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에 따르면, 호주의 학생들은 OECD 국가 평균보다 더 많은 시간을 온라인 상에서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수치는 점차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기에 스크린을 활용한 콘텐츠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아질 수록 학업성취도, 특히 문해력 발달에는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서호주 주정부는 최근 내년부터 주내 공립학교에서 휴대폰 사용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공표했다.
H: 호주 교육의 모든 것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살펴보는 시간, 호주 교육 대해부 시작합니다. 기술이 발달하면 서 일상 생활 속에서 디지털 기기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데요. 일견 편리해 보일 수는 있겠습니다. 하지만, ‘스크린 타임’이라고 하죠. 전자기기의 스크린을 보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면, 청소년들, 특히 어린아이들에게는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은 학교 내 스크린 타임 규제 문제에 대해 이수민 리포터와 함께 이야기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R: 네, 안녕하세요.
H: 일단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호주 학생들의 전자기기 사용은 어느 정도 수준인지 궁금해집니다. 사실 한국 학생들보다 훨씬 밖에서 뛰노는 비율이 많아서, 전자기기 사용 문제가 그렇게 심각한가? 하는 생각도 얼핏 들어요.
R: 네, 그렇게 많이 생각하시는데요. 현실은 반대입니다. OECD에 따르면, 호주의 학생들은 OECD 평균보다 더 많은 시간을 온라인 상에서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이러한 스크린 타임은 과거에 비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H: 정말인가요? 놀라운 사실인데요.
R: 네, 이는 아무래도 호주 정부와 개별 학교들의 전자기기 사용 관련 정책이나 규제 방향과도 영향이 있는 결과라고 생각이 되는데요. 일단 큰 틀에서 먼저 보면, 인터넷과 컴퓨터 기술은 호주 내 정규교육과정 상에서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호주 정부 역시 최첨단 과학기술의 발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데요. 일부 주에서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인 코딩을 교육과정에 의무화하기도 했죠.
H: 네, 맞아요. 우리 교육대해부 코너에서도 이전에 다룬 적이 있었죠. 뉴사우스웨일즈 주에서 올해부터 코딩교육이 의무화되었다는 뉴스를 함께 살펴 보기도 했죠.
R: 맞습니다. 호주 정부는 학생들을 기술적으로 잘 교육시키기 위해 항상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습을 많이 보이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러한 기대와는 다르게, OECD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디지털 기술에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는 국가들일지라도, 학생들의 읽기와 수학, 과학 성취도에 있어서 주목할 만한 향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H: 디지털 기술이 학생들의 학업적인 성취도 향상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는 의미인가요? 만약 정말 그렇다면, 단순히 기술적인 발전에만 투자하는 것에만 주목할 게 아니라 그러한 투자를 어떻게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와 결부시켜 끌어 나갈 수 있을지도 생각을 잘 해 봐야 할 문제 겠는데요.
R: 그렇습니다. 더욱이 호주 같은 경우는 학생들이 스크린에 노출되는 빈도가 다른 국가 학생들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나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H: 보통 학부모들 입장에서 생각할 때에는 학교에서 그래도 어느 정도 학생들의 스마트폰이나 다른 전자기기 사용을 잘 통제할 거라고 기대를 하고 있는데요. 실상은 꼭 그렇지만도 않은가 봐요?
R: 네, 그렇습니다. 호주 교육연구위원회인 ACER에 따르면, 정확히는 전세계에서 학교 내 전자기기 사용에 대한 규제가 가장 낮은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사실 한국의 경우만 봐도 휴대폰 사용에 대해 교내에서 엄격하게 금지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호주 같은 경우에는 아무래도 학생들의 자율성을 좀 더 중시하는 분위기다 보니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도 좀 자유로운 편이고, 이런 분위기가 학생들의 전자기기 사용량 증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H: 그렇군요. 근데 우려가 되는 부분이 있어요. 이렇게 학교에서 별다른 규제 없이 휴대폰을 사용할 경우에, 이러한 사용패턴이 습관화되지 않을지 의문인데요.
R: 그렇습니다. 실제로 학생들이 교내에서 스크린을 사용하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마찬가지로 집에서도 교육적 목적으로 스크린을 사용하는 시간 또한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그러니까 학생들이 공부를 한다고 할 때, 전자기기를 이용해 학습하는 방식이 점점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겁니다.
H: 사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일상생활에서 전자기기의 도움을 받는 것이 점점 자연스러운 일이 되고 있긴 한데요. 과연 이처럼 ‘교육 수단’으로서의 전자기기가 교육적인 목적에 충실하게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는 정말 별도로 숙고가 필요한 지점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R: 그렇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요. 이렇게 학교에서 전자기기가 교육을 위한 수단으로 올바르게 사용되는 경우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또 발생한다는 거죠.
H: 그렇지 않은 경우라고 하면, 휴대폰을 가져와서 수업은 안 듣고 딴짓을 하는 경우 같은 건가요?
R: 네,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사용이 쉽고, 휴대폰이나 태블릿 피씨 등을 통해 접근할 수 있는 재밌는 것들이 많다보니, 개인 기기를 학교에 가져오는 경우 특히나 학생들이 쉽게 주의가 산만해질 수 있고 집중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는 문제를 야기한다는 겁니다. 이는 자연히 또 학업성취 저하로 이어지게 되고요.
H: 학생들의 전자기기 사용에 대한 권고 기준은 없나요? 아무래도 어느 정도 수준에서 사용하라는 기준이 있으면 교육 현장에서도 참고하기 좋을 것 같은데요.
R: 네, 세계 보건기구인 WHO에서는 5세 이하의 어린 아동들에게는 스크린타임 제한이 필요하다고 권고하고 있는데요, 이는 이제 신체발달이나 정서상의 문제로 이러한 제한을 두고 있는 거고요. 청소년들의 경우 이 기준이 다소 불명확합니다.
H: 그러게요, 얘기한 것처럼 교육적인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어느 정도 나이가 든 학생들의 경우에는 전자기기를 통해 학업에 도움을 받는 부분도 분명히 있으니까요. 일괄적으로 몇 시간 이상은 좋지 않다고 말하기도 힘들겠어요.
R: 그렇습니다. 반면 호주 정부의 권고에 따르면 5세부터 17세사이의 어린이와 청소년의 경우엔 비활동적인 오락성 스크린 타임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인데요. 하루에 2시간 이하로 전자기기를 통한 오락성 시간을 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H: 교육적 목적을 위한 전자기기 사용은 제외하고 순수하게 유흥을 위한 스크린타임의 경우 2시간 이하로 제한한다는 거군요.
R: 네 그렇습니다. 호주 정부의 경우 학생들이 밖에서 뛰어놀면서 건강하게 신체활동을 하고 심신을 발달시키는 데 초점을 많이 두고 있어서 이러한 맥락에서 권고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됩니다.
H: 그렇군요. 근데 이것도 권고 기준일 뿐이지 실제 시행되는 전자기기 규제는 학교별로 자율성이 큰데요. 학교가 휴대폰 같은 전자기기 소지나 교내 사용에 대해 별도로 규제를 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하루 종일 휴대폰을 들여다 보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겠어요.
R: 네 그렇죠. 특히나 청소년기의 경우 조그만 자극에도 집중력이 분산되기가 얼마나 쉬운지는 뭐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상당히 공감하실 텐데요. 이러한 지점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교육적인 차원에서 학교의 개입이 필요하지 않은가 하는 주장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H: 실제로 스크린타임이 증가할 경우 학생들이 학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건 검증된 사실인가요? 막연한 우려는 아니겠죠?
R: 그렇습니다. 교육계에서는 이에 대한 연구가 상당히 많이 이뤄져 왔는데요. 특히나 문해력과 관련해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읽고 쓰는 능력의 경우 아무래도 스크린으로 쉽게 쉽게 보고 넘기다 보면 발달이 더뎌 지는 점은 사실인데요. 스마트폰으로 그냥 타이핑해서 글자를 입력하는 데 익숙해지다 보면 손으로 쓰고 고치고 생각하는 능력을 저해한다는 사실이 많은 연구들을 통해 입증돼 왔습니다.
H: 그렇죠, 아무래도 종이 기반의 학습에 비하면, 전자기기를 통해 공부하는 데 익숙해질 경우 문해력 향상을 위한 자극은 자연히 저하될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R: 그렇습니다. 생각해 보면 스크린을 통해 제공되는 정보들이, 아무리 교육자료라고 해도, 글만 나오는 경우는 또 거의 없잖아요. 화면과 함께 영상 형태로 제공되거나, 빠르게 나타났다 사라지거나 하면서 학생들이 몰입하도록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 보니 자연히 절대적인 자극이 덜한 텍스트 읽기 같은 경우에 학생들이 흥미를 잃게 되는 측면이 있는 겁니다. 하지만 생각해보시면, 순수하게 글로 써진 소설이나,에세이 등을 통해 우리가 사고력을 길러 나가고 상상력을 촉진하는 영역도 참 크잖아요. 특히 청소년기에는 이러한 창의력과 상상력이 가장 풍부하게 발전해나갈 시기인데, 스크린을 통해 자극적인 콘텐츠에 익숙해지다 보면 자연히 책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되는 거죠.
H: 네, 충분히 일리가 있는 우려라고 생각이 되네요. 학습적인 측면 외에도 또 건강이나 웰빙의 관점에서 봤을 때에도 학생들이 지나치게 전자기기에만 몰입하는 것은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R: 맞습니다. 아무래도 스크린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리에 가만히 머무르는 시간도 길어지고, 그렇다 보면 자연스레 비만이나, 자세의 문제로도 이어질 수도 있고요. 심할 경우 불면증이나, 시력 저하, 인터넷 중독 등으로 이어져 일상 생활을 파괴할 수도 있게 되겠습니다. 그래서 서호주 주정부의 경우 최근 주내 공립학교들을 대상으로 내년부터 교내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을 펼치겠다고 공표하기도 했습니다.
H: 그렇죠. 현재는 서호주 주정부만 해당되지만, 호주 사회 전체적으로 비슷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도 분명한 만큼 앞으로의 학교 내 전자기기 관련 교칙이나 주정부 교육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이 되네요. 이수민 리포터 오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R: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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