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성폭행 피해자들이 앞으로 나서기 힘든 이유는?”

피해자들이 성폭행 사실을 폭로하면 지역 사회로부터 도움보다는 질문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 침묵이 생존을 위한 한 방편이 되곤 한다.

domestic violence

Source: In Pictures Ltd./Corbis via Getty Images

** 본 기사는 ‘더 컨버세이션’의 니라자 산무하나단 씨의 기고문을 재구성했습니다.

시드니 로열 프린스 알프레드 병원에서 선임 성폭행 상담가로 일하는 니라자 산무하나단 씨는 인생에서 최악의 날을 맞은 사람들과 종종 마주 앉곤 한다.

성폭행을 당한 트라우마는 폭력으로 가득 찬 경험이라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이 같은 경험은 한 사람의 안전에 대한 의식, 세계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변화시키기 마련이다.

피해자들이 성폭행 사실을 폭로하면 지역 사회로부터 도움보다는 질문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 침묵이 생존을 위한 한 방편이 되곤 한다. 

피해자 탓을 하는 것이 원인 중 하나다. 피해자를 비난하는 것은 강간 문화의 한 부분으로 여성들이 자신의 안전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을 강화하는 것이다. 호주인 8명 중 1명은 술이나 다른 약물에 의해 영향을 받아 강간을 당할 경우 여성들도 최소한의 부분적인 책임을 져야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에 대한 감정 이입이 피해자 비난에 기여한다

우리 스스로가 끔찍한 범죄의 본질과 거리를 두려 할 때 종종 피해자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는 이런 일이 우리에게 일어나는 것을 상상할 수 없으며 이 같은 이유로 이런 일은 본질적으로 우리와는 다른 누군가에게 일어난 게 틀림없다고 생각을 하곤 한다. 이런 식의 폭력 행위가 우리 집 뒷마당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힘들 수도 있다.

지난달 자유당 비서관이었던 브리트니 히긴스는 자신이 의사당에서 남성 동료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공개적으로 폭로했다. 많은 성폭행 피해자들이 침묵하는 사회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용감한 공개를 선택한 것이다.

“모범적인 피해자”가 되는 건 불가능하다

성폭행 피해자들이 앞으로 나설 때 사람들은 “공개 시점이 딱 맞아야 한다”거나 “왜 그들이 빨리 나서지 않았나?”라는 반문을 던지기도 한다. 때로는 피해자들이 “모범 시민”인지를 따지며 그렇지 않을 경우 그들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만약 그들이 성폭행을 당했을 때 술에 취해 있었다면 사람들은 그들의 기억을 의심하기도 한다. 그리고 만약 그들이 술에 취하지 않았다면 그들의 선택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완벽한 피해자나 생존자가 되려는 ‘골디락스의 딜레마(Goldilocks dilemma)는 항해가 매우 어렵다. 때문에 수많은 희생자들이 앞으로 나서는데 수십 년을 기다려야 하거나 성폭행을 아예 신고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일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최근 들어 성폭행 의혹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왜 생존자들이 항상 바로 나서지 않는지?”를 반문할 적기다.

산무하나단 씨는 또한 성폭행 피해자가 공개를 선택하고 부정적인 반응을 얻게 되면 이는 수치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공개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은 2차 피해로 알려진 ‘두 번째 강간 사건’으로 분류되곤 한다.

앞으로 나선 후 부정적인 반응을 경험한 생존자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을 겪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호주에서는 성폭행 사건에 대한 유죄 판결률이 매우 낮으며 사법 처기 기간 역시 길어질 수 있다. 호주 통계청의 2017/18 회계 연도 형사 법원 자료에 따르면 성폭행 유죄 판결이 내려지는데 평균 40주가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유죄 판결률과 복잡하고 장기화되는 사법 절차로 인해 신고 건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한 원주민과 문화적, 언어적으로 다양성을 지닌 여성, 성소수자의 경우 추가적인 장벽에 직면할 수 있다. 지역 사회에서 느껴지는 큰 오명, 서스비에 대한 접근 부족, 이전에 경험했던 사법 제도에 대한 부정적인 경험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수용 문화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산무하나단 씨는 병원에서 성폭행 상담사 역할을 하면서 ‘트라우마 정보 진료(trauma-informed care)를 실천하고 있다. 이는 생존자 중심의 접근 방식으로 안전, 권한 부여, 선택, 협업, 문화에 대한 이해를 원칙으로 한다.

산무하나단 씨는 피해자들에게는 그들의 말을 듣고, 믿고, 일어난 일이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말을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많은 여성들은 성폭행 중에 맞서 싸우지 못하고 꽁꽁 얼어버린 자신에게 분노를 느끼곤 한다. 하지만 얼어버리는 것은 위험 상황에서 더 이상 부상을 입지 않기 위한 가장 보호적인 반응이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산무하나단 씨는 상담 시간에 증거를 수집하고, 경찰에 공개할 수 있는 옵션에 대해 이야기하며 피해자가 원할 경우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안전하게 말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눈다.

모든 결정 과정에서 피해자들을 위한 선택의 폭을 극대화함으로써 생존자들이 힘을 느끼고 통제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 산무하나단 씨의 설명이다.

통계는 우리에게 충격을 주지만 이야기는 사람들이 고통에 맞설 수 있도록 해준다. 성폭력  이야기를 공유하는 모든 피해자들은 다른 피해자들에게 간접적으로 대화를 하는 것이며 그들에게 “혼자가 아니다”라는 것을 부드럽게 일깨워 준다.

하지만 모든 부정적인 반응 역시 생존자들에게 전달되야 한다. 완벽한 피해자나 생존자는 없으며 또한 완벽한 트라우마 대응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에게는 수치심의 문화보다 수용의 문화를 구축하고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 집단적 책임이 있다.

피해자가 자신의 성폭행 피해를 공개할지 여부는 오로지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 달려있다.

* 니라자 산무하나단 씨는 시드니 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마치며 호주 리서치 트레이닝 프로그램 장학금을 받았습니다.
만약 여러분이나 여러분이 아는 누군가가 성폭행, 가정 폭력, 가족 폭력의 영향을 받고 있다면 1800 737 732 (1800RESPECT)로 전화하거나 를 방문해 주세요. 긴급한 경우에는 000으로 전화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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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4 March 2021 9:57am
Updated 4 March 2021 10:01am
By Neeraja Sanmuhanathan
Presented by Justin Sungil Park
Source: The Convers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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