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주정부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문화적, 언어적으로 다양성을 지닌 지역 사회를 지원하기 위해 1천430만 달러를 지원 계획을 밝혔습니다. 여기에는 문화적으로 특별한 구호품 제공을 위해 현장에서 일하는 단체에게 690만 달러, 통번역 서비스를 위해 200만 달러, 번역물 유통 방법 확장을 위해 550만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됩니다.
이러한 다문화 사회 지원 계획을 발표하게 된 데는 계기가 있었는데요, 관련 내용 홍태경 프로듀서와 함께 얘기해 봅니다.
코로나 2차 대유행을 맞고 있는 빅토리아 주정부, 다문화 사회를 위한 지원금을 발표하게 된 데 어떤 배경이 있는 건가요?
홍태경 PD: 코로나바이러스 위기 상황에 중요한 건강과 관련한 다문화 사회 메시지 번역에서 터무니없는 오류가 발견되면서 문제점을 인지한 주 정부가 당국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될 것을 우려해 신속하게 실질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빅토리아 주정부와 연방 정부는 코로나바이러스 메시지를 전파하는 과정에서 기본적인 언어 사용 실수를 범하며 시민들의 질타를 받은 바 있습니다.
한 예로 빅토리아 주정부가 내놓은 메시지에는 일부 번역 오류를 비롯해 두 개의 언어가 뒤섞여 사용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아랍어 사용자들 대상으로 마스크 쓰기를 독려하는 내용의 연방 보건부 캠페인 메시지에서 슬로건은 아랍어로 쓰인 반면에 본문 내용에는 페르시아어(Farsi)가 사용됐던 겁니다. 이 두 언어는 비슷한 알파벳을 사용하는 언어인데요, 아랍어 사용자인 호주난민협의회의 디나 야코 씨는 “형편없고 터무니없는 번역 실수”로 문장 형식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연방 정부가 트위터에 올린 중국어 사용자 대상의 또 다른 이미지는 “팬데믹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어디서 확인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메시지를 번역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중국어로 번역된 내용은 “언어 제공 정보를 사용하세요”라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번역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번역 오류는 주 차원의 캠페인 자료뿐만 아니라 연방 정부 캠페인에서도 발견되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실제로 가끔 한국어 번역도 잘못돼 있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팬데믹 상황에서 건강 정보를 전달하는 데 있어서 이러한 오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에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이네요.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팬데믹 캠페인 정보상의 형편없는 번역 오류는 일부 사례에 불과합니다. 야코 씨는 사소해 보이는 번역 오류라 할지라도 보건 당국이 전하는 메시지에 대한 권위와 모든 주정부 차원의 신뢰마저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연방 정부나 심지어 주 정부에서 사용하는 번역서나 출판물들을 보면 거의 헛웃음이 날 때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야코 씨는 “다문화 커뮤니티는 정부에 대한 높은 신뢰를 갖고 있으며, 부정확하거나 오류가 있는 출판물을 접하게 되면 이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면서 결국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진행자: 당국에서는 이와 같은 번역 오류에 대해 어떤 해명을 내놓고 있나요?
홍태경 PD: 연방 보건부 대변인은 일단 아랍어 번역 오류의 경우 문서가 웹사이트에 업로드될 때 실수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는데요, 오류 내용은 신속히 수정됐다고 밝혔습니다. 보건부는 향후 문제 재발생을 피하기 위해 온라인에 게시된 자료를 모두 번역 재검수 절차를 거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빅토리아주 보건 당국도 역시 번역 오류를 인지하자마자 곧바로 수정 작업을 마쳤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그런데 심각한 것은 이러한 번역 오류가 단지 이번 팬데믹 캠페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잖아요?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호주이민협의회 칼라 윌셔 대표는 팬데믹 내내 번역된 자료들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민자 커뮤니티에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서두르는 과정에서 약간의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건데요, 일부 번역물은 특히 형식이 안맞거나 문법적 오류, 구문 오류 등이 발견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오류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윌셔 대표는 번역물을 출판하기 전에 공인된 번역가들을 통해 이중 또는 삼중으로 확인 절차를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주정부와 연방 정부 모두 이미 이 절차를 거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윌셔 대표는 또 정부의 메시지가 잘 전달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지역 사회 리더나 구성원들과의 관계를 잘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즉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보를 얻기 위해 정부 웹사이트를 정기적으로 확인하지는 않기 때문에 정보 전달 과정의 일부는 단지 번역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번역물이 커뮤니티에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겁니다.
진행자: 이러한 번역 오류가 단지 팬데믹 기간에만 발생한 것도 아니죠. 그동안 정부 발행물에 대한 번역 수준에 대한 질타는 꾸준히 있어 왔습니다.
홍태경 PD: 네, 보건 전문가들은 이민자들과 난민이 중요한 건강 정보를 놓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만성 질환이나 바이러스 위험에 더 노출돼 있는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호주다문화 청소년복지 네트워크의 앤드류 두옹 대변인은 팬데믹 상황에서 발생한 번역 오류 문제는 호주 정부가 문화적, 언어적으로 다양성을 가진 다문화 커뮤니티를 대하는 방식에 여전히 허점이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두옹 대변인은 한 가지 사례를 들어 설명했는데요, 자신의 어머니가 연방 정부에서 받은 대장암 가정용 검사 키트를 사용할 때, 영어와 중국어 두 가지 버전의 설명서를 받았고, 중국어 버전으로 주요 정보에 대한 번역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아버지의 지적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대장암 검사 전에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지 말아야 할 것 등 말 그대로 삶과 죽음에 관련된 건강 정보임에도 번역 오류가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번역을 제대로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정보가 지역 사회에 전달되는 것까지… 보다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다문화 사회와의 의사 소통 방식이 필요해 보이네요. 홍태경 프로듀서와 함께 팬데믹 상황 속에서 다문화 지역사회를 위한 정부 번역물의 오류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 정리해봤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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