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스펙트럼] 추방 일보직전 타밀 가정 논란 격화

Nadesalingam, Priya, Dharuniga (9 months), and Gopiga (2yrs)

Nadesalingam, Priya, Dharuniga (9 months), and Gopiga (2yrs) Source: Supplied

타밀 일가족 추방 조치에 대한 법원의 ‘추방 잠정 중단 가처분 결정’이 9월18일까지 연장되면서 이들 가족을 둘러싼 동정론과 원칙론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스리랑카의 타밀인 가정의 추방 문제로 호주사회가 무척  소란스럽습니다.

말 그대로 원칙론과 동정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호주정부는 호주에서 태어난 어린 두 딸을 둔  타밀 출신의 나데살링앰과 부인 프리야 씨 등 일가족 4명에 대해 마침내 추방 조치를 내렸고, 이들 일가족은 추방행 여객기에 탑승했습니다.

그 순간 연방순회법원의 추방 조치 잠정 중단 가처분 결정이 내려집니다.  연방순회법원은 9월 8일까지 추방하지 말라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습니다.

드라마 같은 순간이 연출됐죠.  하지만 호주정부는 이들 일가족을 크리스마스 섬 난민 수용소로 보냅니다.   크리스마스 섬 난민수용소는 오랜 기간 폐쇄돼, 텅 빈상태에서 일가족만 썰렁하게 수용돼 있다고 합니다.

이런 가운데 9월 8일 연방법원은 타밀 일가족 추방 조치 잠정 중단 가처분 결정을 9월 18일까지로 2차 연장했습니다. 

상당히 복잡한 상황인데요.  오늘 호주 스펙트럼에서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주양중 책임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인사]

진행자: 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동정론이냐, 원칙론이냐인데요… 전반적인 여론은 어떻습니까.

주양중: 팽팽합니다.  타밀 일가족 문제가 호주사회의 여론을 양분한 듯 합니다.  가장 흥미로운 예가 라디오 청취율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2GB의 알란 존스 진행자와  래디 해들리 진행자의 반응일 것 같습니다.  예상외로 알란 존스 진행자는 호주에서 태어난 어린 두 딸이 있는 일가족을 스리랑카로 되돌려 보내는 것은 너무 잔혹하다면서 동정론에 힘을 보탰습니다.

반면 래이 해들리 진행자는 부모가 자초한 문제로, 호주 정착을 원하는 수많은 난민 희망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 원칙론을 지켜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전체 사회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 같습니다.

진행자:  아무튼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구명운동을 촉발시킨 타밀 일가족 추방 조치에 대한 법원의 ‘추방 잠정 중단 가처분 결정’이 9월18일까지 연장됐는데요…  

주양중: 네. 앞서 6일 오전까지 강제추방 일시 중단 조치를 내렸던 연방법원은 2차 연장 조치를 내렸는데요… 이번에는 연방정부가 연장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추방 조치의 불가피성을 입증하는 증빙자료를 추가로 제출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연방정부도 신중을 기하는 것 같습니다.

진행자: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군요.

주양중: 아주 단호합니다.  더욱이 법적으로도 도저히 구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민부 심사, 재심재판소, 연방법원 모두가 한 목소리로 난민 지위 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판결이 내려졌기 때문인데요…

스콧 모리슨 연방총리는 “사회적 동정론을 받고 있는 타밀 일가족에 대해 정부가 예외적으로 호주 체류를 허용할 경우 이는 결과적으로 밀입국 알선조직을 옹호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도 경고했습니다.

즉, 사회적 동정론에 기대 이들 가족의 호주 체류를 허용하면 결과적으로 난민 희망자들의 목숨을 건 선박 밀항 사태를 재점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주장인 거죠.

이런 점에서 모리슨 총리는 “이번 문제는 사회적 동정이나 국민적 감성에 좌우될 사안이 아니며 호주의 국익과 국경보호정책의 완결성 차원에서 최선의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고 적극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장관 재량권의 열쇠를 쥔 피터 더튼 내무장관의 입장은 더욱 강경하더군요.

주양중:  네. 피터 더튼 내무 장관은 “이들은 난민이 아니고 호주의 보호를 받을 자격이 없으며, 난민 옹호단체로부터 내가 도덕 수업을 받을 필요도 없다”며 더욱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앞서 2GB의 알란 존스 씨와 래이 해들리 씨의 반응에도 드러났듯이 언론들의 반응도 엇갈리겠군요.

주양중:  그렇습니다.  진보 성향의 언론들은 동정론에 좀 무게를 싣고 있는 반면,  보수 언론들은 “동정적 사유로 이들의 영주를 허용할 경우 모든 난민 희망자들의 호주 영주를 허용해야 하는 전례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특정 사례에 대한 동정적 사유 남발은 대다수 난민 희망자들에 대한 차별이 된다”는 점에 방점을 뒀습니다.  

진행자:  노동당을 비롯, 난민옹호단체, 지역사회는 정부가 너무 비인도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죠?

주양중: 물론입니다.  저희가 뉴스에서도 여러 차례 보도했듯이 노동당은 인도적 조치를 강력히 촉구해왔습니다.

난민옹호단체나 이들 타밀 가족이 거주했던 지역의 주민들 모두 정부의 선처를 호소하면서 현 자유당 연립정부가 “잔인하다”는 원색적 비난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난민 옹호 단체 등 타밀 일가족의 호주 체류 허용을 촉구하는 측이 내세우는 당위성은 무엇인지요.

주양중: 네. 이들 가족 지지자들은 “나데살링앰이 스리랑카 분리 무장 단체 ‘타밀 호랑이’에 연루됐던 관계로 스리링카로 돌아가면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호주 내의 타밀 교민들은 “스리랑카가 이들에게 전혀 안전하지 않다” 반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들 타밀 일가족의 변론을 맡고 있는 이민 변호사도 “스리랑카 분리 운동을 주도해온 타밀 호랑이에 연루됐던 나데살링앰은 스리랑카로 돌아가서는 안된다”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타밀 난민협의회 측도 “스리랑카 정부가 불과 십 년 전 타밀에 대해 대학살을 자행했고, 십만 명이 넘는 타밀인이 스리랑카군에 의해 살해됐다는 점을 사람들은 기억해야 한다”고 상기시켰습니다.

진행자: 내전이 끝난지 10년이 됐지만, 그 후유증은 여전하군요… 

주양중: 네. 983년부터 2009년까지 스리랑카군과 타밀 반군 간의 피비린내 나는 내전이 이어졌고 이 내전은 스리랑카 정부의 승리로 끝났죠.

유엔 조사에서 양측 모두 내전 중 전쟁범죄를 자행했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전쟁 범죄로 처벌받은 정부 인사는 단 한 명도 없고, 타밀인들만 어마어마한 희생이 나왔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진행자:  그러면 나데살링앰 씨와 프리야 부부도 내전 중에 호주에 도착한 건가요?

주양중:  이 점이 난민 지위 부여에 있어  큰 장애가 된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은 2012년과 2013년 밀항선을 타고 각각 호주로 들어왔습니다.

두 사람은 호주에서 만나 가정을 꾸려 두 자녀를 둔 건데요.

프리야 씨는 내전 동안 자신의 약혼자를 포함한 여섯 명이 산채로 불태워지는 것을 봤다고 주장하고 타밀 타이거 반군에 관계된 나데스 씨는 정부 폭격으로 부상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타밀 난민협의회 측은 “스리랑카에서 공개적인 전쟁은 오래전에 끝났지만, 타밀족에 대한 박해와 차별은 진행형이다”라고 호소했습니다.

즉, 스리랑카 정부는 부인하지만, 타밀족이 스리랑카로 돌아갔을 때 고문당한 사례가 많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스리랑카가 타밀족에게 안전하지 않고, 타밀족에게 매우 위험한 곳이라는 주장을 강력히 제기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호주정부는 어떤 입장입니까?

주양중: 네. 호주 외교부는 2018년 스리랑카에 대한 보고서에서 “모든 배경의 스리랑카인이 교육이나 고용, 주거에 접근하는 문제와 관련된 것을 포함해 민족성 때문에 공식적 또는 사회적 차별을 받을 위험이 적다”고 적시했습니다.

더 나아가 피터 더튼 내무장관은 “선박편으로 호주에 밀입국한 1500명의 다른 타밀인이 모두 추방됐지만 신변에 이상이 없었다”고 논박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어떻게 보십니까.  정부가 결국 추방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시나요?

주양중:  현재로서는 결국 추방 조치가 강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 같습니다.   가슴은 아프지만요….

[상단의 팟 캐스트를 통해 전체 내용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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