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틱톡(TikTok) 사용자들과 청소년 K-pop 팬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몇 달 만에 처음 연 유세 현장에 사전 등록 후 참석하지 않는 방법으로 유세전을 썰렁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비 언론이 보도했다.
인기 동영상 공유 앱인 틱톡 이용자들은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한 아레나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전에 무료 온라인 등록을 마치고 참석하지 않는 ‘노쇼’를 기획했으며, 유세전 당일에 참석한 인원은 약 3분의 1 정도로 저조했다.
뉴욕타임스는 K-pop 팬들이 이런 방식의 시위를 주도하는 데 일조했다고 보도했다.
유세전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 선거대책본부의 브래드 파스케일 본부장은 행사 참석 요청 건수가 100만 건이 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1만9000석 규모의 뱅크오브오클라호마(BOK) 센터는 지난 20일 저녁 행사 당일 빈자리가 많았으며 대규모 참석 예정 인원으로 인해 장외 연설까지 계획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장외 연설을 취소했다.
털사 소방 당국에 따르면 유세장 참석 인원은 약 6200명으로 집계됐다.
오클라호마주 보건부는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환자가 급증했다고 발표했으며, 보건 당국은 유세전에 참석하려는 사람들에게 감염 위험이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유세전 입장권은 '선착순' 방식이었으며, 온라인 입장권으로 실제 입장권이 발급되지는 않았다.
팀 머토 트럼프 선거캠프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좌파주의자들은 항상 자신들이 영리하다고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기만한다. 유세전에 온라인 등록한다는 것은 휴대폰 번호로 회신을 받았다는 뜻이다. 연락처를 제공해줘서 고맙다."라고 말했다.

The 19,000-seat BOK Center arena had many empty seats. Source: AP
한편 민주당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츠 하원의원은 트위터에서 십대 시위대와 언론 보도를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파스케일 본부장의 트윗 글을 꼬집는 답장을 보냈다.
알렉산드리아 의원은 "당신은 틱톡에서 가짜 티켓 예매를 주도한 십대들에게 한 방 맞은 것이며 코로나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백만 명의 인파가 경기장을 가득 메울 정도로 당신들을 지지할 것이라 믿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보기 좋게 속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또 "K-Pop 동지들, 우리는 정의를 위한 싸움에서 보인 여러분의 공헌에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CNN은 틱톡그랜마(TikTokGrandma)라는 해시태그를 사용하는 메리 조 로프가 올린 틱톡 동영상이 이번 시위를 주도하는데 도움을 줬다고 20일 보도했다.
해당 동영상은 현재 70만개 이상의 좋아요를 기록 중이다.
또 두 명의 K-pop 팬은 온라인 참석 등록시 본명과 실제 번호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온라인 상 아이디만 밝힌 22세의 학생이자 미네소타주 민주당 유권자인 라크(Raq) 양은 그녀가 이번 시위에 참여한 주요 이유는 해당 유세전이 약 100년 전 미국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폭력이 미국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장소인 털사에서 열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라크 양은 한국의 인기 보이밴드를 언급하며 "방탄소년단(BTS) 팬들에게 먼저 얘기를 전해듣고 나서 틱톡에 올라온 영상을 보고 이번 일의 성공을 직감했다고 전했다.
캔자스에 사는 17세의 학생인 이엠(Em, 아이디) 양은 틱톡에서 이번 일이 기획되는 것을 처음 접했고 집회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트윗글들이 공유 이후 삭제됐다고 말했다. 이미 정보가 공유가 된 이후에는 의도치 않은 홍보 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기존 글을 삭제했다는 것이다.
이엠 양은 "틱톡커들과 K팝 팬들도 일부 참여했다고 생각하지만 트럼프에 대한 관심도는 생각보다 높지 않다"고 덧붙였다.
K-pop 팬들은 최근 몇 주 동안 소셜미디어에서 흑인차별 반대 운동인 ‘블랙라이브스매터(Black Lives Matter)’ 운동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 31일 댈러스 경찰이 불법 시위 현장을 담은 영상을 보내 달라고 요청했을 때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영상을 편집해 대량 발송하는 등 온라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