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내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서서히 완화되는 상황에서, 니라리 다초(Nirary Dacho) 씨는 호주가 7천만 명에 달하는 실향민 ‘인재 풀(talent pool)’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고 호소했다.
시리아 탈출 후 2015년 시드니에 정착한 다초 씨는 호주가 팬데믹 이후 전 세계 난민에 대한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며, 특히 난민들은 호주가 다시 살아나는데 중요한 역할을 감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S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들 중 일부는 훌륭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살던 곳에서 의사, 엔지니어, 교사였던 사람들”이라며 “어떻게 그들의 지위를 재고하거나 재구성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다초 씨는 난민들이 회복을 위해, 그리고 그 이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안전하다고 판단될 때 정부가 호주의 난민 유입 수를 늘리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نراری داچو یکی از بنیانگذاران «استعداد پناهندگان» است. Source: Facebook
다초 씨는 이어서 “단지 인도주의적인 입장에서뿐만 아니라 그들의 기술과 경력에 맞춰 호주에 올 수 있도록 허용돼야 한다”라며 “정부는 난민들과 난민 희망자들을 필요에 맞는 인재로 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유엔난민기구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연례 글로벌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으로 7천8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강제 추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4천1백만 명 이상은 국내 추방자이고, 2천5백만 명 이상은 난민으로 간주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는 2019년 난민 수치를 오는 목요일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호주는 인도주의 프로그램에 따라 매년 1만 8천750명의 난민 및 인도주의 입국자들을 허용하고 있다.
“우리 자신을 구해야만 했다”
다초 씨는 2015년 토니 애벗 연방 총리 당시에 발표됐던 시리아인과 이라크인에 대한 1회 성 1만 2천 명 유입 정책에 따라 호주에 오게 됐다. 당시 시리아가 더욱더 잔혹한 내전으로 빠져들자 다초 씨는 가족들과 함께 시리아를 탈출해야만 했다.
그는 “우린 우리 자신을 구해야 했다. 그것이 우선이었다”라며 “어떤 사람이라도 그런 상황에 직면한다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에 도착한 것을 “무에서부터의 시작”이었다고 말한 다초 씨는 이후 난민에게 취업 기회를 연결시켜주기 위해 고안된 웹 기반의 플랫폼 ‘난민 인재(Refugee Talent)’를 공동 설립했다.
뛰어난 기업가 정신을 펼쳐 보인 다초 씨는 2017년 포브스지가 선정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 30세 미만 기업인 30인’에도 선정됐다.
하지만 다초 씨는 호주에서 난민들의 진정한 경제적 잠재력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장벽들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난민들이 어떻게 직장을 가질 수 있을지와 관련해서는 아직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그들의 기술과 경력을 활용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들이 해외에서 받은 자격증을 이곳에서 다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까?”라며 “자격을 재인정하는 경로는 매우 복잡하고, 또한 비싸고, 많은 시간이 걸린다. 어떻게 하면 그런 경로를 바꿀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오해와 맞서기
한편 탈라르 하곱(Talar Hagob )씨 역시 전쟁으로 피폐해진 시리아를 탈출해 현재는 시드니에 거주하고 있다. 24살의 이 여성은 분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도시 중 한 곳인 알레포 출신이다.
그녀는 “전쟁 기간 알레포에서 6년 동안 살았다. 매일매일 위험에 처했고 우리가 살아 있었던 것이 행운이었다”라며 “호주에 온 것은 우리에게는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라고 말했다.
3년 전 호주에 도착한 그녀는 ‘난민 인재’ 플랫폼을 통해 그래픽 디자인 취업을 시도했으며 현재는 시드니에 있는 유엔난민기구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다. 동시에 그녀는 대학교에서 건축 디자인을 공부하는 중이다.

تلار با خانوادهاش Source: Supplied
하곱 씨는 일부 호주인들이 난민에 대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오해가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아마도 난민은 교육받지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난민의 삶이 어떠한지를 알지 못한다”라며 “장담하건대 우리는 알레포에서 가장 좋은 삶을 살고 있었지만 전쟁으로 인해 모든 것이 순식간에 뒤바뀌었다”라고 말했다.
하곱 씨는 그녀가 가장 걱정하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는 가족들이 아직도 중동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잊혀질 수 있다는 두려움
조쉬 프라이든버그 연방 재무 장관은 이달 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보고서 내용을 소개하며, 코로나바이러스 2차 감염이 발생할 경우 호주 경제가 6.3%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시드니 대학교 비즈니스 스쿨의 베티나 스쿠들라렉 부교수는 새로 입국하는 난민들과 국제적으로 고립된 난민들 모두가 호주의 경제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난민들이 평생 동안 쌓아 온 모든 복원력을 지니고 코로나바이러스 이후 경제에 강력한 기여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مردان در حال انتقال نوزادان از روی آوارها در حلب Source: AAP
스쿠들라렉 부교수는 이어서 호주 실업률이 여전히 높지만 난민들이 “격차를 메울 수 있다”라며 장기적인 경제 성장에 기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우리 연구에 따르면 난민을 고용한 기관들이 그들의 열심히 일하는 모습과 헌신, 충성심에 깊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난민들이 경제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많은 연구 결과 난민들이 정규 취업 시장에 침투하는 것이 종종 어렵기 때문에 기업을 설립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이 정말 뛰어나고 훌륭한 기업가가 되는 것을 보게 된다”라며 “우리는 전 세계에 걸쳐 난민이 설립한 가장 성공적인 회사들의 예를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