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 한국, 세계 최초 해조류 부산물로 만든 친환경 일회 용기 선보여 주목
- 폐기 후 52일 지나면 100% 완전 생분해돼…유럽 시험기관 인증
- 1918년 스페인 독감 팬데믹으로 일회용 종이컵 문화 자리 잡아
- 코로나 후 한국 일회용 컵 사용량 10억 개, 회수율은 19%에 그쳐
수년 전 인도네시아에서 발견된 향유고래의 뱃속에서 플라스틱 컵 115개와 비닐 백 25개가 수거돼 충격을 던진 바 있습니다. 호주에서는 새의 몸에서 플라스틱 빨대와 풍선이 나왔습니다.
이제 모두가 기후위기를 피부로 느낍니다. 많은 사람들이 환경을 걱정하며 열심히 분리수거를 하고 텀블러를 들고 다닙니다. 그럼에도 인류가 만들어내는 플라스틱 양은 해를 더할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스타트업 '마린이노베이션'이 해초의 부산물로 만든 친환경 소재 일회 용기를 선보여 화젭니다. 특히 이들 제품은 버려진 뒤 52일 이후 100% 완전 생분해되는 것으로 세계 시장에서 인증됐습니다.
자세한 내용 살펴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나혜인 PD(이하 진행자): 최근 한국의 한 스타트업(start-up company)이 해양 자원을 활용한 친환경 소재 용기 등을 내놓아 화제인데요. 기업 명이 '마린이노베이션' 이름부터 남다른 포스가 느껴지는데 어떤 기업인가요?
유화정 PD: 마린(marine)과 이노베이션(innovation)을 합쳐 '마린이노베이션'으로 바다 자원인 해조류로 환경문제 해결에 혁신을 가져오겠다는 의미이고요. 다음 세대에게 깨끗한 지구를 물려주기 위해 설립됐습니다.
해조류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간식과 식품을 만들고, 남은 부산물로는 목재와 플라스틱 대체재를 생산하고 있는데, 우뭇가사리에서 추출한 한천으로 식품인 '달하루' 양갱을 만들고 그 부산물을 통해 생분해 식품 용기 '자누담'을 제작합니다.

The eco-friendly Janoodam cups and plates made from seaweed by-products Credit: marine innovation
유화정 PD: 소셜 벤처기업으로 내놓은 첫 제품이 달하루였는데, 달하루를 구매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해양동물을 살리고 환경을 보전하는 일에 동참할 수 있도록 수익금의 일부를 환경단체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마린이노베이션은 패키지에도 사회적 가치를 담아내고 있는데요. 무분별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으로 고통받는 해양동물을 살리고 환경을 보전하자는 마음으로 달하루 패키지에 7마리 동물의 일러스트를 넣어 의미를 새겼습니다.

Marine Innovation’s sweet red bean jelly 'Dalharoo'
유화정 PD: 그렇죠? 달하루는 "해양 동물에게 달콤한 하루를 선물하다"는 의미입니다. 마린이노베이션은 달하루 판매 수익의 일부를 환경단체에 기부할 뿐만 아니라 매달 정기적으로 해양 정화 활동을 하며 해양동물을 살리는 노력도 경주하고 있습니다. 또 해조류 부산물을 소재로 만든 친환경 용기 제품군 '자누담'은 "자연을 나누어 담다"는 의미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 전에도 해조류를 이용한 해초 빨대, 해초 컵 등 획기적인 제품들이 환경 관련 토픽을 통해 소개됐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컬처 IN 시간을 통해서도 전해드린 바 있는데요. 대표적인 예로 미국 뉴욕의 친환경 소재 연구 기업인 롤리 웨어(Loliware)가 해초를 사용해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만드는 데 성공해 해초 빨대를 선보인 바 있고요.
인도네시아에서는 92년생 CEO 가 창업한 친환경 포장지 제조업체 에보웨어(Evoware)가 미역 다시마와 같은 해조류에 전분을 섞어 만든 먹을 수 있는 해초 컵과 포장지, 봉투 등을 개발해 주목을 끌기도 했습니다.
미국 롤리 웨어처럼 해조류 추출물을 이용하는 기업은 세계적으로 몇몇이 되는데요. 추출물 자체가 원재료가 비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원자재가 비싸면 자연 제품 판매 가격도 높게 책정이 되는 것이죠.
진행자: 그러면 마린이노베이션의 세계 최초라는 의미는 기존에 선보여진 해초 제품들과는 달리 색다른 소재의 발견, 즉 쓸모없다고 버렸던 해초 부산물을 이용한다는 점이라고 볼 수 있겠군요.
유화정 PD: 좀 더 설명을 붙이자면 마린이노베이션이 주력하는 상품은 소재에 따라 크게 둘로 나눠지는데, 해조류 추출물로는 양갱과 해초 샐러드, 후코이단을 생산합니다. 참고로 후코이단은 일본에서는 암 치료제로도 쓰일 만큼 주목받고 있는 건강증진식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후코이단까지 추출하고 나면 보통은 다 버리는데, 마린이노베이션은 그 버려지는 해초 부산물을 재활용하고 재가공해서 환경에 이로운 상품들 일회용 종이컵, 종이 접시, 종이 도시락, 계란 판, 과일 트레이 등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진행자: 환경에 이롭다고 하니 기왕이면 조금 더 두껍게 만들어서 일회용이 아닌 다회용기로 만들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유화정 PD: 친환경 소재로 견고하게 만들어서 한 번 쓰고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몇 번을 더 쓸 수 있다면 환경 지킴 차원에서 보다 효과적이겠죠. 기업 측에서도 이 부분을 제고하지 않은 건 아니라고 하는데요.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위생 등의 이유로 일회용품 선호도가 더 높아졌다는 점 등 다각적인 고려가 필요했다고 합니다.
진행자: 한국이 낳은 세계 최초 해초 부산물 친환경 제품, 세계 시장 판로도 크게 열렸다고요. 특히 이들 제품이 폐기 시 완전 생분해된다는 점이 크게 부각됐다면서요?
유화정 PD: 기업은 제품이 만들어질 때만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만든 제품이 버려지고 나서도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즉 폐기된 자원이 다시 새로운 자원으로 쓰일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마린이노베이션’의 창업 이념입니다.
자누담 제품의 하나인 해초 종이컵은 사용 후 버려진 뒤 52일 만에 100% 생분해되는 과정이 프랑스·독일 등에서 인증됐습니다. 이로 인해 마린이노베이션은 세계 포장기구(World Packaging Organization)에서 개최한 '2021 월드스타 글로벌 패키징 어워드'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마린이노베이션의 혁신적인 친환경 패키징 기술, ‘2021 월드스타 글로벌 패키징 어워드’ 수상
유화정 PD: 한국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일회용품 저감을 위해 자발적 협약을 체결한 스타벅스·배스킨라빈스 등 카페 프랜차이즈 14곳과 맥도날드·롯데리아·버거킹·KFC 등 패스트푸드 업체에서 지난해 사용된 10 억 2천4백만 개에 달하는 일회용 컵 중 80%가 수거되지 못했습니다.
특히 카페전문점의 일회용 컵 회수율이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패스투푸드점의 플라스틱 컵 회수율은 67.2%를 기록한 반면 카페전문점의 플라스틱 컵 회수율은 한 자릿수 단 7.6%에 불과했습니다.
진행자: 한국 정부가 12월 2일부터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시행할 예정이라면서요?
유화정 PD: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가맹점이 100개 이상인 프랜차이즈의 매장'서 음료를 일회용 컵에 받으려면 음료값과 함께 보증금 300원을 내도록 하고 이후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입니다. 당초 환경부는 지난 6월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식음료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금전·업무 부담을 이유로 반발하면서 6개월 유예돼 오는 12월 2일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진행자: 직장인이 하루 사용하는 일회용 종이컵은 평균적으로 3개 이상이며, 일회용 종이컵 소비량은 연간 166억 개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던데, 호주 멜버른에서는 일회용 커피 컵 대신 과자처럼 ‘먹는 커피 컵’을 사용하는 카페가 인기라고요?
유화정 PD: 네. 멜버른 소재의 스타트업 굿 에디(Good Edi)가 개발한 마치 아이스크림 컵을 연상케 하는 과자 커피 컵인데요. 오트와 기타 곡물로 만들어졌는데, 커피나 코코아 등의 뜨거운 음료를 담았을 때 약 45분 정도 변형 없이 모양을 유지합니다.
보통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콘도 한입 씩 베어 먹는데, 커피 마시면서 컵을 베어 먹을 수 있을지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개당 가격이 1.25 호주달러로 아직까지는 좀 높은 편이지만 여러 회사나 기관의 이벤트 행사의 기획용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Good Edi cups are designed to be eaten. Source: ABC Australia
유화정 PD: 저도 궁금해서 나름 찾아봤습니다. 남북전쟁 이후 미국 내에서 공용 컵의 사용이 전염병의 원인이라는 인식하에 보스턴의 변호사이자 발명가였던 로렌스 엘런(Lawrence Luellen)이 1908년 한번 쓰고 버릴 수 있는 종이컵을 처음 발명했고요. 이후 1918년 유행한 '스페인 독감'으로 인해 점차 일회용 종이컵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진행자: 한 때는 스티로폼 컵이 대 유행했었죠.
유화정 PD: 1960년대에 이르러서는 일회용 스티로폼 컵이 개발되면서 커피 컵 황금시대를 이뤘는데요. 그러나 1980년대에 세계적으로 거세진 환경운동으로 인해 스티로폼 컵은 자취를 감췄죠.
이후 스타벅스 매장 등에서 종이컵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종이컵 역시 자연 분해되는 데만 2-30년 걸리고 소각해도 유해가스 등 환경 문제를 야기합니다.
진행자: 컵의 역사도 인류 문명 속에서 변화를 거듭해왔음을 알 수 있네요. 친환경 소재 개발과 아울러 환경 지킴의 소중함을 더욱 자각해야겠습니다.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