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블루스’ 정은혜 인터뷰: “감사하고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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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블루스 정은혜 배우 (캐리커처 작가) Credit: SBS Korean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큰 사랑을 받은 캐리커처 작가 정은혜 배우가 호주공영 SBS와의 인터뷰에서 팬들에게 “감사하고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말했다. 배우 정은혜와 캐리커처 작가 정은혜의 삶을 들여다본다.


조은아(이하 진행자): 오늘 저희 스튜디오에는 아주 특별한 손님이 방문해 주셨습니다. 호주에 계신 한인 청취자 여러분들도 넷플릭스를 통해서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시청하고 계신데요. 이병헌, 한지민, 김우빈 등 쟁쟁한 유명 배우들이 출연한 ‘우리들의 블루스’가 호주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배우들 만큼이나 빛난 배우가 있었죠? 한지민 배우의 언니로 다운증후군을 가진 ‘영희’ 역을 멋지게 소화해 주신 배우 정은혜 씨입니다. 캐리커처 작가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계신 정은혜 씨와 아빠 서동일 감독, 엄마 장차현실 씨가 오늘 저희 스튜디오에 방문해 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정은혜, 서동일, 장차현실: 안녕하세요.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진행자: 우선 호주를 방문하신 이유가 궁금한데요

서동일 감독(정은혜 아버지/ 이하 서동일): 호주 교민 사회와 GP 엔터테인먼트에서 ‘우리들의 블루스’의 인기에 힘입어 은혜 씨를 보고 싶어 하시는 많은 교민분들이 있으셔서 그분들의 성원으로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진행자: 은혜씨 호주 방문은 이번이 처음인가요?

정은혜: 처음이에요.

진행자: 호주 오니까 어떠세요?

정은혜: 신기하고 하늘도 많고 나무도 많고 꽃들도 많아요

진행자: 제가 ‘우리들의 블루스’ 예기를 했는데 호주에 계신 한인 여러분들도 많이 시청하셨더라고요. 저도 울고 웃고 하면서 감명 깊게 봤는데요. 이 드라마가 방송된 후에 이전과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도 궁금한데요.

정은혜: 실감 나기도 하고 또 바쁜 스케줄 때문에 바빠졌고 사람들이 길 가다가 알아보시고 하죠. 좋기도 한데 좀 부담도 되기도 하고

진행자: 유명한 사람들이 다 겪는 공통적인 어떤 고충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인기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가족들은 어떤 심정으로 보셨을까요?

장차현실(정은혜 어머니/ 이하 장차현실) : 저희가 드라마를 봤을 때 새로운 인물이 그곳에 있었던 게 아니라 우리가 평소 알고 지냈던 은혜가 그 드라마 속에 있더라고요. 작가분이 은혜라는 사람이 갖고 있는 현재 지금 21세기를 살아가는 다운증후군의 발달장애인의 삶을 그대로 좀 잘 녹인 모습을 보게 돼서 저희도 많이 울었어요.

서동일: 은혜 씨의 캐릭터가 너무 잘 돋보이게 나와서 노희경 작가님한테도 감사하고 정말 대한민국 사회에서 이렇게 발달장애인의 존재가 다운증후군의 존재가 이렇게 주목받고 큰 사랑을 받아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지금은 전국 어딜 가나 은혜 씨를 사랑해 주시는 분들이 너무 많이 생겼고, 심지어 여기 호주에서도 막상 와보니까 한국 못지않은 그런 열렬한 관심과 사랑을 표현해 주시고, 또 외국인들도 호주인들도 또 태국인들도 저희가 지나가면 알아봐 주시고 사진 찍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더욱 인기를 실감하게 됐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은혜 씨가 이 드라마에 출연하게 된 계기를 좀 들어볼까요? 전문 배우는 아니셨을 텐데 어떻게 은혜 씨가 이 드라마에 출연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정은혜: 제가 2020년에 개인 전시를 하고 있었고 노희경 작가님이 오셨고, 저를 보고 싶어 해서 찾아오시고 인터뷰도 하고 섭외도 해주셨어요.

진행자: 섭외 제의가 들어왔을 때 어땠어요?

정은혜: 놀랐어요

진행자: 선뜻 출연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던가요? 조금 두려울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정은혜: 아니요. 대선배님들이랑 같이 연기도 해보고 싶었고 긴장이나 떨림은 없어요.

진행자: ‘우리들의 블루스’ 촬영하면서 은혜 씨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이었나요?

정은혜: 우빈 오빠랑 네 핸드폰 가게에서 신이 있었고 그리고 영욱이가 저를 시설로 돌아가는 그런 신이 있었고, 또 포차에서 자매랑 싸울 때

진행자: 대사를 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정은혜: 너 너 너 너 너 날 버렸지 지하철에… 나쁜 년

서동일: 청취자 여러분들이 깜짝 놀라시겠네요.

진행자: 어린 시절에 지하철에 영옥이가 놓고 내려갔던 그 장면을 회상하면서 이렇게 화를 내는 그 장면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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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서동희 감독(정은혜 배우 아버지), 정은혜 배우, 장차현실 만화가(정은혜 배우 어머니), 조은아 PD Credit: SBS Korean
장차현실: 네 맞아요. 부모님들은 그 장면 보면서 많이 울었죠. 당신이 나를 버렸지! 하는 그 말이 사실은 부모들에게, 또는 그 가족들에게 정말 비수 같은 그런 대사였죠.

진행자: 본인 심정은 어땠을까요. 정말

장차현실: 은혜 작가가 그런 질문을 많이 받거든요. 어떤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나느냐고 할 때 사실 본인은 버려져 본 적도 없는데, 버스에서 헤어지는 장면 그리고 제주도에 있다가 다시 시설로 가는 장면, 그 장면을 많이 뽑더라고요

진행자: 그렇군요. 은혜 씨는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그림 실력이 출중한 발달장애인 역을 맡았는데요. 실제로 그림 실력이 출중하셔서 캐리커처 작가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그림을 그리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정은혜: 2013 년부터 그렸어요. 엄마 화실에서 그렸죠

서동일: 언어적 소통의 어려움으로 모든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채 은혜가 혼자 방에 있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그 은혜 씨의 방을 동굴이라고 하는데, 그걸 보다 못한 엄마가 그 당시에 학생들 대상으로 화실을 운영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은혜 씨에게 나와서 청소라도 좀 해주면 용돈 줄 테니까 와서 좀 있어라 그랬더니, 은혜 씨가 와서 청소는 안 하고 학생들이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더니, 애들이 그림을 잘 그리니까 약간 좀 샘이 나서 애들이 비었을 때 그 옆에 앉아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혼자서

진행자: 그러면 그림을 누구한테 배운 건 아닌가요?

장차현실: 막상 은혜가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니까 가르친다는 게 의미가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굉장히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 자유롭고 오히려 훨씬 더 창의적인 새로운 방식의 그리기를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됐고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뭘 가르치기보다는 은혜 작가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고 조력해 주는 것…

진행자: 은혜 씨만의 어떤 독특한 그런 화법이 나왔겠네요. 드라마 상에서도 인물을 그렸고 또 잠시 뒤에 얘기 나누겠지만 다큐멘터리 제목도 ‘니 얼굴’인데요. 풍경도 그릴 수 있고 사물도 그릴 수 있을 텐데 우리 은혜 씨는 인물을 주로 그리는 이유가 있을까요?

정은혜: 2016년부터 문호리 리버마켓에서 사람들을 그렸죠

장차현실: 처음에 은혜 작가가 그림을 그릴 때는 뭐 사람만 그린 건 아니고 다양한 걸 그렸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사람 얼굴 그리는 걸 굉장히 재밌어하더라고요. 이 그림을 그리는 것을 가지고 사람을 만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아이디어를 낸 게 캐리커처예요. 그래서 2012년 프리마켓에 가서 사람들의 얼굴을 그려주기 시작하면서 굉장히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하게 됐죠.

진행자: 그림이 하나의 매개가 된 거네요.

장차현실: 아주 훌륭한 도구가 된 거죠.

서동일: 그렇죠 은혜 씨가 그림을 그려드리면 주문하신 분이 좋아하고 잘한다고 피드백 주고 그러면서 이제 자존감. 존중받는 그런 기분, 그러면서 이제 작가라고 하는 지위가 주어지잖아요. 그러면서 은혜 씨는 또 작가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또 열심히 그림을 계속 그렸던 것 같아요.

진행자: 그렇군요. 은혜 씨가 그림을 가지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다큐멘터리 ‘니얼굴’도 화제입니다. 은혜씨가 양평 문호리 리버마켓에서 2000명 가까운 사람들의 캐리커처를 그렸다고 하던데요. 이 다큐멘터리의 감독은 아버님이신 서동일 씨고, 프로듀서는 어머님 장차현실 씬데요, 이 다큐멘터를 통해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 어떤게 있을까요?

서동일: 은혜 씨가 가지고 있는 어떤 삶의 의지, 이 세상에 태어났지만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고 있었고, 또 사람들의 시선조차 은혜씨가 어떤 쓰임이 있을까? 이 세상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약간 하등한 존재로 바라보는, 어떤 욕구도 가지고 있지 못한 그런 존재의 은혜 씨가 이제 스스로 그 예술을 도구로 삼아서, 스스로 자기 존재를 증명하고, 그동안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고 자기 자신을 초대해 주지 않았던 은혜 씨를 스스로 자기의 예술 세계를 확장해 나가면서 그 안으로 세상 사람들을 초대해 나가는 그 역할의 예술이 훌륭한 도구로서 작용을 했던 거죠. 그래서 예술이 어떻게 은혜 씨의 삶을 구원하는가를 말씀하고 싶었습니다.

장차현실: 은혜 작가가 그림을 그렸던 문호리 리버마켓이라는 곳은 강가에 있어요. 멀리서 보면 굉장히 아름답지만 사실 가까이 다가가면 굉장히 혹독한 장소예요. 여름에 선풍기 에어컨 하나도 없는 곳에서 하루 종일 그림을 그려야 되고, 겨울에 칼바람이 이는 곳에서 손가락 끝에 장갑을 잘라서 손이 다 터져가면서 그림을 그리는… 그런데 은혜 작가가 그런 곳에서 한 번도 싫다는 소리를 안 하는 거예요. 아주 꿋꿋이 그 자리에서 그림을 그리고, 사람들을 만나고 성장하는 걸 보면서, 사실 저희 부부가 가장 먼저 감동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존재로서 인정받지 못하던 은혜가 자기 의지를 저렇게 보이는 걸 보면서 감동하고… 저는 만화가예요. 저는 그 이야기를 만화로 그리고 남편은 영화로 제작하게 되었던 거죠.

진행자: 그렇게 혹독한 환경인데 감독님께서 문호리는 유토피아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어요. 어떤 의미일까요?

서동일: 은혜 씨는 타고난 외모, 어눌한 말투, 행동거지 이런 것들이 드라마 방영 이전에 문호리 리버마켓에 나가기 전까지만 해도 그런 모든 은혜 씨가 가지고 있는 모든 요소들이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이상하고 낯설고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그런 요소들이었던 거죠. 그리고 한 번도 동등한 존재로서 인정받는 시선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문호리 리버마켓에 나갔을 때 함께한 셀러들, 은혜 씨한테 그림을 주문하시는 주문자들의 시선은 굉장히 수평적이었고, 따뜻한 시선이었죠.

그런 따뜻한 시선을 문호리 리버마켓에서 처음 받아본 거죠. 그러한 2,000명의 미소를 받으면서 그 이전에 불편한 시선으로부터 받았던 마음의 상처들이 치유가 되는 거죠. 그러면서 이제 온전한 아티스트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됐던 곳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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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장차현실 만화가(정은혜 배우 어머니), 정은혜 배우, 조은아 PD, 서동희 감독(정은혜 배우 아버지) Credit: SBS Korean
장차현실: 은혜 작가가 문호리 리버마켓에서 그림을 그릴 때는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 다른 사람과 다르지 않은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이라는 걸 은혜 작가가 매번 확인했던 것 같아요. 현장에서 2019년까지 2천 명을 그렸고, 지금은 4천 명이 넘는데요. 그 4천 명이 모두 만나서 눈을 마주치고 서로 인사하고 통성명하고 “예쁘게 그려주세요”라고 하고…그리고 은혜 작가는 “안 예쁜” 캐리커처를 그려드렸죠. (웃음)

진행자: 은혜 씨 호주에 와서도 많이 바빴던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동안 어떤 일정을 소화하셨는지 그리고 또 앞으로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 간단하게 설명 부탁드릴게요

서동일: 호주 교민분들이 주최한 행사에서 여기 호주 현지의 발달장애 가족분들한테 은혜 씨의 삶과 예술에 대한 프레젠테이션도 하고, 영화 상영도 하고, 전시회도 하고, 정말 한 사람의 기획이 아니라 여러분이 함께해 주셨어요

정은혜: 한국으로 빨리 가고 싶어

진행자: 너무 많이 힘들었어요? 그동안 너무 바빴나요?

서동일: 힘든 게 아니고 은혜 씨가 지금 현재 은혜 씨와 함께 그림을 그리는 동료 작가들이 20명이 있어요. 그런데 이분들이 매일 아침 아홉시에 출근해서 4시간씩 그림을 그리는데 지금 동료들하고 일주일 동안 떨어져 있으니까 보고 싶은 마음에… 가서 또 함께 그림 그리고 싶은 마음에 가고 싶다고 표현하신 거 같아요. 맞죠?

정은혜: 동료들 중에 나에 맞는 청년 하나 있어요. 썸 타는 사람 있어요.

진행자: 정말요?

서동일: 빨리 보고 싶구나… 면세점에서 선물도 샀어요.

진행자: 그렇군요. 예쁜 사랑으로 이렇게 이어지길 바라겠습니다.

진행자: 마지막으로 부모님께 여쭙고 싶은데요. 두 분이 바라보는 딸 은혜 씨의 가장 큰 매력 이 말씀 부탁드립니다.

서동일: 제가 생각하는 은혜 씨의 가장 큰 매력은 책임감입니다.

진행자: 책임감이 강한가 봐요. 어머님께서는요?

장차현실: 저는 은혜 작가의 매력은 고약함인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그게 너무 자연스럽고 좋다고 생각해요

정은혜: 엄마를 닮아서 성질이 있어요

장차현실: 보통 발달장애인들의 경우에 너무 주변에 많이 도움을 받고, 교육을 받으면서 자기 결정이 굉장히 약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근데 은혜 작가는 그게 아주 넘쳐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고약하다는 표현을 해요. 오늘 아침에도 저하고 또 싸우고 여전히 투닥거리고 싸우는데 그럴 때마다 자기 의지를 보이는 데 저는 내심 참 즐거워요. 그러한 마음이 스스로의 삶을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을 해서…

진행자: 은혜 씨 마지막으로 우리 청취자 여러분들한테 하고 싶은 말 한마디만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정은혜: 감사하고 저의 팬들은 좋아하죠. 제가 훌륭한 사람이고, 멋진 사람이고, 또 배우로 작가로 그렇게 하죠. 감사하고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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