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 언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세 배, 네 배의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멜번에서 나고 자란 오창원 씨는 호주와 미국 할리우드에서 항공 촬영 감독으로 명성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할리우드에서 항공촬영 감독입니다. 드론, 헬기에서 제트기에 카메라를 달고 촬영하는 전문가인데요, 최근 촬영한 영화로는 007: No Time to Die, Fast and Furious 9, 스타워즈 9, 블랙팬서 2 등이 있습니다.”
오창원 씨는 호주에서 자라면서 한국어와 영어 두 개 언어를 공부한 것이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고 말합니다.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됐고 많은 문이 열렸죠. 언어만 배우는 게 아니라 언어를 제대로 쓰려면 문화도 배워야 하거든요”
“스타워즈 작업을 하면서 할리우드에서 한국인 사진 감독을 만났습니다. 나처럼 매일 김치를 먹는 사람이겠죠. 아주 사소한 것이지만 서로 마음이 통했습니다”
오창원 씨는 한국 문화와 정서를 가르쳐주신 부모님이 너무나도 자랑스럽다고 말합니다.
“부모님이 외국에서 잘 정착해 살고 계시지만, 한국식 문화를 지키시는 분들이라 그것이 자랑스럽고 거기에서 많이 배웠죠”
오창원 씨의 아버지인 오영열 씨는 1972년 호주 경찰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기 위해 호주로 이민 왔습니다.
1965년 당시 대학생이었던 청년 오영열은 잭 로진스키라는 호주인에게 태권도를 가르친 것이 계기가 돼 그로부터 몇 년 후 호주로 이민을 오게 됩니다.
그의 나이 27살이었습니다.
“제가 그때 월남에 태권도 교관으로 월남전에 가 있었는데 그때 유엔군 사령부로 편지를 해서 찾을 정도로 나를 필요로 했어요. 그래서 제가 초청을 받고 호주에 태권도 관장으로 왔습니다.”
“사실 그때 호주 사람들이 한국을 몰랐어요. 한국 그러면 한국이 어디 있느냐? 그게 재팬하고 붙어있는 나라냐? 중국하고 붙어있는 나라냐? 잘 몰랐어요.”
“그때 느낀 것이 호주인들은 굉장히 차분하고 아시아적인 사람인 것 같다고 느꼈는데 와서 보니까 굉장히 비슷한 점이 많았어요.”
사람들 간의 교류
2021년, 한국과 호주가 외교 관계를 수립한지 6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국가 간 외교와 국방 관계뿐만이 아니라 인적 교류 역시 더욱 밀접해졌고 호주에 거주하는 한국계 이민자의 힘과 영향력 역시 그 어느 때보다 확대되고 있습니다.
2016년 실시된 센서스에 따르면 호주에 사는 한국 출생자는 9만 8,776명으로 2011년 조사 당시와 비교할 때 32.5%가 증가했습니다. 이들 중 52.5%는 뉴사우스웨일스주에 거주하며, 다음으로 퀸즐랜드주에 18.6%, 빅토리아주에 15%의 한인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호주 내 한국 출생자의 절반가량은 최근 10년 동안 호주에 도착한 사람들입니다.
멜버른 대학교는 한호 수교 60주년을 맞아 최초의 한인 이민자 인식 조사를 실시하기 위해 933명의 한인들에게 설문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이번 연구를 이끈 멜버른 대학교 송지영 교수는 호주 한인 동포들이 사회적, 전문적 네트워크를 통해 두 세계를 연결하는 만큼 양국 간의 끈끈한 관계 구축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호주에서 한국을 직간접적으로 알리고 다리 연결을 하는 분들은 당연히 재호 한인과 한국계 호주인들입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정상 간 교류, 장관급 교류가 있고 물질적 시장 차원에서 수출입 규모가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두 나라의 신뢰와 공감대가 형성되려면 사람들 간의 교류를 바탕으로 두 세계를 이어줄 수 있는 연결고리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재호 한인의 역할과 호주 사회에서의 위상이 한호 관계에 큰 기여를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이미 한인인 제임스 최 대사가 한국 주재 호주 대사로 한차례 임명된 적이 있고, ACT 자유당 당수가 한인 엘리자베스 리인 점, 그리고 몇 년 전 호주 대표로 임다미 씨가 유로비전에 나가 준우승을 한 점 외에도,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사회 각 전문분야에서 한인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점을 보면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멜버른 대학교 최대정 교수는 최근 실시된 설문 조사 결과를 소개하며 호주에 사는 한국계 이민자는 고학력자들로 세금을 내며 일하고 호주 경제에 기여하는 것에 만족도가 높다고 말합니다.
“수입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저희가 평균을 구할 수는 없었지만 집단으로 봤을 때 사실 상위 구간 18만 불 이상에 속하는 직장인들도 12% 이상이었고 상당히 고학력자이며 행복해하고 전반적으로 기여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행복 지수는 이민 1세대, 1.5세대, 2세대 모두 동일한, 거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인, 공공 외교의 선봉장
오창원 씨는 호주에서 자랐지만 어머니가 해주신 김치, 순대, 젓갈, 찌개를 항상 즐겨 먹었다며 아버지의 전통적 가치관을 항상 소중하게 생각해 왔다고 말합니다.
“중학생 때까지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저도 태권도 사범이 될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죠.”
“많은 한국인들과 마찬가지로 때로는 엄격한 가족 문화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존중 그리고 웃어른에 대한 공경이 매우 중요하죠. 제 아이들에게도 이러한 전통을 심어줄 수 있어서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오창원 씨의 아들, 대학생 진우 군은 이민 3세대입니다.

Stephen has built a reputation as an aerial cinematography specialist both in Hollywood and Australia. Source: Stephen Oh
진우 군 역시 아버지처럼 집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한국어로 대화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진우 군은 아버지처럼 나중에 한국어를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진우 군은 자신이 한국계라는 것을 자랑스러워할 만한 이유가 손꼽을 수 없을 만큼 많다고 말합니다.
“호주에서 한국 바비큐, 한국 음악, 한국 드라마, 한국 영화가 친구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오징어 게임도 있었죠.”
멜버른 대학교 송지영 교수는 많은 한인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음식이나 드라마로 실현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분들이 한국 음식과 문화를 소비하면서 자연스럽게 주변인들에 한국 문화를 소개하고 알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공공외교라는 말이 있는데, 이보다 더한 공공외교가 어디 있겠습니까?”