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베이핑 유행병’ 직면…전문가 경고

Vaping

Source: SBS / The Feed

호주가 액상형 전자담배(베이핑∙Vaping) 규정 변경을 숙고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뉴질랜드 사례를 본받아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진행자(박성일 프로듀서): 전자담배가 10대에게 미치는 유해성에 관한 더 많은 연구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호주가 이른바 "베이핑 유행병”을 퇴치하기 위한 방안을 숙고하고 있습니다. '베이핑(vaping)’은 액상형 전자담배를 흡입하는 행위인데요,

보건 전문가들은 호주 규제당국이 뉴질랜드의 모델을 따라선 안 된다고 경고합니다. 이는 뉴질랜드의 일반 담배 흡연율이 기록적으로 낮아졌으나 액상형 전자담배를 피우는 행위가 우려수런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는 데 따른 겁니다. 자세한 내용 조은아 프로듀서와 분석해 보는 시간 마련합니다.

진행자: 전자담배를 판매하는 암시장이 성행하고, 형형색색의 전자담배 디자인이 청소년을 유혹하고 있지만 느슨한 규제로 인해 단속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마크 버틀러 연방 보건장관은 전자담배 문제가 점차 “통제 불능”이 돼 가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는데요, 어느 정도로 심각한 건가요?

조은아: 네, 마크 버틀러 연방 보건장관은 초등학교는 물론 중고등학교 교장들은 이제 학생들이 전자담배를 피우는 행위가 교내 가장 큰 문제라고 우려하면서 이는 전례없는 일이라고 개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월 24일 버틀러 보건장관은 각 주 및 테러토리 정부와 연방정부 지도자들과 함께 전자담배의 불법 매매를 단속하기 위한 더 나은 개혁안을 시행하는 것에 대해 논의했는데요,

치안유지 대책과 수입 통제 등도 안건에 올랐는데, 버틀러 보건장관은 전자담배 문제가 “지역사회 전체에서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당국자들은 액상형 전자담배를 더 잘 규제하기 위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뉴질랜드의 모델은 따라선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진행자: 뉴질랜드의 모델에 대해선 잠시 뒤 자세히 얘기 나누도록 하고요,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점점 더 많은 연구들이 시행되고 있고, 이는 액상형 전자담배와 중독 간 명백한 상관성이 있어 일반 담배 흡연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인데요, 따라서 보건 전문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호주 청소년들의 전자담배 구입이 쉬운 건가요?

조은아: 시드니 대학교 보건학 부교수인 백키 프리만 박사가 이끈 2022년 연구, ‘Generation Vape’에 따르면 뉴사우스웨일스주의 14세부터 17세 사이 10대 청소년들이 편의점에서 니코틴이 함유된 전자담배를 쉽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이는 물론 명백히 불법이고요.

2019년 7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5명 중 1명의 비흡연자들이 베이핑을 시도해 본 것으로 드러났고요, 2021년 조사에서는 뉴사우스웨일스주의 16세부터 24세 사이의 젊은이 3명 중 약 1명 꼴로 최소 한 번은 베이핑을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호주국립대학이 2022년 발표한 한 보고서에서는 18세부터 24세 사이의 호주인의 5%가 규칙적으로 베이핑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빅토리아암위원회(Victorian Cancer Council)가 2월 초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호주인 80%가 전자담배가 매우 중독성이 강하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진행자: 뉴질랜드 오타고대학 보건학 교수인 재닛 호크 박사도 베이핑의 중독성에 따른 결과가 우려된다고 말했죠?

조은아: 네, 그렇습니다. 피우고 싶은 욕구가 때로는 매우 강렬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일부 학생은 학교 수업에 집중할 수 없어서 화장실에 가서 전자담배를 펴야만 할 정도라고 말하기도 한다고 호크 박사는 지적했습니다.

그는 청소년들이 한 때 잠깐의 기분좋은 경험으로 시도했지만 매우 빠르게 그들의 삶의 일부로 변질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A high school principal displays vaping devices that were confiscated from students in restrooms or hallways
A high school principal displays vaping devices that were confiscated from students in restrooms or hallways. Source: AAP
진행자: 호주에서 베이핑과 관련해 현 규정은 무엇입니까?

조은아: 프리만 부교수는 호주는 전 세계에서 가장 효과적인 관련 법을 가지고 있는 일부 국가의 하나라고 설명했는데요,

호주인은 니코틴 함유 전자담배를 처방전이 있을 경우에만 합법적으로 손에 넣을 수 있게 돼있습니다. 즉 일반 담배 금연을 시도하거나 시도했지만 실패한 사람들만 의사와의 상담 후 약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구입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프리만 박사는 “호주가 전자담배 접근을 잘 통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불행히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는데요,

편의점에서는 니코틴이 함유되지 않은 전자담배만을 판매하도록 허가되는데요, 규제가 쉽지 않다고 프리만 박사는 설명합니다.

그녀는 “현실은 상당한 소매점들이 니코틴 비함유 제품으로 가장한 니코닌 함유 제품을 팔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베이프 제품에는 ‘어린이 보호 포장(child-resistant packaging)이 돼 있어야 하고, 경고 문구도 있어야 하지만 이런 것들이 도입되지 않고 있고, 대신 형형색색의 그리고 청소년 취향에 맞는 달콤한 향들이 젊은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버틀러 보건장관은 “액상형 전자담배에는 때로 분홍색 유니콘 디자인이 돼 있고 풍선껌 향이 첨가돼 있는데 이는 성인용 시장 전략이 아닌 아이들을 직접 겨냥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를 근절하기로 마음 먹었다”며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진행자: 제시된 방안은 있습니까?

조은아: 호주 ‘의약품관리청(TGA)'이 지난해 11월 준비한 자문 보고서에서 몇 가지 가능성 있는 개혁안을 제시했습니다.

모든 니코틴 함유 전자담배를 금지하고, 국경 통제를 통해 전자담배를 구입하고자 하는 의사에게 수입 허가를 내 주는 안 등입니다.

버틀러 장관은 전자담배를 피는 십대들이 접근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선 수입 금지가 불가피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그는 결국 연방정부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면서, 수입 금지가 잠재적 방안으로 포함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Australian Health Minister Mark Butler speaks to media during a press conference at Parliament House in Canberra
Australian Health Minister Mark Butler Source: AAP / AAP Image/Lukas Coch
진행자: 각 주 및 테러토리 보건장관들의 생각도 궁금한데요.

조은아: 버틀러 장관은 “각 주 및 테러토리의 보건장관들도 지역사회 전반에 전자담배 문제가 만연하기 때문에 이를 막을 방안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편의점에서는 니코틴이 함유되지 않은 전자담배는 판매가 허가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프리만 부교수는 편의점에서의 니코틴 비함유 제품 판매도 당연히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정부에 수입 전면 금지를 시행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 같은 방법으로 청소년들에게 은밀히 니코틴 함유 전자담배를 파는 행위를 완전히 근절할 수 있다는 겁니다.

프리만 박사는 “호주에 필요한 것은 관련 법을 강화하고, 현재 보이는 허술한 면면을 제거하며, 청소년들이 쉽게 전자담배에 접근하는 것을 막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변했습니다.

진행자: 앞서 액상형 전자담배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뉴질랜드의 모델은 따라선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했는데, 그 이유는 뭡니까?

조은아: 뉴질랜드는 베이핑과 관련해 훨씬 느슨한 접근법을 채택했기 때문인데요, 뉴질랜드에서는 사람들이 니코틴 함유 전자담배를 구입할 때 처방전이 필요 없습니다. 18세 이상이면 지역 편의점에서 쉽게 전자담배를 구입할 수 있는 거죠.

동네 가게나 주유소는 한정된 종류의 향의 전자담배만 판매할 수 있고요, 담배 전문점에서는 훨씬 더 다양한 향의 전자담배 판매가 허용되고 있습니다.

뉴질랜드 보건부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뉴질랜드 성인의 8.3%가 전자담배를 피우는데, 이는 일반 담배를 흡연하는 성인 8%보다 더 높은 수칩니다.

진행자: 뉴질랜드 의회가 지난해 말 매우 강력한 ‘담배 규제법’을 통과시켜 전 세계 이목을 끌었는데요, 베이핑을 하는 성인이 일반 담배를 피우는 사람보다 더 많은 것과 상관관계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 어떤가요?

조은아: 네, 정확한 지적인데요, 일부 국가의 보건 당국들은 뉴질랜드의 흡연자 수의 급격한 감소를 칭찬하는데 이는 말씀하신 대로 뉴질랜드 의회가 담배 없는 세상을 만들자며 강력한 '담배 규제법'을 통과시킨데 따른 겁니다. 뉴질랜드 의회는 지난해 말 2009년 1월 1일 이후 태어난 사람에게는 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초강력 금연법'을 통과시켰는데요, 하지만 규제 대상에서 전자담배가 제외됐습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오히려 전자담배로 쉽게 갈아타게 한 이 같은 법안에 갈채를 보낼 것은 아니라고 지적하는 겁니다.

뉴질랜드 오타고대학 보건학 교수인 재닛 호크 박사는 그 같은 수치는 보지도 않고 “여기 성공적 전략”이 있다라고 판단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는데요,

그는 “호주에서 뉴질랜드의 사례를 보고 ‘뉴질랜드의 정책을 우리는 왜 하지 않는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런 이유로 호주의 전문가들이 베이핑과 관련해 뉴질랜드 모델을 따르면 안 된다고 경고하는 거군요…

조은아: 네, 그렇습니다. 프리만 교수도 뉴질랜드의 정책이 십대 청소년을 유해한 것으로부터 지키는 호주의 방안에 대한 지침으로 고려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프리만 교수는 “뉴질랜드의 사례로부터 호주가 배울 수 있는 것은 전자담배를 더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라고 강변합니다.

그는 “우리가 받아들이길 원하는 모델이 아니다”라면서 “청소년의 전자담배 수요를 억제할 수도, 청소년의 접근을 제한할 수도 없는 정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네, 청소년의 전자담배 접근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정책이 빠른 시일 내에 개발돼 시행돼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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