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크리스마스 섬 격리 시설 “일상생활을 들여다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한 우한을 피해 크리스마스 섬에 도착한 호주인 270명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The Christmas Island immigration detention centers where Australian evacuees who arrived from Wuhan, China, are under quarantine.

The Christmas Island immigration detention centers where Australian evacuees who arrived from Wuhan, China, are under quarantine. Source: The New York Times

크리스마스 섬에 있는 이민자 수용 시설에서의 생활은 데이비드 황 씨가 걱정했던 것만큼 그리 나쁘지는 않다.

최근 몇 년 동안 수천 명의 난민 신청자들이 머물던 역외 난민 센터와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물론 건물 전면에는 군데군데 녹슨 곳이 보인다. 와이파이 사용이 호주 본토만큼 좋지 않고 특히나 식사 시간에는 가족과 친구에게 연락을 취하기에 불편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Medical personnel preparing for the arrival of evacuees on Thursday.Credit...
Medical personnel preparing for the arrival of evacuees on Thursday.Credit... Source: Richard Wainwright/EPA, via Shutterstock
황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발병지인 중국 우한에서 빠져나오며 자신의 기대치를 많이 낮췄다고 말했다.

우한에 가기 전 시드니에서 생활했던 22살의 황 씨는 우한을 빠져나와 크리스마스 섬에서 생활하고 있는 270명의 호주 시민권자와 영주권자 중 한 명이다.

호주 보건 장관은 우한에서 나와 크리스마스 섬에 격리된 호주인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양성 반응을 보인 사람은 없다고 발표했다.

연방 정부가 우한에서 대피하는 호주인들을 호주 본토가 아닌 크리스마스 섬에 2주간 격리한다고 발표할 때만 해도 이를 비난하는 보건 전문가들이 많았다.

크리스마스 섬에서 생활하는 교민 중 일부는 센터의 상황이 상상했던 것보다 더 나쁘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황 씨는 개인적으로 격리 시설에서의 생활이 견딜만하다고 말했다.
Evacuees arriving at the airport on Christmas Island.Credit...
Evacuees arriving at the airport on Christmas Island.Credit... Source: AAP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교민 중 일부는 침대에서 죽은 나방을, 복도에서 죽은 바퀴벌레를 발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황 씨는 별로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황 씨는 “방들이 더러운 것은 분명히 좋지 않습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이곳에 머물러야 하는 가족들이 굉장히 많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황 씨는 센터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사람들의 요청에 잘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사를 줄 때 과일과 채소를 처음보다 더 많이 주고 있고, 중국에서 가져온 옷가지보다 열대섬에 더 잘 어울리는 것들, 반바지와 자외선 차단제, 샌들은 물론이고 비누와 담배도 챙겨주고 있다고 말했다. Xbox 360 게임기도 있어서 시설에 있는 사람 중 일부가 시간을 보내기 위해 게임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A member of the medical team playing football at the detention center.Credit...
A member of the medical team playing football at the detention center.Credit... Source: Shutterstock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스캔을 하고 자신의 의료 기록에 접근할 수 있는 QR 코드가 담긴 손목밴드를 받았다. 안면 마스크와 보호 장비를 착용한 의사들은 매일매일 이들의 체온을 재고 있다.

가족이 격리 시설에 함께 머물고 있다면 한 방에는 두 명이 생활을 할 수 있다. 황 씨는 아버지와 한 방을 사용하고 있고, 황 씨의 어머니는 남동생과 함께 다른 방에 머물고 있다.

방에는 2단 침대와 책상이 놓여있고, 이들은 공용 화장실과 공용 샤워실을 사용하고 있다.

황 씨와 가족들은 이곳에 도착하기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한 우한에서 3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머물고 있었다. 가족은 지난달 음력설을 맞아 친척 집을 방문했고, 이후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며 집에서 빠져나오는 도로들이 봉쇄되는 통에 그곳에 발이 묶이고 말았다.
호주 정부가 전세기를 통해 호주인을 대피시킨다는 소식을 접하고 비행 탑승 신청을 했고 우한 공항까지 오는 검문소를 통과하기 위해 서류들도 전달받았다.

우한에 있던 호주인들이 콴타스 전세기에 탑승한 후에는 비행기가 서부 호주 공군 기지에 도착했고, 이후 크리스마스 섬으로 향하기 위해 군용 비행기를 갈아탔다.

아침 일찍 잠에서 깨면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건물 밖으로 산책을 나가고, 아침 식사와 건강 검진을 마치고 나면 방으로 돌아오는 것이 황 씨의 하루 일과다. 게임 개발을 공부하는 황 씨는 컴퓨터 게임을 할 수 있는 방에서 몇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확인하고 다시 산책을 나서는 황 씨는 이곳에서 시간을 잘 보내기 위해 어머니에게 한자를 읽고 쓰는 법을 가르치기도 한다.

“매일 매일 반복됩니다. 제 하루 일과가 그런 것 같아요”

황 씨는 낯선 섬에서 가장 힘든 점은 고립감이라며, 시드니에 있는 친구들이 그립다고 말했다.

By Isabella Kwai © 2020 The 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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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8 February 2020 4:18am
By Isabella Kwai
Presented by Justin Sungil Park
Source: The 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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