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해와 결이 다른 호주 정부의 연방 예산이 10월 6일(화) 발표될 예정이다. 여전히 코로나19와 맞서 싸우고 있는 상황이지만 경제적 여파를 이겨내고 국가 회복을 위한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연방 예산안의 의미는 여느 해와 남다르다.
스콧 모리슨 연방 총리와 조쉬 프라이든버그 연방 재무 장관 역시 오늘 밤 공개될 연방 예산안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중요한 예산안이 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경제 학자들은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예산폭이 증가함에 따라 호주 정부의 현금 적자 규모가 21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오늘 밤 발표될 2020/21 연방 예산안의 주요 내용을 미리 살펴본다.
제조업 활성화
모리슨 연방 총리는 이번 예산안이 팬데믹 침체로부터 경제를 재건하고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강력한 계획”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인프라스트럭처, 에너지 가용성, 훈련 및 기술 개발, 제조업 활성화가 이번 연방 예산안의 핵심 사항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라탄 연구소의 브렌던 코이츠 경제학자는 “연방 정부가 국가 경제 회복에 더 많은 경기 부양책을 도입해야 할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얼마나 많은 경기 부양책이 필요할지는 아직 미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S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불경기 타파를 위해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비용이 든다”라며 “우리의 목표는 가능한 한 빨리 경제 잠재력을 회복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터로 복귀
앞서 호주 정부는 회복 계획의 중점이 일자리 창출과 호주인들의 일터 복귀에 맞춰질 것이라며 실업률을 6% 이하로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7월 7.5%를 기록했던 호주의 공식적인 실업률은 8월 들어 6.8%까지 떨어졌다. 이 시기 호주의 실질 실업률(effective unemployment)은 9.3%를 기록했다. 코로나바이러스 봉쇄 영향을 받았던 호주 경제가 다시 탄력을 되찾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멜버른 코로나바이러스 2차 유행의 여파로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브렌던 코이츠 경제학자는 팬데믹 초기 실직을 강요받고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사람들 중 다수가 젊은이와 여성들이라며, 여전히 100만 명 이상의 호주인들이 실직 상태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코이츠 경제학자는 “이번 예산안의 첫 번째 우선순위도 두 번째, 세 번째 우선순위도 모두 일자리가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일자리 결원이 발생할 경우 해당 일자리 한곳에 지원하는 호주인의 수는 약 13명으로 파악된다.
앞서 연방 정부는 고용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코로나19 경기 회복의 핵심 사항으로 ‘일자리 창출(JobMaker) 프로그램’을 발표한 바 있다. 제조업 활성화를 위해 최소 15억 달러를 투자하고 10만 명의 견습생을 신규 채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12억 달러를 추가로 투입할 예정이다.

Women and young people are among those worst hit by job losses in Australia. Source: AAP
또한 졸업생을 위한 호주 전역의 훈련 장소 제공뿐만 아니라 취업 준비생에 대한 보충 교육 및 재교육을 위해 10억 달러를 투자하며 ‘일자리 훈련(JobTrainer)’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개인과 사업체가 디지털 경제에 보다 쉽게 편입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8억 달러가 투입될 예정이다.
남녀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가?
정부는 인프라스트럭처 분야에 투자를 선언하며 제조업이 국가 경제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명된 제조업 우선순위는 자원 기술, 광물 가공, 식음료 제조, 의료 제품, 청정에너지와 재활용, 방위 산업과 우주 산업 등으로, 인프라스트럭처 지출은 교통, 수자원, 에너지 프로젝트에 집중될 예정이다.
여기에는 호주 경제를 다시 움직이기 위한 70억 달러 이상의 고속도로, 철도 사업도 포함됐다.
하지만 시드니대학교의 엘리자베스 힐 부교수는 제조업과 건설 분야에 대한 투자가 의료, 교육, 아동, 노인 요양원과 같은 “사회적 간접 자본” 분야의 투자와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예산안이 오히려 성 불평등을 악화시킬 위험성이 있고, 남성 중심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지면 여성들이 혜택을 적게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녀는 “목적에 맞는 대응, 2020년 위기 상황에 맞는 대응이 절실하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팬데믹이 발생한 이래로 노인 요양원 분야에 16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으며, 이 분야의 지속적인 우려 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추가 예산안을 편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 소득세 인하
SBS 뉴스는 이미 제정된 개인 소득세 감면안에 추가로 200억 달러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호주 연구소의 매트 그룬드노프 경제학자는 “의료, 노인 요양원, 대학 분야에 돈을 쓰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는 “세금 감면을 통해 일자리 1개가 늘어난다고 본다면, (세금 감면을 통해) 13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고 고용 집약적인 산업에 투자할 경우에는 이보다 12배나 많은 16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서 “세금 감면 효과가 미진한 이유는 사람들이 이 돈으로 저축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The federal budget will layout the details of the government's economic recovery plan to the coronavirus crisis. Source: AAP
이런 가운데 연방 정부는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의 일환으로 일자리 유지 보조금(JobKeeper)과 구직 지원금(JobSeeker)을 확대 운영하고 있다.
일자리 유지 보조금(JobKeeper) 연장
정부가 860억 달러를 투입하는 일자리 유지 보조금 정책은 내년 3월까지 연장 운영될 예정이다. 하지만 지원금 수령 액수는 풀타임, 파트타임 근로자 모두 격주 $1500에서 풀타임 근로자 $1200, 파트타임 근로자 $750로 각각 삭감됐다. 또한 내년 1월 1일부터는 풀타임 근로자 $1000, 파트타임 근로자 $650로 지원금 액수가 각각 줄어 든다.
이민 프로그램에 미치는 영향은?
2020/21 호주 연방 예산안이 발표되면 이번 회계 연도의 이민 프로그램과 인도주의적 비자 프로그램의 윤곽도 나타날 예정이다.
호주 국경이 봉쇄된 이유로 2020/21 회계 연도의 이민자 유입 수는 2018/19 회계 연도의 24만 명에 비해 85%나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가운데 딜로이트 액세스의 경제학자는 2022년 중반까지 호주 인구가 60만 명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편 아불 리즈비 전 이민부 사무차장은 높은 실업률과 여행 제한 조치로 인해 이민 프로그램의 초점이 바뀔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실업률이 6%를 넘어서면 자연스럽게 이민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라며 “정부의 이민 프로그램이 이미 호주에 와 있는 이민자들(onshore people)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분석했다.
대형 가스 사업
호주의 가스 기반 시설 자금 지원을 위해 이번 예산안에 5300만 달러가 책정될 예정이다.
스콧 모리슨 연방 총리는 국가가 미래 경제로의 전환을 시도함에 따라, 가스를 통해 에너지 가격과 에너지 배출량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연방 정부는 수소, 에너지 저장, 저탄소 강철 및 알루미늄, 토양 탄소 등을 신흥 기술로 지정한 기술 로드맵을 발표했다.
하지만 비판론자들은 가스 주도 로드맵의 실행 가능성에 회의감을 표명하며, 이 방법이 정말 순배출 제로 경제로 가려는 호주의 효과적인 방법인가에 의구심을 표현하고 있다.
가정 폭력 관리… 그리고
이 밖에도 아래 예산이 포함될 예정이다.
- 6000만 달러를 통해 가정 폭력을 피해 집을 나온 여성과 어린이를 위한 새로운 거처 700곳 마련
- 노인 요양 시설에 거주하는 젊은이를 연령에 맞는 숙소로 이전시키기 위한 신규 자금 1000만 달러
- 문화재 유적지, 산불 피해를 입은 해양 생태계,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보존을 위한 자금 6170만 달러
- 해외 관광객의 의존도가 높은 지방 지역의 사업체를 돕기 위한 ‘지역 관광 회복(Regional Tourism Recovery)’을 위한 자금 5000만 달러
- 새로운 지역 복구 파트너십 혹은 가뭄, 산불, 코로나바이러스 피해를 입은 지역의 프로젝트를 위한 자금 1억 달러
- 사산 혹은 생후 12개월 미만의 아이를 잃은 부모를 위한 사별 지원금 760만 달러
- 생애 첫 주택 구입자를 위한 보증금 정책’ 연장을 통해 추가 1만 명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