내이션 당의 폴린 핸슨 당수가 ‘마약 중독자들’로 낙인 찍었던 멜버른 정부 임대 아파트 거주자들에게 코로나19 봉쇄조치 당시 보냉커버를 주민들에게 전달하려 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그 저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진행자: 빅토리아 주정부는 지난 7월 코로나19 재확산 사태가 집중된 멜버른 북서부 지역에 대한 봉쇄조치를 확대 강화하면서 신규확진자 다수가 나온 정부임대 아파트 단지 9곳을 완전 봉쇄 조치한 바 있었는데요,

멜버른 정부임대 아파트가 완전 봉쇄됐을 때 폴린 핸슨 원내이션당 당수는 아파트 입주민들을 ‘마약 중독자’라고 비하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같은 발언을 한 지 며칠 뒤 호주우체국을 통해 114개의 보냉커버를 1개 동의 주민들에게 보내려 시도했다고 합니다.  

당시 입주민들의 감정이 격앙될 것을 우려한 멜버른 시의회가 소포 배달을 막았는데, 이에 호주우체국이 배달을 완수해야 한다는 이메일을 멜버른 시의회에 보낸 것으로 알려지며 이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우선 폴린 핸슨 원내이션당 당수가 봉쇄조치된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보내려 했던 보냉커버가 어떤 것이었는지 간단히 짚고 넘어가죠.

조은아: 네, 핸슨 당수가 보내려 한 스터비 홀더(stubby holders)는 음료수나 맥주 등을 차가운 온도를 유지하면서 마실 수 있게 만든 보냉커버나 보냉팩으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은데요, beer holder나 stubby cooler 등으로도 불립니다.

이 보냉커버는 원내이션당 홍보용으로 제작된 것이었는데요, 핸슨 당수의 사진과 함께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을 말할 배짱이 저는 있습니다(I've got the guts to say what you're thinking)'라는 슬로건이 새겨져 있습니다. 핸슨 당수는 봉쇄조치된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보내는 보냉커버에는 ‘기분 나빠하지 마라(No hard feelings)’는 메모를 첨부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진행자: 지난 7월 보냉커버가 담긴 114개의 소포가 노스 멜버른의 76 캐닝 스트릿(76 Canning St) 앞으로 보내졌고 각 소포의 주소지에는 “입주민에게(to the householder)”라고 적혀 있었는데, 핸슨 당수의 이같은 시도를 멜버른 시의회(City of Melbourne)가 개입해 저지했다구요?

조은아: 네, 그렇습니다. 핸슨 원내이션당 당수는 보냉커버 114개를 보내기 며칠 전 완전 봉쇄조치된 정부임대 아파트 단지 9곳의 입주민들에 대해 영어를 하지 못하는 “마약 중독자”와 “알코올 중독자”라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습니다.
One Nation leader Senator Pauline Hanson in threatening legal action against the Queensland Government.
One Nation leader Senator Pauline Hanson Source: AAP
디에이지와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완전 봉쇄로 힘들어하는 입주민들의 감정이 핸슨 당수의 소포가 전달되면 더욱 격앙될 것을 우려해 멜버른 시의회가 개입, 소포 전달을 막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멜버른 시의회의 이같은 조치에 호주우체국이 개입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어요.

조은아: 네, 그렇습니다. 멜버른 시의회가 배달을 중지시키자 호주우체국(Australia Post)의 크리스티나 홀게이트 CEO가 핸슨 당수의 소포 전달을 위해 개입했다는 보도가 최근 나오면서 이슈가 확산되는 모양새입니다.    

호주우체국의 최고 법률 고문이 멜버른 시의회에 협박성 이메일을 보내면서 해당 이메일을 홀게이트 CEO에게 참조로 보낸 것으로 전해진 건데요,

디에이지와 시드니모닝헤럴드는 해당 이메일에는 호주우체국이 핸슨 당수의 소포를 배달하는데 5시간을 주겠고 그렇지 않을 경우 경찰에 알리겠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호주우체국이 개입한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보이는데요,

조은아: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시드니모닝헤럴드는 호주우체국이 우편물 배달 규정의 임시적 완화 결정이 상원에서 뒤집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 원내이션당의 표가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호주우체국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요?

조은아: 홀게이트 호주우체국 CEO는 그녀가 핸슨 당수와 연락을 취했고 개인적으로 소포가 배달되도록 추진했다는 보도를 전면 반박했습니다.

호주우체국 측은 자사 웹사이트에 올린 공개 성명을 통해 “호주우체국은 홀게이트 CEO가 원내이션당 혹은 핸슨 당수와 해당 사안에 대해 대화하거나 멜버른 시의회를 협박한 적이 없음을 확인한다”고 밝혔습니다.
Australia Post CEO Christine Holgate
Australia Post CEO Christine Holgate Source: AAP
이어 “연방법은 우편물과 관련, 개입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호주우체국은 호주 국민이 지정한 주소로 우편물 배달을 완수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확실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폴린 핸슨의 보냉커버 전달 시도에 당시 봉쇄된 아파트의 입주민 한 명은 그같은 행동은 ‘충격적’이자 ‘악의적’이라고 비난했는데, 입주민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조은아: 네, 그렇습니다. 멜버른에 소재한 무슬림 청소년을 위한 비영리 단체 AMSSA의 운영 매니저인 압디카파 아메드 씨는 지난 7월 정부임대 아파트가 완전 봉쇄됐을 때 식량 및 생필품, 시민들로부터 받은 기부 물품 등을 현장에서 입주민들에게 전달하는 일을 맡고 있었는데요,

압디카파 씨는 폴린 핸슨 당수의 소포 스캔들을 알기 전에도 빅토리아 주정부가 보낸 식품들은 문화, 종교적으로 부적절했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것도 있었기 때문에 입주민들 사이에 이미 좌절감 혹은 불만이 팽배했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압디카파 씨가 SBS 더피드(The Feed)와의 인터뷰에서 핸슨 당수의 그같은 시도를 비판했다구요,

조은아: 네, 그는 이미 자리잡고 있었던 좌절감에 기름을 부으려는 핸슨 당수의 시도는 아파트 입주민에 대한 그녀의 ‘무시’와 ‘무례함’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일부 사람들은 이 끔찍한 코로나바이러스로 가족을 잃었는데 그같은 소포를 보내는 핸슨 당수의 행동에 그저 할 말을 잃었을 뿐이라고 개탄했습니다.
AMSSA
The warehouse were AMSSA volunteers organised deliveries for residents in the towers. Source: SBS Somali
진행자: 압디카파 씨 외에도 당시 록다운된 아파트 입주민이었던 아메드 디니 씨 역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는데요,

조은아: 네, 디니 씨는 폴린 핸슨 당수가 소포를 보낸 동일 주소지인 노스 멜버른 캐닝 스트리트에 살고 있었습니다.

봉쇄조치가 해제되고 밖으로 나올 수 있었을 때 그는 핸슨 당수가 소포를 그가 사는 아파트에 보내려 했다는 애기를 듣게 됐다는데요,

디니 씨는 “처음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정말 충격을 받았지만 원내이션당의 폴린 핸슨 당수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하면서 핸슨 당수는 피부색, 신념, 종교 등에 기반해 사회를 분리시키고 싶어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봉쇄 아파트 입주민들을 알코올 중독자와 마약 중독자라고 비하한 지 단 며칠 뒤에 보냉커버를 보내려 시도한 그 의도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입주민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은아: 디닌 씨는 핸슨 당수의 행동을 “계산적”이자 “악의적”이라고 맹비난했습니다. 폴린 핸슨 당수가 이들 커뮤니티의 취약성을 알아보려한 시도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는데요,

그는 핸슨 당수가 입주민들이 알코올 중독자라는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맥주를 시원한 상태로 마실 수 있도록 디자인된 보냉커버를 보낸 것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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