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를 멈추게 하는 경기’, ‘호주 생활의 전통적인 모습’…
호주에서 가장 권위 있는 경마 대회로 일컬어지는 ‘멜버른 컵’의 날이 밝았다. 하지만 경마 대회에 반대하는 목소리 역시 커지며 그 어느 해보다 찬반 논쟁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11월 첫 번째 주 화요일은 빅토리아 주민들에게 공휴일로 주어진다. ‘멜버른 컵’이 열리는 날로 오후 3시가 되면 시민들이 숨을 죽이며 20마리의 경주마에 시선을 집중한다.
800만 달러의 시상금을 놓고 달리는 경주마를 지켜보는 호주 전역의 TV 시청자는 265만 명에 달한다.

Racegoers at Flemington Racecourse in 2017. Source: AAP
하지만 다른 일각에서는 버려진 경주마와 멜버른 컵에서 발생하는 경주마 사망 사건을 주목하고 있다.
2013년 이후 멜버른 컵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경주마는 6마리에 이르며, 동물 복지 단체들은 멜버른 컵 대회의 보이콧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경주마 보호 연합은 1년 간 호주 내 트랙에서 목숨을 잃는 경주마가 122마리에 달한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ABC 방송의 7.30 프로그램에서는 수십만 달러의 상금을 받은 경주마 수백 마리가 살해되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이 같은 경주마의 참혹한 현실은 일반인들의 의식에도 깊이 파고들었다.
비밀스러운 화면에는 현역에서 물러난 경주마들이 발로 차이고 학대당하는 장면이 포함돼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유명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는 일정 상의 이유를 들며 멜버른 컵에서의 공연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경주 대회 반대 운동가들은 그녀에게 “동물 학대에 대항해 달라”는 청원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Source: Facebook
호주 모델인 메간 게일 역시 동물 학대에 대한 우려로 인해 올해 멜버른 컵에 가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멜버른 컵이 열리기 하루 전인 11월 4일 멜버른 페더레이션 스퀘어에서는 멜버른 컵 행사가 열렸지만, 시위대 역시 같은 장소에 몰려들어 플래카드를 들고 “경마대회가 동물을 죽인다”라고 외쳤다.
기수, 말, 연예인들이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멜버른 도심 거리를 활보하는 퍼레이드에서는 일부 시민들이 “경주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멜버른 컵이 벌어지는 오늘도 호주 주요 도시들에서는 경마대회를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