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W 경범죄법 허점, 글렌우드 스쿨 칼부림 사건 ‘방조’

New South Wales Police badge.

New South Wales Police Source: AAP/Dean Lewins

시드니 북서부 지역의 학교에서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이 휘두른 칼에 찔리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것이 NSW 경범죄법의 허점 때문에 발생했다는 지적이 거세지자 주정부가 법개정에 착수했다.


뉴사우스웨일즈 주의 경범죄 법 조항에 근거해 합리적인 종교적 사유가 인정될 경우 학교에 칼을 소지하고 등교하는 것이 허용돼 왔다. 

이런 상황 속에 시드니 글렌우드 하이스쿨에서 종교적 이유를 내걸고 칼을 소지하고 등교한 14살 학생이 같은 학교의 16살 선배를 칼로 찌르는 사건이 발생하자 뉴사우스웨일즈 주정부는 즉각 관련 규정을 개정해 칼을 소지하고 학교에 등교하는 것을 전면 금지키로 결정했습니다.

자세한 내용, 이수민 리포터와 함께 알아봅니다.

학교에 칼은 물론이고 위험할 수 있는 무기를 가지고 등교하는 것이 법적으로 허용돼 왔다는 것 자체가 사실 그냥 들어도 쉽사리 납득이 잘 되지 않는 일인데요.

물론 부득이하게 칼을 소지하는 것이 필요한 경우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종교적인 이유라는 것은 사실상 객관적으로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영역이기 때문에 더욱 논란이 되는 것 같아요.

리포터: 네, 그렇습니다. 뉴사우스웨일즈 주의 글래디스 베레지클리안 주총리부터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학생들이 학교에 무기를 가지고 오는 일은 허용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결국 교육부 차원에서 해당 법규 개정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5월 6일 시드니 글렌우드에 소재한 글렌우드 하이스쿨에서의 칼부림 사건에서 촉발됐습니다

이 학교에서 14살 학생이 16살 선배를 칼로 찌르는 사건이 발생하며 불거졌는데요.

현재 판결이 난 건 아니고 혐의를 받고 기소된 상태이지만 이를 목격한 학생들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칼로 다른 학생을 공격한 학생은 종교적인 이유에서 칼을 가지고 학교에 등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십대 청소년들은 혈기왕성하고 판단력도 아직 미숙한 상태라 사실 위험한 무기를 스스로 통제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 것 같기도 한데요. 친구들과 장난치거나 싸우다가 홧김에 무기를 꺼내들거나 할 가능성도 있는 거고요. 어쩌다가 이렇게 위험한 사건이 발생하게 된 건가요?

리포터: 네, 현재까지로는 학교 쉬는 시간에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당시 현장을 촬영한 휴대폰 영상에 따르면 칼에 찔리는 피해를 입은 11학년 학생이 운동장에서 배를 부여잡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해당 학생이 점심시간에 공격을 받은 뒤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함께 운동장을 빠져 나가는 모습이 뒤따라 나오는데요.

다행히 공격을 받은 학생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현재는 가족과 함께 안정을 취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해졌습니다.

진행자: 학교에서 학생들이 다 있을 때, 같은 학교 학생에 의해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다른 학생들 및 학부모들의 충격이 상당할 것 같은데요. 학교측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요?

리포터: 네, 공격 현장을 목격한 학생들은 수십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글렌우드 하이스쿨 측은 학교가 안전한 공간이라고 학부모들을 안심시키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학교 측은 학부모들에게 “안심하셔도 된다” 교장 명의의 공문을 발송해 상황을 수습하려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서두에 잠시 얘기했지만 학생이 종교적인 이유로 칼을 들고 등교하는 것이 현재 뉴사우스웨일즈 주에서 합법으로 인정돼 왔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다른 학생을 찌른 건 둘째 치고 칼을 학교에 가지고 왔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현행법상으로는 문제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상당히 충격적인 사실인데… 이게 어떤 법으로 허용돼 온 것인가요?

리포터: 네, 학교 측에서는 사건 발생 경위에 대해 뉴사우스웨일즈 주의 경범죄법에 대한 내용을 참고로 학부모들에게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현재 경범죄법은 학교 혹은 공공장소에서 칼을 소지하는 것을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허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종교적인 이유에서 칼을 소지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로 법안 상에 명시가 되어 있는데요.

이점이 바로 현재 여론의 우려를 낳고 있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경범죄법 11C 조 1항에서는 공공장소나 학교에서 칼을 소지하는 것을 불법으로 금지하고 있는데요.

본인이 증명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경우는 칼을 소지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함께 명시가 되어 있습니다. 이 가운데 하나로 2항에서는 진실된 종교적 이유에서 칼을 소지하는 것은 법에서 배제하는 합리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에 해당된다고 명시가 되어 있는데요.

다시말해 학생이 종교적인 신념이나 이유를 근거로 칼을 소지하고 학교에 등교하고, 본인이 이를 직접 증명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칼을 소지한 채 학교생활을 하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종교적인 이유 외에 또 다른 칼을 학교에 소지하고 등교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로는 어떤 것들이 명시되어 있는지도 궁금해 지는데요.

리포터: 네, 이 외에도 교육이나 훈련의 목적, 음식 준비, 판매 혹은 거래, 그리고 전시회 등의 목적으로 공공장소나 학교에서 칼을 허용하는 것은 법적으로 허용이 되는 이유들입니다.

하지만 종교적인 이유의 경우 법안상으로 ‘진실된 종교적 목적’이 있을 경우 허용이 된다는, 다소 애매한 표현으로만 명시가 되어 있어서 논란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학교 측 역시 이런 점을 설명하면서, 칼 혹은 다른 무기들이 위험하고 폭력적이며 누군가를 협박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것은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다른 이유들은 충분히 납득이 갈만한데 종교적인 목적에서라는건 조금 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한 학생이 학교라는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에서 다른 학생에 의해 칼에 찔린 사건이기 때문에 분명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리포터: 네 그렇습니다. 학교 측은 현재 주정부 관련 부처와 지역사회 대표들과 함께 어떻게 학생들이 종교적인 신념을 유지하도록 하면서 학교를 안전한 공간으로 만드는 일이 가능할지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뉴사우스웨일즈 주정부의 입장은 어떤가요?

리포터: 네, 글래디스 베레지클리안 주총리는 학생들이 종교적인 근거로 학교에 칼을 가지고 갈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매우 충격적이라고 밝혔는데요. 더불어 학생들은 어떤 환경에서든간에 학교에 칼을 가지고 가도록 허용될 수 없으며, 이것은 상식적인 기준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고, 여기에 맞춰 법 개정 입장을 밝힌 겁니다.

진행자: 그도 그럴게, 학교라는 공간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학생들의 안전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는 일반적인 공공장소에 관한 기준보다 더욱 섬세하고 높은 강도의 규율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이 되는데요. 예를 들어 학생이 소지한 칼이 무기로 사용되지 않는다고 해도, 다른 학생이나 사람들이 그것을 가지고 갈 수도 있는 일이고, 찰나의 순간에 얼마든지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잖아요.

리포터: 네 그렇습니다. 주졍부 역시 그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베레지클리안 주총리는 교육부장관과 이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혔으며, 주총리 본인의 의견은 어떤 학생도 학교에 무기를 가지고 등교하는 것이 허용되어서는 안된다는 쪽이라는 점을 앞서 강조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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